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가 졸고 싶어라
세상 어딜가나 심벽에 메아리쳐 오는
푸른 울름
뻐꾹, 뻐꾹,
싸리바자 오붓한 울안 버섯같은 초가집
황토벽에 기대 들을라면
해살처럼 포근히 밀려오는 고요한
한 낮의 달콤한 졸음,
졸음은 봉선화 맨드라미처럼 색갈지고
호박 넉줄이 꽃들 사이에 꿈을 감겨라
방천엔 황소가 새김질하는 금빛 한가한 세월
세월이야 가도 안 가도 그만 유적하더라
시내가 정겨운 은 물결에 졸음 띄우면
옛 전설에 몽유가 흘러라
어느 세상 어느 세월인지를 모르고
천년에 죽음 묻은 듯 잠기는 졸음
고향아, 너를 떠나 수십년
타향도 살다보면 정이 들겠지만
태여난 고향은 오롯한 봉분같은 그리움
마음엔 하냥 간질거리는 보풀이 일어라
이제라도 그때의 졸음에 취하고 싶구나
그리움이 여운져 오는
뻐꾹, 뻐꾹 …
고향의 내가에서
발가벗은 개구쟁이들아,너희들이 그물 반두로
작은 물고기를 잡는다며는 놓아 주거라
너 같은 시절, 나의 은빛 기억이리니,
돌팡구 사이 금모래를
꼬리 젖는 동요 이리니,
아직은 싱싱한 비린내
내가 살고 있는 냄새이리니,
등어리의 해빛
편린들의 별빛은
내 영감의 섬광이리니,
개구쟁이들아, 너희 꿈처럼 작은 물고기
하천은 아직 멀거니
놓아 주거라, 나의 기억, 나의 향수(鄕愁)를
덧 없는 세월만은
매운탕 끓여 먹어도 좋으리니 -
낚시터의 할아버지
마음의 고요가 담겨있는 늪
맑은 시름들이 잔잔히 펴진다
고기처럼 꼬리 젖는 생각들
할아버지 심사에 걸려 반짝인다
자글자글 한낮의 태양 아래
삿갓 모자엔 물잠자리 앉아 조을고
수면이 반사된 얼굴엔
깊은 주름들이 밀려 알른거린다
고생으로 무너져 내린 어깨는
한 많은 세월이 고동색으로 지글지글 타있고
찌를 응시하는 눈빛엔
설음 많은 길이 아른아른 숨어있다
나의 동년은 할아버지 무릅 베고
혼곤히 잠들었다
일렁이는 꿈
물 마시러 내려 온 늙은 사슴이
할아버지 그림자속으로 지나간다
보슬보슬 보슬비 내리는 날은
보슬보슬 보슬비 내리는 날은
촉촉히 촉촉히
구수한 흙향이 감기는
고향이 배어 옵니다
보슬보슬 보슬비 내리는 날은
봉긋이 봉긋이
땅속에 비벼 묻힌 기억들이
파릇파릇 싹터 오릅니다
철없던 동년이 어리광치던 고향
미우나 고우나 응석을 받아주던 고향
고양이털처럼 보드랍고 따스한 고향엔
그리움이
바람깨비처럼 웁니다
고향을 떠나 온 길은 갈수록 좁아지고
거친 세상 눈치보며 살기가 싫습니다
철없던 동년을 찾아 가고 싶습니다
보슬보슬 보슬비 내리는 날은
정든 고향, 향수에 젖어
눈빛만 호졸곳 합니다
오 솔 길
풀숲에 굽이굽이 띠를 풀어 놓은 듯
아른아른 하염없는 생각이 가는 길
기억처럼 띠염띠염 서 있는 나무그루
저녁놀 감겨있다
감감한 오솔길 끝 어딘가 산비탈아래
동화같이 오붓한 마을
옹이 굴뚝 연기나는 초가집 마당
싸리바자에 에운 이야기들이 도른도른 숨어있다
외양간 새김질소리 깊어가는 밤
닭장문 두드리는 쪽재비의 동요 들려오고
독수리가 유유히
선회하고 있다
호수가 낚시대엔 거미가 줄을 치고
찌엔 실잠자리 내려 앉아 쪽꿈 들었다
들꽃 비낀 개울물 그림속으로
버들치 부르는 동요가 들려온다
언젠가 나라 잃고 고향 떠난 사람들
이민의 설음안고 애착한곳
그런대로 굶주림 달래며 정들어
모닥불 가엔 지나온 이야기도 많더니
그리움은 하냥 오솔길 따라 굽이굽이
가도 가도 아득한 산과 들
길 우에 구름처럼 떠오르는 추억들이
가슴속에 흘러와 뭉개 친다
진달래
춘색이 아롱진 나물캐는 노래찾아
추억의 사립문 살며시 열면
너의 노래는 진달래꽃에 숨어 향기를 풍기겠지
봄 하늘에 꽃송이처럼 뜬 미소찾아
햇구름 따라 가까이 찾아가면
너의 미소는 진달래꽃 잎에 숨어 있겠지
노랑 저고리 엷은 치마 하르르
코 고무신 곱게 앉아있는 너의 치마자락 팔락이면
부끄러운 보조개 웃음
아지랑이 타고 가볍게 다가오는 고향 산천에
올듯 말듯하다 아니 오는것 같아
갈듯 말듯하다 아니 가는것 같아
허허로이 맞고 허허로이 보내는 봄
그래도 기다릴거예요,
해마다 그리다가
나의 뜰안엔 흩어진 꽃잎만 가득
혹시 오시려나
가만히 부른다
고향아, 진달래야 -

70년대 <연변문학>으로 시단데뷔
2007년 8월 26일 11회 연변 지용제
정지용 문학상 수상
KBS성립 45주년과 50주년 기념행사에서
망향시 우수상 두차례수상
연변작가협회 회원
료녕성 작가협회 회원
심양조선족문학회 부회장
심양 시조문학회 부회장
시집 <달밤의 기타소리> <징검다리> <자야의 골목길>
<팔공산 단풍잎(한국 학술정보(주)에서 출판)><다구지길의 란>
<료녕성조선족 시선집(리문호편찬)>가 있음
이메일; lwh03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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