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여름 집안시 마셴촌에서 발견된 고구려 비석
[서울=동북아신문]길림성(吉林省) 집안시(集安市)에서 고구려 광개토왕비의 건립(414년)을 전후한 시기에 세운 것으로 보이는 고구려 비석이 발견돼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19세기 말 알려진 집안의 광개토왕비와 충북 충주에서 1979년 확인된 중원 고구려비에 이은 세번째 발견이다.
길림성에서 발행되는 신문화보(新文化报)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집안시 마셴촌(麻线村)에서 글자가 새겨진 석판이 발견됐으며 집안시문물국 조사팀이 감정한 결과, 고구려 시대에 세워진 비석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물국 조사팀의 감정에 따르면 비석은 높이 173cm, 너비 66.5cm, 두께 12.5~21cm, 무게 464.5kg으로 모두 218자의 한자가 새겨져 있다.

<중국문물보>는 “비석 재료가 장군총(将军坟)에 쓰인 것과 비슷하고 비문에 광개토대왕을 가리키는 ‘태왕(太王)’, ‘선성(先圣)’ 등이 새겨진 것으로 미뤄볼 때 비석은 광개토대왕과 장수왕 사이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중국문물보>에 따르면 비석은 정면에 예서체로 10행에 218개의 한자를 새겼으며, 현재 140자 정도 판독이 가능하다. 판독된 내용은 광개토왕비의 구절들과 대체로 비슷하다. 물의 신 하백의 외손자인 시조 추모왕(주몽)이 나라를 일으켜 왕위가 이어졌다는 사실을 기술하고, (선왕들에 대해) 강가에서 사시(四時)로 제사 지내게 하며, 묘지기인 수묘인(守墓人)들을 부유한 자가 마음대로 사고팔 수 없다는 등의 규범을 밝혀 놓았다. 이런 내용들로 미뤄, 선왕의 묘역 앞에서 무덤 관리의 준칙을 일깨우려고 세웠던 수묘비일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중국의 유명 고고학자인 겅톄화(耿铁华)는 “이 비석은 광개토대왕비가 발견된 후, 중국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고구려 비석으로 고고학계의 중대 발견”이라며 “고구려의 정치, 경제, 문화, 예술 등을 이해할 수 있는 중대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학계는 발견된 비석이 광개토왕비 비문과 내용이 중복된다는 점에서, 그의 치세기인 4세기 말이나 사후에 아들 장수왕이 광개토왕비를 세운 414년 즈음 세운 것으로 일단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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