<신길우 수필 14> 하루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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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길우 수필 14> 하루살이
  • [편집]본지 기자
  • 승인 2013.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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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동북아신문] 날이 어두워진다.

창문을 닫으러 창가로 갔다.

창밖에는 하루살이들이 한창 춤을 추고 있다.

‘오늘로 끝나는데 저렇게 춤을 추다니….’

안타까워하면서 창문을 닫았다.

 

무심히 돌아서려는데 창유리에 무엇이 붙어 있다.

하루살이였다.

황백색의 기다란 몸에 세 가닥 꼬리를 가졌다.

흑색 줄무늬를 띈 배가 그런대로 귀엽게 보였다.

 

하루살이 애벌레는 모래밭에서 2~3년을 산다.

성충이 되면 1시간에서 몇 일간 산다.

수컷들이 무리지어 춤을 추면 암컷들이 날아든다.

짝을 고르면 혼인비행을 한다.

수컷은 탈진하여 바로 죽는다.

암컷은 물위나 식물에 알을 낳고는 죽는다.

흔히 하루밖에 못 산다 하여 하루살이라고 부른다.

 

나는 하루살이를 보며 안쓰러운 마음으로 중얼거렸다.

“하루밖에 못 살면서 어쩌다 이 좁은 방안까지 들어왔니.”

“하루가 아니라 일생을 사는 거지요.”

하루살이의 뜻밖의 말에 내가 물었다.

“우리 시간으로 겨우 하루잖니?”

그러자 하루살이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많은 삶을 살았어요.

오늘 밝은 해가 솟아오르며 우리는 날개를 폈지요.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흐르고,

풀과 나무들이 싱그럽게 바람에 춤추는 것도 보았지요.

매미들의 노래도 듣고 수많은 꽃향기도 맡았지요.

물론 개구리의 습격도 받고,

잠자리의 공격에 많은 동료들이 잡혀 죽는 것도 당했어요.

그래도 나는 잡혀 먹히지 않고 살았으니 복을 받은 거지요.

혼인비행을 마쳤으니 나도 곧 갈 겁니다.

할 일을 다 한 것이니까요.”

 

 나는 하루살이의 말을 듣고 아무 말을 못했다.

그들의 하루는 하루가 아니라

삼라만상과 더불어 생사고락을 보낸 일생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들은 하루의 짧음은 탓함이 없이,

자손을 두는 성스러운 마지막 삶까지도

열정적으로 사는 것이 아닌가.

몇 달, 몇 년뿐이란 남은 삶을 듣고서

자포자기하는 많은 사람들의 삶을 떠올리며,

조물주가 사람에게 장래를 알려 주지 않고,

죽을 날을 가르쳐 주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 申吉雨 : 본명 신경철, 문학박사, 수필가, 국어학자, 문예종합지 <문학의강> 발행인

중국어번역수필집 <父親種下的樹>, 수필집 <차 한 잔의 행복> <언덕 위의 집> 등 1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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