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북아신문]아는 사람의 집에 놀러갔다. 거실에 앉아 있는데 한 쪽 구석에 앵무새 한 쌍이 보였다. 웬 앵무새냐고 묻자, 이웃에 사는 노인 부부가 외국의 딸네 집에 다니러 갔다 오는 사이에 잠시 보아달라고 부탁한 것이라고 한다.
주인과 차를 마시고 있는데, 그의 동생 부부가 초등학교 저학년 또래의 아이 둘을 데리고 들어왔다. 아이들은 꾸뻑 인사를 하고는 방으로 거실로 뛰어다닌다. 한 아이가 금새 앵무새를 발견하고는 그리로 달려간다.
“야, 앵무새야. 너 말할 줄 아니?”
“안녕하세요? 말해 봐.”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두 아이는 말을 시키려고 야단이다. 그런데도 앵무새는 말이 없다.
“안녕하세요를 모르나 봐.”
그러더니, 말을 바꾸어 시킨다.
“누구세요? 누굽니까?”
“어서 오세요. 어서 오십시오.”
그래도 앵무새는 들은 척도 않는다.
“말을 못하나 봐.”
“벙어린가 보지.”
그때 작은아이가 새장을 손으로 탁 친다. 앵무새는 놀라서 펄쩍 날았다가 내려앉는다. 이 소리에 집주인이 일어나 아이들 쪽으로 다가가며 말한다.
“애들아, 앵무새를 놀라게 하면 안 된다.”
그러자, 작은아이가 허리를 굽혀 얼굴을 들고 앵무새에게 말한다.
“바―보, 바보.”
주인이 그 아이를 안는 순간 앵무새가 말을 했다.
“바―보, 바보.”
뜻밖의 앵무새 소리에 아이들이 놀랐다. 작은아이는 기분이 언짢아 “너, 바―보” 하고 삐쭉했다. 그러자 앵무새가 또 ”너, 바―보“하고 따라 했다. 아이는 울상을 띄고, 집주인은 그 아이를 안고 자리로 돌아왔다. 아이는 “앵무새 미워” 하면서 짜증을 부렸다.
내가 앵무새에게 물었다.
“너는 인사하라고 시킬 때는 안 하고, 왜 '바보'는 따라서 하니?”
그러자 앵무새가 이렇게 대답했다.
“처음 보는 애들이 와서 떠들어대는데 말할 기분이 나요? 더구나 툭툭 건드리며 바보라고 깔보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어요.”
나는 앵무새의 말에 아무 말을 못했다. 사람이 다른 생물들을 업신여기는 것이 어찌 이런 경우뿐이겠는가!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데에도 조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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