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시즈호카현 대표적 명산 후지산(3,776m),백두산(2,744m),한라산(1,950m)

올 따라 유난히 춥다는 기상예보를 들으며 방황하는 바보가 되지 않고 현명한 철학자가 되기 위하여 일본 큐슈(九州)로 떠날 여행가방을 챙겼다. 흰 눈이 대전 보문산에 모자를 씌우듯 소복히 쌓인 겨울날.
‘한국해외문화교류회’ 일행 13명은 설레이는 맘으로 대전역에서 열차를 타고 부산으로 향하였다. 올 한 해 행사가 많아 몸과 마음이 지쳐있는 상태에서 가볍게 떠나는 일본국 큐수지방으로의 3박4일간 문화탐방길에 올랐다.
여행의 즐거움은 한 잔 술에 바라보는 새로운 문물의 정취라고 했던가! 미리 준비한 술에 김밥과 간단한 간식은 여행이 갖는 흡족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차창 밖으로 휙--휙-- 스치는 메마른 겨울나무가지에서 엄습함을 느끼기는 했지만 은색나무가지에서 풍기는 안온함은 또 다른 정취를 느끼게 했다.
찬 기운으로 마른 기침을 차창 밖 겨울풍경을 살갑게 바라보던 김재연 이사가 손을 내밀며 말한다.
“어여, 한 잔 혀. 달리는 기차 안에서 마시는 술맛은 꿀 맛이구먼.”
“허허-- 그렇치 한 잔의 이 술 맛이 옥황상제가 부럽지 않는군.”
그러자 앞에 앉아 시상(詩想)에 잠기던 국보(國寶) 김보헌 시인이 고개를 돌리며 끼어든다.
“두 분의 아름다운 환상술만 마시지 말고 저도 그 판에 끼워 주시구랴!”
“헛헛헛--- 나는 눈을 감기고 시상에 잠기기에 또 무슨 위험한 상상에 잠기나 했더니 주요 포인트는 뒷전 환상술판이었구랴!”
“그럼요오. ‘위험 할 수 록 더 짜릿한 상상이지요. 허허허---”
근래 대전에서 아들 결혼식에 맞춰 자신의 시집 ‘위험할 수 록 더 짜릿한 상상’이란 시집을 내고 세간에 화제를 모으고 있는 국보 김보헌 시인은 술 잔을 받아들고 자아도취하여 쭈욱 받아 넘긴다.
이 때 건너편에서 꾸벅꾸벅 졸고만 있을줄 알았던 송락(宋樂)성악가가 눈을 번쩍 뜨더니 말한다.

“아니 이 환상술판이 남정네들만의 전유물로 아니고 자기네들끼리만 히히덕덕 주고 받는 거요. 우리 아낙네들도 즐길 줄 알고 느낄 줄 알고 즐거워 할 줄 알아요. 우리도 낑거 줘요.”
그러자 국보 시인이 허탈웃음을 지으며 목례를 하며 술잔을 건넨다.
“아하? 잠시 실례했군요. 이런 일을 ……. 자 받으시와요. 예술여왕마마님!”
송락 성악가는 겸연쩍은 듯이 일어나 엉거주춤 술잔을 받으며 웃는다.
“이런 소인이 너무 무례를 했나요. 저는 웃자고 너스레를 떤 것인데, 호호호---”
이런 저런 덕담을 나누는 사이 휙--- 휙--- 소리를 내며 차창 밖 풍경을 뒤로 한 체 달리는 경부선 KTX 고속열차는 경상도 구미를 거쳐 대구를 가볍게 짚고 넘더니 부산역 플렛트 홈에 가쁜 숨을 고르며 멈춘다.
일행 13명은 서로 여행가방 하나씩 끌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부산역을 빠져나왔다. 길을 가다가 가향(佳香) 이영순 시인이 말한다.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로 가기 전 부산역 앞에서 일행이 모여 찰칵!
“아니 길 떠나는 자 그대의 뒷모습이 아름답다는데 그냥 갈건가요. 여기서 사진 한 방 찍고 가지요.”
그러자 국보 시인이 응수를 한다.
“그럼요 명색이 한국해외문화교류회 일본국 문화탐방단인데 그냥 갈 수 있나요. 자, 이리오세요. 멋지게 한 방 찍어요.”
“좋아요. 하하하--- 족적을 남겨야지요.”
2. 부산 국제여객터미널에서의 즐거운 워밍업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 도착한 일행은 2층 대합실에 모여앉아 일본국 큐슈지방 문화탐방을 떠나기 위한 워밍업을 가졌다.
일본에 가기 전 준비사항은 무엇인지, 빠진 것은 없는지, 멀미약 등을 챙기며 체크를 하기 시작하였다. 여기서 또 풍류객 국보 시인의 기지가 발휘된다.

