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북아신문]오늘도 나는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의 “마음”이다.
해마다 삼복만 되면 여기저기에서 “더워 죽겠다!”는 재한중국동포들의 신음이 들려온다. 안 그래도 가시에 찔려도 아파 죽을 일, 일하다도 “힘이 없어” 죽을 일, 추워 죽을 일, 제때에 식사 못하면 배고파 죽을 일, 밸이 불어나 죽을 일(‘화가 나다’의 사투리)이 많기도 한데, 죽기도 전에 절반 땅에 묻혀 살면서 더위에 곤욕까지 지르니 “죽겠다”는 소리가 무의식중에 나올 만도 하다.
아무리 중국에 좋은 아파트가 있고, 돈이 있다고 떵떵거려도 원수불구근화 [遠水不救近火](먼 곳의 물로 가까운 곳의 불을 못 끈다)라고 괜히 뻥치는 소리 밖에 안 된다.
그렇다고 실외기를 설치해야 하는 에어컨이나, 냉풍기나, 제습기를 콧구멍만한 방에 모시고 사람이 밖에서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월세로 사니 언제 이사해야 할지, 언제 서해, 황해를 건너갈 지도 모르는데 그것을 달팽이처럼 걸머지고 다닐 수도 없지 않은가?
삼복더위는 김치냉장고, 냉장고, 컴퓨터, TV, 전기밥솥까지 가세해서 몇 평 안 되는 반 지하방, 옥탑방에서 사는 사람들을 아주 닭곰 못지않게 쪄버린다. 큰 맘 먹고 위험을 감수하면서 한 밤중에 밖에 나가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자연대류 自然對流(통풍)를 시킨답시고 한 참을 기다리려도 환기가 되지 않으니 여전히 땀벌창이다.
50대 아줌마라 힐끗 쳐다 볼 사람도 없고, 퉁퉁 부어버린 몸을 탐낼 사람도 없지만 “떡 줄 사람은 꿈도 안 꾸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고 작은 창문도 밀봉상태로 만들어 놓는다. 물먹는 하마를 20개씩 모셔다 놓아도 그 큰 입으로도 감당을 못해서 여름이 지나면 옷이고 어디에서고 곰팡이가 꽃을 피운다.
나는 이과 출신이라 물리. 전기, 화학이라면 막 달려드는 기질이 있기에 일상생활에서도 그 덕을 많이 보는 사람이다. 밤이면 서늘한데 집안은 찜통이어서 잠들 수 없으니. 어떻게 하면 自然을 집에 모셔 들일가? 강제대류 强制對流를 시킬 가? 그렇지! 2만원 좌우하는 조그마한 신일환풍기로도 급한 불은 끄겠지?!
36cm×36cm 규격의 작은 환풍기를 작은 되창에 피스를 박고 고정시키고 테이프로 주위를 밀봉한 다음 스위치를 켰다. 상상초월이었다. 얇고 작은 “커튼”이 들리더니 덥고 습한 공기가 확 빠져 나갔고, 밤이 되니 한시간만에 되레 환풍기도, 선풍기도 꺼버리고 얇은 것을 덮고 자야만 했다.
매일 빨래, 요리로 금세 물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던 하마가 되레 물을 기다리니 집안이 뽀송뽀송해졌다. 신일 환풍기 하나를 모셔 들여오니 내가 집에서 쫓겨나지 않게 됐고 효율적으로 살게 됐다.
어떻게? 집안의 열악한 공기로 하여 물먹은 솜처럼 퍼져버려 반죽음 상태로 멍하니 있었는데 지금은 뭐 좀 만지작거리기도 하고, 환풍기를 켜고는 지지고 볶아서 먹고 싶은 것도 만들어 먹는다. 또 요렇게 키보드를 치면서 횡설수설도 한다.
괜히 에어컨을 싫어하는 체질인지라 지하철에 가면 에어컨을 피해 자리를 잡고, 사무실에서도 에어컨을 원수처럼 피한다. 에어컨이 있는 곳에 들어서면 먼저 어떻게 멀리할 가 궁리하는 타입이라 이 환풍기를 내세워 100만 원 짜리 “에어컨아 물렀거라!”고 외칠 수 있다. 밖의 시원한 공기를 거의 공짜로 집에 모셔오는 환풍기가 그토록 대견할 수가 없고 오아시스를 아니,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의 심정이다.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지만 미사일을 가진 사람 앞에서 공기총자랑을 하는 격이 될 가 나 혼자만이 좋아했다. 하지만 오늘 자존심을 버리고 통풍이 전혀 안 되는 집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환풍기를 사서 사용해 보시라고 권하면서, 나의 “획기적인 발견”을 소개한다. 자연풍이 여러분을 부드럽게 감싸 안아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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