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무궁화가 활짝 피였습니다
마음이 한없이 설레입니다
피 끓이면서 이역만리에서
그리움으로 피워온 꽃이 아닙니까
얼마나 맡고 싶은 향기었습니까
감동으로 마주한 꽃입니다
할머니
할머니
무궁화가 활짝 피였습니다
마음이 한없이 슬퍼집니다
그다지도 그립던 꽃이
너무나도 낯설어 외면했습니다
또 다른 하나의 사무친 그리움에
목 메이고 눈물이 고입니다
할머니
여름내 소담한 빛깔로 싱싱한 무궁화는
봄의 정열로 반짝이는 진달래로 바뀌우고
화려하고 풍요로운 모란이 앞을 가립니다
풍운 같은 내 마음의 조화일가요
어머니가 더더욱 그립습니다
할머니
아하
그리움이 다시 서글픔으로 바뀌고
서글픔이 또 다시 한으로 맺히기 전
나는 차라리 나비가 되여
백화만발한 화원에 찾아 들어
오락가락 노닐까 합니다
할머니
눈내리는 날 할빈에서 연길까지
2010년 2월 24일 눈 내리는 동북아평원을 달리면서
하늘이시여
그대 걱정으로 가득 찬 심기
많이 불편하신 줄로 아나이다
해 뜨기 전부터 어둠이 깔릴때까지
살을 깎아 이 드넓은 광야를
새하얀 일색의 풍경으로
내 시야에 안겨줬나이다
아득한 저 지평선 막 끝까지
질주하려 서두는 들말 같은
내 마음 잠재우려 한다면
눈 내리는 광야의 한복판으로
서서히 달리는 현대승용차에 담긴 몸은
천년의 자국을 더듬어
유령이 된 나의 정체를 찾아보나이다
하늘이시여
그대 무상으로 선물한 세례
고구려 말발굽 밑에 날리던 먼지를
오늘은 눈발로 만들어
이 광야를 채우려 하시나이까
포효하던 역사도 쓰러진 시간도
새뽀얀 커튼에 가리어져
동북아 드넓은 평원에서
잠자고 있는 줄로 아나이다
꿈속에 뒤치락거리는 나는
내가 누구냐고 자꾸 물어 보나이다
하늘이시여
그대 한 맺힌 날숨 날려
천년 방황의 고삐를 체념했거늘
발해의 고분(古墳)같은 후손들의 마을
눈발 속에 아늑하나이다
하얀 이불 덮고 꿈을 꾸듯
저 드넓은 땅이 삭는 내음
청국장같은 구수함으로
발효되고 있는 줄 아나이다
그 먼저 나는 향기로 피어오른
황두꽃으로 이 광야를 장식했나이다
하늘이시여
그대 부디 불편한 심기 거두소서
이제 더는 살을 깎지 않아도
새해는 만풍년이 기약되었나이다
이제 나는 이 광야에서
인생의 열매 무성한
만풍년의 주인이 되겠나이다
나는 콩쥐의 딸입니다
맑은 하늘이 많은 것은
부처의 도량이라고
어머니는 말씀하셨습니다
꽃이 웃고 열매 주렁진 것은
부처의 자비라고
어머니는 가르치셨습니다
하여 계모와 언니의 구박도
인내와 사랑과 포용으로
바꾸신 어머니입니다
콩쥐의 딸로 태어난 나는
언제가면 사랑이란 그 뜻을 알가요
어이하면 행복이란 그 무게를 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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