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북아신문]과도한 체력소모와 만성적인 수면부족, 쌓인 스트레스…돈 벌러 한국에 온 사람이라면 누구라 할 것 없이 나타나는 보편적인 병리현상이다. 백병의 근원이기도 한 이런 병리현상은 오래된 사람일수록 돈을 많이 번 사람일수록 심하게 나타난다. 출국초기에는 젊은데다 돈에 대한 강한 집착, 강한 정신력으로 버텼지만 일단 귀국하여 마음의 탕개를 풀어놓으면 온갖 질병이 마귀처럼 습격해온다.
길림시의 신씨(60세)는 한국에 온지 17년이 되었다. 일 욕심이 많은 그는 돈을 많이 벌어 일찍 귀국할 생각으로 단가가 높은 형틀목수, 해체(바라시), 곰방과 같은 체력소모가 큰 일만 하였다. 현장에서 일이 바빠 야간작업이 있을 때는 다른 사람들은 피로하다고 회피했지만 그는 웬 떡이냐고 기뻐하며 빠짐없이 하였다. 그러다 보니 성수기에는 주야로 일하는 것이 밥 먹듯 했고 시간이 감에 따라 가슴이 답답하고 빠개질듯 통증이 가끔 생기 군 했다. 이럴 때면 그는 며칠 쉬면된다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지난해 초, 아들이 결혼 때문에 마지못해 귀국하게 된 그는 화려하게 장식된 결혼식장에서 가슴을 쥐여 짜며 쓰러졌다. 생명의 킬러라고 일컷는 심근경색이 돌발했던 것이다. 구급차에 실려 대수술을 거쳐 목숨만은 건졌지만 그는 언제 어디서 터질 줄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살게 되었다.
하얼빈시의 장씨(50세)는 한구에서도 잘나가는 사람이었다. 내장목수오야지로 일해 온 그는 공사를 도급 맡아 돈을 많이 벌었다. 그는 하얼빈에 고급주택을 두 채나 사고 100여만 되는 은행예금도 있었다.
돈이 불어나는 만큼 그에게는 스트레스가 엄청 많이 쌓였고 동시에 고혈압, 불면증과 같은 질병과 과음, 편식 등 나쁜 생활습성이 자랐다. 3년 전 겨울의 어느 날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데다 홧김에 친구들과 밤새 술을 폭음한 그는 이튿날 새벽 뇌출혈로 화장실에서 쓰러졌다. 서울의 유명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았지만 워낙 상태가 심하다 보니 별 호전이 없었다. 나중에 귀국하여 전국을 돌며 한다하는 명의들에게 치료를 받았지만 효과가 없었다.
“긴병에 효자가 없다”고 중환자간호에 신심이 지친 그의 아내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도 아랑곳 않고 제 살길을 찾아 어디론가 떠났다. 수족이 완전 마비상태고 말도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그는 간병인의 도움으로 침대에 누워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데 “돈을 다 써도 걸을 수만 있다면…”하는 것이 그의 최대소원이라 한다.
하얼빈의과대학병원의 왕연교수는 뇌출혈질병으로 찾아오는 조선족환자들이 많이 있다면서 “일찍 발견하고 적절한 약물치료를 했더라면 능히 예방할 수 있는 병을 방치해두어 큰 화를 키웠다”며 안타까워했다.
공사현장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 비록 그것이 그들의 본의는 아닐지라도 따지고 보면 과로로 인한 집중력 저하, 안전 불감증이 한몫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흑룡강성 오상시의 강씨(51세)는 건설현장에서 크레인 양중작업을 하다 낙하하는 물체에 머리를 맞아 치명상을 입었다. 몇 번이나 대수술을 거쳤지만 (산재보상도 많이 받았다고 함)그는 친인도 알아보지 못하는 “식물인”이 되었다. 간혹 그의 아내와 아들이 그를 병문안 올 때면 “누구세요?”하는 엉뚱한 소리를 하여 주위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심양사람 김씨는 몇 달간 지속되는 자제정리 일에 몸이 지칠 때로 지쳐있었다. 동료들이 너무 무리하지 말고 쉬염쉬염하라고 권유도 했지만 그는 공사가 끝나면 푹 쉬겠다며 이튿날 사흗날도 오기로 계속 버텼다. 그러던 어느 날 위층으로 무거운 폼을 올리는 도중 심장부화를 이기지 못하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심장병으로 과로사(过劳死)를 했던 것이다. 사람들을 안타깝게 한 것은 그가 죽어가면서도 폼을 꼭 껴안고 있었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부모처자와 이별하고 모험의 출국 길에 오르는 사람들의 가슴속에는 돈을 많이 벌어 행복하게 잘 살아보겠다는 꿈이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 꿈과 거리가 멀었고 형편없이 빗나갔다. 아글타글 돈은 벌었지만 가정이 깨졌고 건강을 잃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돈 보따리를 풀기도 전에 저세상사람이 되었다.
돈이 중하냐, 목숨이 중하냐 하고 묻는다면 누구나 목숨이 중하다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해외노무자들의 현실은 돈, 건강, 생명 순으로 위치가 전도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돈의 논리에 따라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는 요즘세상에서 우리는 돈이 필요하며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 하지만 돈을 대가로 인간의 가장 값진 것을 잃는다면 금산, 은산인들 무슨 가치가 있으며 의미가 있겠는가?
조글로/
[저자 강현철: 전 흑룡강신문(본사)경제부‧사회부 기자, 흑룡강신문 청도지사 ‘연해특집’ 편집부장, 요녕조선문보 청도지사장 역임. 현재 여행가, 자유기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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