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운 장편연재2] 제2화 밀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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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운 장편연재2] 제2화 밀입국
  • [편집]본지 기자
  • 승인 2012.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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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거(四哥 넷째 형)쎄러( 谢了 감사합니다)"

"뽀중(保重 몸 조심하세요)!“

 나는 배웅 나온 쓰거(四哥)와 두 손 모아 작별 인사를 마치고 배에 올라탔다.나는 쓰거(四哥)가 성이 장씨인줄만 알고 이름은 모른다.장씨는 심양시 폭력조직의 우두머리중 하나로 쓰예(四爷넷째 나으리)로도 불린다.장씨는 연길 깡패우두머리 장근택과 막연한 사이가 아니다.장근택이 화룡의 리수룡의 총에 맞아 다리를 약간씩 절자 장씨는 지팡이 중간을 꺾으면 총이 되는 지팡이 권총과 중국 10대원수 하룡의 지팡이를 장근택한테 선물하기도 했다.훗날 리수룡은 장근택이 매수한 킬러의 총에 맞아 죽었다.장근택은 식당,노래방,사우나까지 경영했고 북한으로부터 외제차를 밀수하여 엄청난 부를 갖췄다.집에도 번츠 등 4대의 자가용이 있고 7만원(1200만한화)짜리 애완견도 기르고 있었다.주공안국 박국장하고도 형동생으로 지내는 장근택은 농포나 호박이보다 당근 위였다.장근택은 몇백명의 수하가운데서 20명 금강(金刚)으로 추려 검은 양복을 사줘 입도록했다.하남의 승애,북대 명태,공원의 똥개 등 20명 금강가운데 리강철은 내가 용정에서 어렸을적부터 친분이 있던 친구다.

 리즈밍을 죽인후 나는 그날 밤으로 연길에 있는 리강철을 찾았다.용정은 이미 경찰들이 쫙 널렸고 리즈밍친구들이 혈안이 되여 나를 찾았기에 몸 숨길곳이 마땅찮았다.리강철은 내가 찾아가자 기차역은 경찰이 있어 위험한걸 알고 자기용으로 직접 나를 심양에 있는 쓰거(四哥)한테 데려다주었다.리강철은 바쁜몸이라 바로 돌아갔고 쓰거(四哥)네 집에서 하루밤 보낸 나는 대련 동항(东港)에 배가 나져 동항까지 오게 된거다.

 50톤급 고기잡이 배는 길이가 9m정도가 되였는데 배 중간에 창고를 개조해 전문 밀입국을 알선하고 있었다.고기 한번 잡으면 1,2만원(200만원)버는데 비해 한사람 6만원(천만원)씩 열사람만 보내도 어마어마한 돈이여서 한번 도전할만했다.한국쪽에 잡혀봐야 출입국관리소에 몇일 구류에 2천만 벌금 나오고 중국쪽 역시 관대한 편이다.법적으로는 3년이하 징역이지만 일주일정도 구류 혹은 벌금 내거나 아는 사람 있으면 바로 나오기도 한다.이 선장도 이미 100여명 중국동포를 밀입국시켰다고 했다.20여년 배에서 굴러먹은 선장은 얼굴이 까마짭잡하고 주름도 깊게 패였고 옷도 몇달은 빨지 않은것같아 기름 바른것처럼 반질반질했다.겉모습보고 백만장자라고 하면 누가 믿겠는가!유(由)씨 성을 가진 선장은 내가 쓰예(四爷)가 보낸 사람이라 돈도 안 받고 또 특별히 대해 주었다.선장은 경찰들의 눈을 피해야 하므로 창고안에 숨어 있으라고 했다.선장 뒤를 따라 창고에 가니 10평방미터(3평)나 될만한 창고에 동행자가 있었다.아저씨5명과 여자3명 나까지 9명 모두 연변사람들이였다.아저씨들과 2명의 아줌마는 4,50대로 보였는데 한 아저씨와 아줌마는 부부인지 애인사이인지 좀 다정스러보였다.맨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얼굴을 파뭍고 흐느끼는 한 앳된 여자가 눈에 보였다.그리고 구석구석에 우황청심환 등 중약재 보따리랑 깨,고추가루 보따리랑 옷보따리랑 엉켜 쌓여있었다.모두 대충 옷을 깔고 누웠으나 아저씨 한명은 애꿎은 배갈만 마셔대고 있었다.죽을지도 모르는 항행에 배안은 싸늘함이 넘쳐났다.거기에 첫돐생일 쉬고 바로 아기를 두고 온 20대 엄마의 서글픈 울음소리에 축축한 창고안은 삭막감이 더해갔다.나는 그 옆에 자리가 있어 창고에 잔등을 기대고 앉았다.선장은 담요 하나 던져주며 행운을 빈다면서 다시 나갔다.나는 그여자를 툭툭치며 누우라고 손짓했다.그제서야 눈물 범벅이 되여 얼굴을 드는 그녀는 두 눈이 크고 쌍꺼풀이여 엄청 아릿다웠다.그녀는 아무말없이 다시 얼굴을 파 묻더니 계속 흐느꼈다.

 저녁9시쯤 되였나 문이 "쾅"하고 닫히더니 '뚝딱뚝딱'하는 못 박는 소리가 들려왔다.배가 "웅_"하며 시동을 걸더니 망망한 바다로 떠나갔다.나는 멍하니 며칠사이에 천당과 지옥을 드나들던 회상에 잠겨버렸다.죽음의 신과 장난하며 돈을 벌어 잘 살아보겠다고 자식 공부 뒤바라지 하겠다고 천만원 빚지며 도 아니면 모 식으로 떠나는 동포들과는 달리 친구 원쑤를 갚고 험한 가시밭길로 걷는 나는 후회는 없었다.친구 원쑤 갚은것만으로도 내일 죽는다해도 여한이 없었다.원래 강호는 내일이 없었다.