“10여시간 배를 타야 한다는데 여기 배 멀미약 드세요.”
영롱하게 반짝이는 눈빛으로 이수강 선생이 말한다.
“어? 무슨 멀미약이 그렇게 크고 많아요?”
“히히히--- 이 멀미약으로 말 할 것 같으면 먹어서 기운이 나고, 신이 나며 남녀 모두한테 최상의 환상에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국보급 명약(名藥)입니다. 자, 드세요. 들어요.”
국보 시인은 먹는 맛김을 콧수염으로 붙이고 마치 퍼포먼스를 하듯 대전에서 공수해간 막걸리 병을 들고 종이컵에 술을 따르며 국보급 명약 멀미약을 권하고 있었다. 그러자 일행은 배꼽을 쥐며 웃었다.

“하하하--- 못말리는 국보 시인이여!”
“저렇게 크고 하얀 멀미약은 난생처음 보네. 호호호---”
“참내, 허허허--- 호호호---”
일행은 2층 대합실에서 일본 시모노세키항으로 출항하는 배를 기다리며 시낭송과 키타연주를 하며 잠시 여흥을 가지며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부산국제여객터미널의 이영순 시인의 시낭송, 나은 부부듀엣의 노래
일행이 시낭송과 노래로 여흥을 즐기며 일본국 큐슈지방 문화탐방 워밍업을 하는 사이 일본 시모노세키항으로 출항하는 성희호에 승선하라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500여명이 되는 많은 여행객들이 줄을 서서 여권을 들고 출국심사를 맡고 있었다. 비행기를 탈 때는 상당히 까다로왔던 출국심사가 여객선은 비교적 수월하였다.
사위는 까아만 밤바다를 둘러쌓고 철썩철썩하고 파도가 성희호 배편을 때리는 소리를 들으며 성희호는 1만6천톤급의 육중한 무게에 600여명의 승객을 싣고 천천히 일본 시모노세키항을 향하여 부산항을 떠나고 있었다.
우리가 승선한 성희호(Seong Hee)는 일명 선상미술관이라 불리울만큼 선내에 다양한 미술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주)부관훼리 성희호는 대한민국의 여객선이자 선상미술관이다.
(주)부관훼리 회장 손녀딸 이름을 따서 지었다는 성희호는 천(天), 지(地), 해(海)를 기본 컨셉으로 하여 각 데스크마다 미술품들을 전시하고 있으며, 2002년 5월 22일 첫 운항을 시작으로 지금은 우리나라 부산항에서 일본국 야마구찌현 시모노세키현을 왕복 운행하는 대형 국제여객선이다.
2002년 (주)현대미포조선이 건조한 성희호는 16,876톤으로서 평균 18노토로 운항하는 한국 국적으로서 승무원 44명 승객 562명을 태울 수 있으며 트럭 30여대와 승용차 70여대 등 100여대의 자동차를 실을 수 있는 대형 여객선이다.

우리가 묶을 숙실은 118호로서 40여명이 묶을 수 있는 큰 방 다인실이었다. 방에 들어간 우리는 한쪽으로 가방을 치우고 가운데를 확보하였다. 10여시간 긴 시간을 가려면 우리끼리 뭔가 레크레이션을 해야 했다.
따라서 박재승 선생은 색소폰을 연주하기 위하여 한쪽에서 셋팅을 하고 국보와 우리는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준비해온 광어회와 막걸리 등 음식을 가운데 차렸다.
그리고 바로 옆방 199호 다인실에 있는 승객 몇 분과 건너방에 있는 학생들 몇 명을 불러 ‘성희호 선상 작은음악회’준비를 했다. 물론 사회는 국보 시인이 맡았다. 가운데 음식을 중심으로 빙 둘러 앉으니 20여명이 되어 검은 밤바다 현해탄을 건너는 선상 작은음악회로서는 그런데로 성황을 이루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러분께서는 지금 검푸른 파도 현해탄(겐카이나다(Genkainada. 玄海灘)을 건너 일본국 야마구찌현 시모노세키로 가는 성희호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10여시간 지루한 여행을 해소하는 한편, 레크레이tus을 통한 유익한 문화예술의 감성을 살리기 위하여 지금부터 ‘성희호 선상 작은음악회’를 시작합니다."
소주병에 배추 잎사귀로 긴급히 만든 마이크를 들고 세련된 어투와 매끄러운 말솜씨로 이끌어가는 국보 시인의 인사말에 일행은 우뢰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우와와 --- ”
“짝짝짝 --- ”
성희호 118호 다인실. 국보 시인의 소개 박재승 색소포너의 멋진 연주
환호성이 얼마나 컷는지 현해탄 검푸른 파도를 제치며 가는 성희호가 멈추는 듯 한다. 먼저 이영순 시인의 시낭송으로 선상 작은음악회 막을 열었다. 작은 배경음악에 맞춰 낭낭하게 들리는 시낭송은 118호실의 분위기를 그윽하게 자아내는가 하면 파도를 거스르며 달리는 성희호를 한껏 품격있게 살려주고 있었다. 홍성운 선생의 협조로 박재승 선생이 한국에서부터 가져온 색소폰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시낭송이 끝나자 함께 있던 학생들이 좋다며 박수를 친다.
이어 나은 작가의 명연주곡 미국 벤쳐스악단에 ‘Pipe Line’이 경쾌하게 연주되었다. 마치 현해탄의 파도를 타고 오르락 내리락하며 곡예를 하듯 연주되었다. 나은 작가의 6번선 굵은 키타줄에서 울리는 '딕디기디기디--- ' 하는 환호성이 얼마나 컷는지 현해탄 검푸른 파도를 제치며 가는 성희호가 멈추는 듯 한다.“
벤쳐스악단의 'Pipeline'경음악은 1960년 전 세계를 휩쓸었던 연주곡이다. 이 곡은 벤쳐스 오리지널이 아니며 캘리포니아 출신의 5인조 그룹 샨테이즈(Chantays)의 오리지널 곡(1963)을 벤쳐스가 재빨리 리바이벌 한 것이라고 한다. 또한 파이프라인은 기름송유관이 아니며 '디기 디기 디기 - - - ' 하면서 나오는 인상적인 전주 부분이 기름이 송유관을 타고 꿀럭꿀럭 흘러가는 모습을 묘사한 것이라고도 하고, '파이프라인'은 서퍼(Surfer)들이 파도타기 할 때, 파도가 둥글게 말리는 순간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한다.

