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위로는 도도한 흑룡강을 머리띠처럼 두르고
가슴에는 팔 벌리면 펼쳐지는 장엄한 송화강이
심장의 맥박처럼 밤이나 낮이나 뛰는 하얼빈
흑토의 큰 나무로 평생을 북풍 맞으며
장엄한 이파리 무성히 펼치신 흑룡강성의 대부로
조선민족 詩의 씨앗 뿌리시고 거두신 시인 한춘선생님
흑룡강도 잠시 눈 감고 침묵에 들었으며
송화강 역시 눈물 맺힌 물비늘 일으키며
노을을 온몸으로 받으며 목이 메여 울먹입니다
詩를 조선민족 영혼의 북극성처럼 빛냈으며
술을 조선민족의 풍류로 달랬으며
담배를 조선민족 삶의 벗으로 함께 하셨으니
그 모두가 잘 하신 일로 우러러 봅니다
본명 임국웅 보다 필명 한춘(韓春)으로 더 알려지신
북방 조선족문단의 태두이신 선생님
때론 산천(山川)이란 이름으로 조선족문단사를 빛내신
중국조선족시단 현대시의 기수로서 깃발 드높였던 선생님
한국의 참소주맛 좋아하셔서 제가 한국 참소주를
대구에서 하얼빈까지 갖다드렸지요
한국 소주 부드러운 맛이 좋아! 하셨지요
흑룡강신문사초대소 중년아주머니께서도
이젠 선생님 안 계시시니 많이 슬퍼하겠습니다
한국탈랜트 채시라 한복맵시 간판이 이색적인
흑룡강신문사초대소에서 故 리삼월선생님도 뵈었고
김종죽선생님 뵈었던 기억 어제 같습니다
오늘도 흑룡강은 도도하게 흐르고
송화강은 조선민족의 얼을 물낯바닥에 비추며
북태평양을 향해 장엄한 걸음 내딛겠지요
이제는 선생님의 그 바람에 날리던 담배연기도
줄지어 기다리고 있을 중국 8대명주 가운데
두보가 마셨다는 죽엽청주(竹葉淸酒)도
먼 나라에서나 만날 수 있을런지요
송화강에 나가면 100미터 간격으로
미인을 만날 수 있다는 그 말씀도
이제는 무용하게만 느껴집니다
인생이란 마차를 끄는 말의
방울소리 같은 것이어서
댕그랑댕그랑 귓전을 울리다가
온하늘 울려 퍼지며 지나갑니다
그런 길 위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만남과 이별이 기약없이 주어진다니
한 떨기 꽃을 보아도 허무할 따름입니다
아, 하얼빈의 하늘은 맑기만 하여
흑가마귀떼들이 태양을 쪼아먹겠습니다
부디 가시는 걸음걸음 발도 몸도 아프지 않는
天桃복숭아 주렁주렁 열리는 무릉도원에서
그리운 흑토 내려다 보시며 담배도 피워물고
술도 한 잔 하시면서 시도 한 수 읊어주시옵소서

(2013년 7월 19일 새벽 3시 22분에 쓰다)

◇-韓國 徐芝月 詩人은 1955년 대구 태생,「교원예술상」문예부문에 시 <꽃잎이여>로 大賞에 당선, 문교부장관상 수상.『심상』,『한국문학』신인작품상에 시가 각각 당선되어 등단. 중국 연변「민족시문학상」수상, 중앙일보「한국을 움직인 인물들」,조선일보「국내 주요인사 인물정보 BD」,연합뉴스「한국 주요인물」에 선정됌. 현재, 한국시인협회 중앙위원. 한민족사랑문화인협회 작가회의 공동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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