  갑자기 문이 '삐직삐직'하더니 '쾅' 열렸다.배가 황해영역에 들어섰을 쯤 배에 탔던 선원 5명이 우르르 들어왔다.그들은 다짜고짜 여자들의 팔을 잡아챙겼다.갑자기 창고안은 여성들의 비명소리가 귀청을 쨌다.그래도 남정들은 모두 자는척했다.돼지처럼 생기고 웃통을 벗은 한놈이 그때까지도 앉아 얼굴 파 묻고 잠간 눈 붙힌 앳된 여자팔을 당기자 그 여자는 놀라서 두 눈 부릅뜨며 소리질렀다.

 나는 순간적으로 정신이 번쩍 들며 두 눈을 크게 뜨고 손으로 살짝 그 여자의 팔목을 내리 치자 그 남자는 제 힘에 못 이겨 뒤로 벌렁 넘어졌다.

"타마디"(他妈的 씹할)그 남자는 씩씩거리며 성질 났는지 나한테 확 덤벼들었다.나도 잽싸게 일어나며 두발로 뛰면서 오른 발로 그남자 택을 걷어찼다.그남자는 또 뒤로 넘어졌다.그때 옆에 있던 한 놈이 또 덤벼들었다.나는 몸을 한바튀 돌며 오른 발로 그남자의 얼굴을 갈겼다.그놈도 그냥 자빠져버렸다.먼저 자빠진 놈이 바닥에 놓인 쇠파이프를 집어들었다.옆에 두 아줌마 바지를 내리던 두 놈마저 동시에 나에게로 다가섰다.지금까지 겁이 뭔지 모르고 날 뛰였던 나였지만 순간적으로 죽었구나는 공포가 몰려왔다.

 "야(呀)"하며 그놈이 쇠파이를 들어 나를 내리치려는 순간 "깐썬머?(干什么?무엇들 해)하는 천둥같은 소리가 나더니 선장이 아래를 내려보며 "콰이댈 쌍라이(快点上来)하며 성이 나 꽥소리를 질렀다.선장이 소리 지르자 선원들은 주눅이 들어 모두 슬슬 위로 올라갔다.나는 주먹 쥐고 싸울 자세를 취한 손에 어느새 식은 땀이 고인걸 느낄수 있었다.정말 아찔했던 순간이였다.

 여자들은 내 손을 잡고 "고맙소.정말 고맙소"하며 연신 인사했다.그 여자도 처음 당하는 일인지 얼굴이 아직도 파래 났으나 홍조를 머금고 머루알같은 눈으로 정겹게 나를 으늑히 바라만 보다가 "고마워요"했다.

 그제서야 남정들은 무슨 일이 있었냐하는 듯이 눈을 부비며 일어났다.이때다 싶어 아낙네의 연주포가 터졌다.

 "이 빌어먹을 나그네쌔끼,응,아무리 그래도 그렇지,어쩌면 까딱 움직이지도 않니?야,내 정말 미치겠다,이걸 믿고 어떻게 살어?이 개새끼같은 나그네새끼..."아줌마는 울분 터뜨리며 두손으로 마구 때렸다.그남자는 그냥 맞기만 하고 가만 있었다.

 배가 파도에 부딪치면서 선체가 많이 움직였다. 배안은 다시 조용해졌다.누워있는 우리가 마구 엉키며 부딪혔다.나는 가끔씩 그녀 손과 팔이 부딛치며 따스한 그녀 체온을 느낄수 있었다.이때 술 마시던 아저씨가 배 멀미 났는지 참지 못하고 일어나더니 "왝_'하고 마구 쏟아냈다.삽시에 창고안은 또 난리났다.퀴퀴하고 더러운 냄새가 좁다란 칸에 꽉 막혀왔다.나는 손으로 코를 막아도 숨을 쉬지않을수 없었고 숨쉬면 또 속이 막 올라왔다.지옥도 이런 지옥이 없었다.

 배는 27,8시간 달려 밤 12시쯤에 백령도근처에 도착했다.이미 수백번 제집 다니덧 다니던 항로인지라 선장은 목적지에 정확히 도착한것이다.이제 몇십미터만 더 가면 그렇게도 그리던 꿈의 땅에 발 들여놓을수 있는것이였다.20여시간의 지옥과 같은 여정을 마치고 이제 환희의 시간만 남은것이다.

 이때 갑자기 선장이 문을 따더니 "콰이 토우(快逃빨리 도망가)하더니 급히 사라졌다.나는 반사적으로 잽사게 일어났다.그리고 저도 모르게 옆에서 두 눈만 뜨고 멍해 있는 그녀 손을 잡고 밖으로 필사적으로 뛰였다.내가 그녀같이 계단으로 해 배 우에 올라 가니 찬 기운이 확 안겨왔다.그리고 아름다운 서울과 백령도의 오색령롱한 레온 등 빛에  순간적으로 넋을 잃었다.선장과 선원들은 다른 배에 올라 타 하얀 물 뿜으며 점점 우리와 멀어져 갔고 주인 잃은 배는 바다물에 휘청거렸다.그리고 순간순간 환한 레이저빛이 배 우로 비추다가 상공을 가르고 지나갔다.그리고 태극기 휘날리며 두척의 배가 이쪽으로 질주해 오고 있었다.한국 해경들이 누군가 신고가 들어와 잠복해 있었던것이다.

 나는 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그녀도 각오가 된듯 나를 당차게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조금도 주저없이 그녀 손 꽉 잡고 바다에 "풍~덩" 뛰여 들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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