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대통령] 퇴임 후 더 존경받는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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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라는 대통령] 퇴임 후 더 존경받는 대통령
  • [편집]본지 기자
  • 승인 2013.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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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합과 국가 장래 건설-<신길우의 수필 253>
 [서울=동북아신문]지금 우리나라는 사회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어느 분야를 가릴 것 없이 국가보다 각기 자신의 이익과 유리(有利) 추구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법률 규정이나 윤리 도덕도 무시하고 있다. 교육은 성적과 학벌만 추구하며 교양과 순리(順理)를 소홀히 하고, 법조계마저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

   국민들도 정의감과 국가관이 별로 없다. 국민을 통합시키는 철학도 없고, 공동으로 지향하는 사회의식도 없다. 대부분이 장래보다 현재에 더 관심을 두고, 사회 전체보다도 개인이나 자기 집단을 생각한다. 여러 면에서 통일된 생각이 없고, 중구난방 식으로 자기주장만 내세운다. 타협 토론보다 독선과 단절, 개선 방안보다 반대와 고집 등이 횡횡하고 있다. 이런 일은 국가나 개인, 대소사를 막론하고 나타나는 일로, 자못 혼돈과 혼란의 시대라고 할 만하다.

   이런 상황에서 그래도 국가를 이끄는 것은 정치가들인데, 국민들은 정치가 가장 후진이라고, 정치만 잘 한다면 하고 한숨을 쉬고 있는 실정이다. 개인이나 정파의 이익과 유리에는 혈안이 되어 주변 인물들의 현재와 과거의 일까지도 들추어내며 갈등과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 재원 마련은 언급도 없이 사탕발림식 선심정책들을 마구 쏟아내고, 국가 장래나 미래는 고려하지 않고 어떻게든 당선되고 집권만 하려 한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그러고도 집권하면 이반된 민심과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여 정의롭게 통치해 나갈 수 있을까?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12월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하게 된다. 바람직한 대통령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바츨라프 하벨(V. Havel)은 체코의 극작가이고, 인권 및 반정부 활동가였다. 극장에서 무대기술자, 조감독으로 일하며 희곡을 습작하고, 1964년에 희곡《가든파티》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1968년 ‘프라하의 봄’ 사건에 소련군이 진입하여 극장을 떠나게 된 그는 농촌에 은거하며 반정부운동을 했다. 1975년에 대통령에게 공개편지를 썼고, 1977년 1월에는 ‘77 헌장’을 발표하였다. 이로 인해 그는 5년형에 4년간 복역을 하였다. 1989년 11월에는 반체제연합인 <시민포럼>을 조직하여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였다.

   이러한 활동으로, 그는 체코슬로바키아 공산정권 41년의 역사상 최초로 공산주의자가 아닌 시민운동가로서 1989년 12월 29일 체코슬로바키아 의회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공산정권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무너뜨린, 소위 벨벳혁명을 완수한 일이다.

   그런데, 정권을 맡은 하벨이 대통령에 취임하자, 집권했던 공산당 지도자들을 처벌하라는 국민들의 요구가 빗발쳤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거절하였다. 평화적으로 정권을 교체한 사람으로서 피비린내 나는 복수를 할 수는 없다고 국민들을 설득했다. 그리고 화해와 용서를 내세우며 국가 건설을 추진하였다.

   하벨이 대통령으로서 첫 번째로 한 일은 대규모의 사면이었다. 수감자의 3분의 2가 풀려났다. 정치범으로 수감되었던 사람들은 자유와 함께 능력에 따라 각 분야에 배치되었다. 그러자 그들은 처벌 대신 석방을 해준 것을 감사하고, 멸시와 천대를 받을 자신들을 국가 사회의 발전에 참여할 수 있게 한 조치에 진심으로 고마워하며 열성적으로 일을 했다. 그들은 죽을 지경에서 모면만 한 것이 아니라, 국가 사회에 헌신 봉사하며 떳떳이 살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국민 화합과 국가 건설에 힘썼던 하벨은 슬로바키아가 분리 독립하려는 것이 분명해진 1992년 7월 20일 대통령직을 사임했다. 막을 수 없는 사세(事勢)요 시류(時流)였지만 자신의 책임으로 여겼던 것이다. 그러나 1993년 1월 26일 의회는 그를 체코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으로 임명하였다.

   1996년 아내가 세상을 떠났을 때, 그는 또 한 번 국민들의 가슴을 감동시켰다. 아내의 약속이라며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한 것이다. 대통령 봉급도 대부분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써 온 그였기에, 퇴임 후 생계는 어찌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작가로 돌아가 글을 쓰면 되지요.”

   그는 1998년에 다시 대통령에 임명되어 2003년 2월 2일까지 수행하며, 외국인의 직접투자를 적극 유치하여 경제를 일으켰다.

   하벨의 퇴임행사도 TV로 방영된 5분짜리 짤막한 연설이 전부였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제가 실망시킨 국민, 저의 행동에 동의하지 않았던 국민, 그리고 저를 미워했던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용서하십시오.”

   체코슬로바키아연방과 체코의 초대 대통령으로서, 절대적인 지지와 존경을 받으며 대통령직을 수행한 그였는데도 그는 국민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했다. 그가 왜 국민 대다수의 지지와 사랑을 받았고, 또 수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가를 알 수 있게 한다.

   훌륭한 지도자는 그가 이룬 업적보다 그의 올바른 정신과 따뜻한 마음에서 존경을 받는다. 그리고 진정한 존경은 재직 때보다 퇴임 이후에 나타난다. 짧은 대통령 기간보다 길이 존경받는 인물이 되는 대통령이 선출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
(20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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