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북아신문] 세수를 하고 나오니 동생이 거실에서 파리채를 들고 천장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다.
“웬 파리채냐? 파리가 어딨다고.”
동생은 여전히 두리번거리면서 대꾸한다.
“파리는요? 모기 때문이지.”
안방으로 들어가니 거기서는 매제가 신문지를 말아 쥔 채 역시 모기를 쫓고 있다. 그러고 보니, 아침신문 위에는 죽은 모기 여러 마리가 놓여 있다. 두어 마리는 배가 터져 붉은 핏기를 보이고 있지만 대부분의 것은 배가 홀쭉하다. 아마 추석 명절의 차가운 초가을 날씨 때문에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여 피를 빨아먹지도 못한 채 잡히고 만 것 같다.
“집안에 모기를 기르나 봐. 모기 때문에 한 숨도 못 잤어요.”
매제의 실없는 소리에 응원이나 하듯 여동생이 안방으로 들어오며 한 마디 던진다. 그리고는 모기에 물려서 분 팔이며 손등을 내보인다.
“그거야 동생의 피가 남달리 달콤해서 그렇지.”
위로는커녕 엉뚱한 내 응답이 언짢았던지, 여동생은 앉아서도 여전히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린다. 모두들 모기에 물린 것을 억울해 하고, 모기는 잡아야 한다는 태도이다.
금년에 모기가 유난히 많다는 아내의 말에, 이상 기후 때문이다, 집 앞 빈터에 풀이 있어서다, 문단속을 잘 하지 못해서다, 별별 의견이 다 나온다. 동생은 모기약도 없이 어떻게 여름을 났느냐면서 안쓰럽다는 듯한 태도를 일부러 지어 보이며 웃는다. 다들 가족을 보호하고 사람만을 중히 여기는 모습들이다.
“애앵―― ”
갑자기 모기소리가 내 귓가에서 들린다. 모기 한 마리가 눈앞을 지나 포물선을 그리며 창 쪽으로 날아간다. 매제가 보던 신문을 말아 쥐며 일어선다. 그러나, 모기는 눈치를 챘는지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보이지 않았다.
작은 화분에 물을 주려고 창가로 갔다. 그런데, 모기가 거기 유리창에 붙어 있는 것이었다. 모기는 아침 햇살을 받아 그 모습이 아주 선명하다. 여섯 개의 가느다란 다리며 양파의 속껍질보다도 더 얇고 투명한 날개가 똑똑히 보인다. 머리에 비해 긴 입도 가늘면서도 또렷하다. 햇살을 받아 다리와 몸통 주변의 솜털 같은 부분까지도 잘 보인다. 신기하고 기묘하다. 모기를 이처럼 자세하게 살펴보기도 참 오랜만이다.
헌데, 배가 홀쭉하다. 아무 것도 빨아먹지를 못했는가 보다. 가로세로로 그어진 배의 무늬도 배가 텅 비어 쭈그러져서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이 녀석은 밤새 무엇을 했단 말인가? 평소보다 사람 수가 두 배는 늘었는데 그렇게도 피를 빨아먹을 기회를 얻을 수가 없었단 말인가? 게으름뱅이인가, 무능력자란 말인가? 아니면 불구자? 날개와 다리가 멀쩡한 것을 보니 혹시 정신이상자일까? 아니, 어디가 아픈지도 모를 일이지. 그러고 보니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모습으로는 밖에서도 힘들 텐데, 어쩌다가 방안에까지 들어와 그 고생이니?’
안쓰러운 마음에 유리창 문을 조금씩 조심스럽게 옆으로 밀었다. 그래도 모기는 유리에 앉은 채 움직이지 않는다. 한 짝을 거의 다 열고 바깥의 방충망 문짝을 열었다. 맑은 공기가 산뜻한 맛을 풍긴다. 옆 유리문 위의 모기는 여전히 가만히 앉아 있다.
팔을 들어 모기를 열린 창문 쪽으로 몰았다. 한 번 옮겨 앉던 모기는 다시 날아 밖으로 휭 날아간다. 그 긴 비행 곡선이 참 보기 좋다.
‘그래, 자유롭게 날아가 자유롭게 살거라.’
잠시 모기가 날아간 쪽을 바라보고 무심코 돌아서는데 아내의 얼굴이 마주한다. 처음부터 보고 있었던 듯이 빙긋이 웃고 있다. 몰래 보다가 들키기라도 한 것처럼 계면쩍어 나도 덩달아 웃었다.
* 申吉雨 : 본명 신경철(申景澈), 문학박사, 수필가, 시인, 국어학자, 대학교수 정년퇴임, 한국펜본부 이사, 서울 서초문인협회 회장 역임, 현재 문예종합지 <문학의강> 발행인, 시집 <남한강 연가>, 중국어번역수필집 <父親種下的樹>, 수필집 <차 한 잔의 행복> <언덕 위의 집> 등 10여권, , 저 서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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