이어 이쓱한 한겨울밤 현해탄 파도에 좌우로 로울링이 심한 기류속에서 나은 부부듀엣이 키타에 맞춰 노래를 한다. ‘사랑은 이렇게’라는 노래를 감미롭게 노래하자. 일행은 즐거워하며 박수를 친다.
“야호, 앙콜 좋아요.”
“와--- 박은옥 정태춘을 뺨 치네요. 호홉과 노래가 감미로워 참 좋아요.”
“오호라 통제야! 여행은 나에게 있어서 정신을 다시금 젊어지게 해 주는 샘이야.”
이어 나은 작가와 박재승 색소포너(Saxophoner), 그리고 국보 시인은 성희호 휴게실로 작은음악회 장소를 옮겨 다른 여행객들과 함께 어울렸다. 통키타를 치며 합창하는가 하면, 웅장하게 울려 퍼지는 박재승 색소포너의 음색을 따라 춤을 추는가 하면 전북 전주에서 신언자 여행객 등 10여명의 여행객들과 함께 한 잔 술을 마시며 춤도 추었다.
성희호 휴게실에서 늦어가는 새벽녘 밤을 지새우다시피하며 얼마나 놀았을까……? 유난히 배가 요동을 친다. 아무리 큰 여객선이라고 한들 대한 해협과, 일본 후쿠오카 현(福岡縣) 서북쪽에 있는 바다의 거친 파도를 당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현해탄(玄海灘)은 일본말로 겐카이나다(Genkainada)라고 하며 우리나라와 규슈(九州)를 잇는 통로로, 파도와 풍파가 심한 지역이다. 쓰시마(對馬) 해류가 북동쪽으로 흐르고 동해 해류가 남쪽으로 흐르며, 방어, 대구, 정어리 따위의 난류성 어류가 많이 잡힌다고 한다. '현해'란 '검은 바다'라고 해석이 되며 이 지역에 쿠로시오 해류가 흐르고 있기 때문에 더욱 심하다고 한다. 일본에서 한자로 흑조(黑潮)라고 쓴다.
현해탄 바다의 거친 파도로 인하여 성희호가 요동치는 바람에 선상 작음악회는 자연스럽게 해산되고 배 멀미에 각기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어떤 이는 화장실로 달려가 구토를 하는가 하면 어떤 이는 반드시 누워 배 멀미의 고통을 지우기 위하여 억지로 잠을 청하였다. 이때 어느 이수강 선생이 탄식조 신음을 뱉는다.

“아, 여행은 사람을 순수하게, 그러나 강하게 만든다고 했던가! 조금만 참자 참아 … "
머리가 아파 118호 다인실을 빠져나가 한동안 객실 곳곳에서 배멀미와 구토로 고행의 시간을 보내는 사이 동편 일본국의 하늘사이로 여명이 잔잔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이른 아침 동편 태평양 바다로 일본국 야마구찌현 시모노세키항에서 떠 오르는 일출.
글쓴이 / 김우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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