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동북아신문]“지난 3월7일에는 베트남 여성이 강원도 정선에서 정신병을 앓고 있는 남편에게 살해당했습니다. 6월30일에는 강원도 철원에서 중국동포 결혼이민자(김영분, 81년생)가 남편에게 맞아 4일동안이나 뇌사상태로 있다가 7월4일에 사망했습니다. 7월2일에는 또 다른 한국계 중국 여성(강동구 리선옥씨 53년생)이 남편이 휘두른 칼에 찔려 죽었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 왜 이런 일이 자꾸만 발생합니까?…”
“그런데 우리 이주여성들의 두려움과 다르게 한국 사회는 너무나 조용합니다. 이주여성이 남편에 의한 폭력으로 죽어갈 때마다 남편의 도움없이 이주여성 스스로 체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고, 국제결혼 하는 남성들의 신원을 확실히 하여 위험할 수 있는 남성의 결혼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7월18일(수) 오전 12시, 가정폭력으로 사망한 이주여성 추모집회가 대한문 앞(덕수궁)에서 추모분위기 속에 비장하게 열렸다.
“이주여성들이 죽지 않을 권리”라는 슬로근을 내건 이날 추모집회는 비가 오는 가운데서도 수 십개의 한국 이주‧여성 관련 단체 100여명이 참석했다.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어일림이주여성‧다문화가족센터의 김나연씨는 이주여성 성명서를 통해 “이주여성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 달라”며 “일부 한국 남성들이 결혼에 대한 책임의식 없이 결혼할 수 있는 상황은 막아야”하고, “결혼이주여성이 폭력 상황에서도 자신의 체류 문제 때문에 참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바꿔달라”고 호소했다.
중국동포 결혼이민자이며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의 김인자씨는 “더 이상 남편에 의해 죽음을 당하는 이주여성이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최측은 “가정폭력으로 사망한 이주여성 리스트” 10명의 사연도 공개했다.
중국동포의 인권향상에 힘쓰고 있는 이호형 교수도 이날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결혼이민자들에 대한 법무부의 제도적 보호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예술치료연구회 공연예술 배경애 팀장이 “너의 목소리” 추모공연을 하여 남편의 폭력에 불행을 겪고 있는 이주동포여성들의 아픈 삶을 예술적으로 표현하여 장내 이주여성들의 눈물을 자아내기도 하였다.
배경애 팀장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가정폭력으로 사망한 이주여성동포들의 삶을 감성적인 예술로 보여주려고 했다”며, “죽어간 이들이 겪은 아픔이 다른 결혼이민자들로 하여금 계속 겪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추모식은 ‘고향의 구름’ 추모 곡의 아픈 멜로디와도 같이, 집회 참가자들과 길가던 손님들의 마음속에서 회오리치며 ‘이주여성들이 죽지 않을 권리’에 대한 지대한 공명을 불러일으켰다.
하늘에 고향의 구름이 두둥실 떠가네
끊임없이 나를 부르네
산들바람이 가볍게 나를 스칠 때
어떤 소리가 나를 부르네
돌아와라 돌아와
유랑하는 방랑자여
돌아와라 돌아와
여기저기 떠돌아다니지 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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