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개무량합니다. 외국인 자녀들이라 할지라도 마음껏 교육 받고 마음껏 공부하며 자랄 수 있는 학교가 하나쯤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인사말을 하는 지구촌학교 김해성 대표의 목소리에 오늘이 있기까지의 어려움을 되새기듯 진한 감격이 배어 나왔다.

김 대표가 ‘피부색 때문에 아이들이 왕따 당하지 않는 학교, 우리나라 말을 못하더라도 문제아 취급받지 않는 학교, 부모의 신분 때문에 괴롭지 않은 학교를 세워야 하겠다’고 생각한 것은 2000년대 중반. 그는 처음부터 학교를 만들 수 없어 우선 ‘다문화어린이집(2007)’과 ‘다문화지역아동센터(2010년 3월)’를 만든다. 그러나 학교를 세워야 된다는 생각만 있었지 돈도 없고 막막하기만 했다. 학교 설립 준비를 위해 진 빚 때문에 하루하루 돈이 빠져 나가고 피가 마르는 듯한 고통이 시작됐다.
하지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했던가. 김 대표가 포스코 청암재단에서 2010년 사회봉사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상금으로 2억 원을 받았다. 상금 전부를 학교 설립기금으로 기탁하면서 학교 설립의 물꼬가 트였다.
그러던 어느 날 노신사 한 명이 김 대표를 찾아왔다. 그는 “학교를 설립하려 하느냐”라고 물었다. 그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지원을 약속하면서 학교설립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재정의 큰 실마리가 풀리자 여러 기업도 지원을 약속하는 등 속도가 빨라졌다.

그러나 김 대표에게는 학교 설립 준비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로 안면마비가 찾아왔다. 김 대표는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어쩔 수 없이 일에서 손을 뗐다. 김 대표가 누워 있게 되면서 일은 제대로 풀리기 시작했다.
2011년 3월에 입학식을 가졌고 중국, 가나, 필리핀, 인도 등 8개국 30여명의 아이들이 학교에 모여 한 해 동안 예비학교가 진행됐다. 마침내 2011년 11월 15일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국내 최초로 사립 대안초등학교 인가도 받았다.
“지구촌학교의 아이들을 한국어 영어는 기본으로 하고, 엄마 나라의 말도 잘 할 수 있는 글로벌 인재, 국가와 인류에 기여할 수 있는 최고의 인물로 키우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김 대표가 인사말을 마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날 서울시내 대부분의 학교들이 입학식을 하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지구촌학교 개교식에 참석해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김성이 전 보건복지부장관, 가수 하춘화씨, 민주통합당 이인영 최고위원, 새누리당 신상진․김혜성 의원, 청와대 김혜경 시민사회비서관, 이성 구로구청장, 김석우 전 외교부 차관 등도 우리나라 최초의 정식인가 다문화 사립 대안초등학교의 개교식을 지켜봤다.



[저작권자(c) 평화와 희망을 만들어가는 동북아신문(www.dbanews.co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