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당국회담 무산 무엇이 문제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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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당국회담 무산 무엇이 문제였나?
  • [편집]본지 기자
  • 승인 2013.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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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그림 없이 국면대응에 급급…입장차 조율할 비선 조직 없어

 

▲ 남북당국회담의 무산으로 11일 오후 회담 장소인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준비팀이 철수하는 모습.
[서울=동북아신문]6월 12일로 예정됐던 남북당국회담이 끝내 무산됐다. ‘장관급 회담’으로 거론됐던 남북회담이 ‘당국’이란 이름으로 바뀌었다 개최 하루 전에 무산되는 초유의 일이 발생한 것이다.

남북관계를 대화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던 이번 회담의 무산으로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본격 가동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 또한 사라졌다.

남북회담 무산의 가장 큰 원인은 남북 대표단의 ‘급’을 놓고 벌이던 신경전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협상 전략 부재로 큰 그림 대신 국면 대응에만 집착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비공식 채널의 부재도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논의가 한번 뒤틀렸을 때 이를 풀어낼 동력이 없었다는 비판인 것.

북한이 지난 6월 6일 남북 당국간 회담을 제안하자 우리 정부는 그날 저녁 곧바로 12일 ‘장관급회담’을 서울에서 갖자고 수정 제안했다. 전례에 따라 북측이 남북 장관급 회담에 통일전선부 부부장 급을 단장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았지만, 정부는 일단 장관급회담을 하자고 제안한 뒤 9일 실무회담에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을 밀어부쳤다.

그러나 북측은 극구 우리 정부의 ‘김양건 수석대표’ 요구를 거부하고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국장을 수석대표로 내세웠다. 우리 정부는 이에 김남식 통일차관을 수석대표로 제시했고, 북측이 반발하면서 회담은 결국 무산됐다.

전문가들은 ‘장관급회담’을 제안할 때 북한의 김양건 통전부장이 나올 것을 명확하게 요구하지 않은 것은 전략적 미숙성을 드러낸 것이라며 김 통전부장이 회담 단장으로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면, 그가 회담 단장으로 나서지 않으면 장관급회담을 개최하지 않겠다고 처음부터 못을 박고 북한이 그 점에 동의할 때 실무접촉에 나섰어야 했다고 말한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이 ‘급’을 놓고 벌어지는 기싸움 양상을 주도하면서 상황은 더 꼬였다. 박 대통령은 10일 “당국자 간에 격이 서로 맞지 않는다고 한다면 시작부터 상호간 신뢰하기가 다소 어려운 점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黨)이 주도하는 국가 체제인 북한은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를 겸하는 통일전선부장직을 우리의 장관급보다 더 높은 자리로 인식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은 차치하고, 북한의 진정성을 대표단의 ‘급’에서 찾겠다는 것이었다. 이 바람에 남북회담의 무산까지 논란의 중심은 내내 ‘급’문제였다. 의제는 주요하게 논의조차 안됐다.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은 “남북 회담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걸 얻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보다는 ‘북이 저렇게 나왔으니 우리는 이렇게 해야지’하는 식의 국면대응적 정책뿐”이라며 “큰 그림 대신 그때그때 대응하다보니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면대응 과정이라도 남북의 입장이 헝클어지면, 비선채널에서 이를 보완해주는 작업이 있어야 했는데 비공식 채널이 없다시피 한 것도 이번 사태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정부 당국자는 “박 대통령이 공식 채널을 강조하고 있는데, 모든 나라가 외교 활동에서 비선 채널을 갖고 있다”며 “하물며 북한은 복잡한 상대인 만큼 비선 채널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북한도 개성공단 정상화를 포함해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얘기하면서 대표단의 위상이라는 지엽적인 부분을 문제 삼아 회담을 취소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남한과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던 중국과의 관계까지 껄끄럽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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