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북아신문]지난해 빛고을 광주광역시의 무등한글서예연구회(회장 문재평)와 우리 협회인 중국 연변의 문자예술협회(회장 서영근)에서 “먹빛으로 밝히는 새아침”전을 개최한데 이어 신묘년인 올해는 한글날에 맞춰 제13회 한중한글서예교류전을 개최하기로 하였다. 우리 두 협회는 지난 1998년 2월에 첫 교류전을 개최한 이래 현재까지 13번의 교류전을 개최하였다. 전국에는 한중서예교류전이 수없이 많지만 13년째 변함없이 우호관계를 유지하는 단체도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제11회까지는 부제를 달지 않고 교류전을 개최하여 왔지만 타 교류전과 차별화 하기 위하여 또 새롭게 출발하려는 의미에서 제12회부터는 부제를 가지고 전시를 개최하고자 합의를 보았다. 그리하여 지난해에는 새봄을 여는 2월에 개최하였기에 “먹빛으로 밝히는 새아침”전이라 부제를 달았고, 올해는 고심 끝에 13년간 쌓아온 묵향형제의 정을 떠올려 위와 같이 부제를 “묵향으로 맺어진 형제의 정”이라고 정하였던 것이다.
필자는 중국 측 대표로 교류전 오픈식에 참석하기위하여 일주일 전부터 고속버스표를 예매해 놓고, 전시 오픈식 당일인 2011년 10월 14일에 10시에 광주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1년 반 만에 광주로 가는 나의 마음은 더없이 설레고 있었다. 그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1996년에 연길시조선글서예가협회를 창립한 필자는 그해 10월 한글날에 제주도의 한곬 현병찬선생님 초청으로 한중서예교류전 대표로 한국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제주대학교 학부과정에 입학하였으니 그해 나이 25세였다. 한국에 있는 동안 전통한글서예를 마음껏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나는 한국의 서단의 실상을 파악하고자 서예 월간지를 정기구독 하였다. 월간지에서 보니 한국에서는 매월 수 십 회의 서예공모전과 그룹전이 개최되고 있었다. 물론 중국 전체에도 수많은 전시가 개최되고 있지만, 연변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였다. 서예단체가 몇 개 되지 않다보니 서예공모전이나 전시가 활성화 되지 못하여 일 년에 한 두 번의 전시가 고작이었다. (어떻게 하면 전통한글서예를 중국 동포사회에 보급할 수 있을까?) 늘 이런 고민을 하던 나는 월간지에서 문득 “무등한글서회전”소식을 접하였다. (순수 한글서예단체도 있구나!) “갈물한글서회”, “산돌한글서회” 등 한 스승을 모시는 제자들의 모임은 두루 알고 있으나 공식적인 서예단체 중에 한글서예단체가 있는 것은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이다. 마침 전시 소식 마지막 부분에 당시 총무인 경헌 문재평의 연락처가 기재되어 있었다. 나는 담대하게 전화를 걸어 자기소개와 전화를 걸게 된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교류를 희망하였다. 이사회를 열어 토론에 붙이겠다더니 며칠 후 교류를 추진하자는 반가운 답변이 왔다. 그리하여 무인년(1998년) 2월부터 매년 교류전을 개최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였다. 10년 넘게 교류를 해왔기에 연변의 한글서예계는 변화를 거듭하여 회원들의 수준도 나날이 발전하였다. 서예를 배우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서예단체도 늘어났으며, 각종 교류전, 공모전도 빈번히 개최되었다. 기존에 청봉체(북한서체)와 간도체(연변서체)만 써오던 연변의 한글서예인들은 현재 궁체와 판본체, 민체 등 전통 한글서체에도 관심을 가지고 배우고 있다.
고속도로를 5시간 달려 어느 덧 광주에 들어섰다. 자주 다녀서 잘 아는 곳이기에 직접 시내버스를 타고 금남로에 위치한 메트로갤러리로 향하였다. 문재평회장과 김천식총무 일행이 전시장 입구에서 반갑게 맞아주었다. 전시장에 들어서니 회원들과 하객들로 붐비었다. 김용석 전임회장과 류종택 전임회장이 와 계셨고 잠시 후 유명한 서예가인 학정 이돈흥선생, 일속 오명섭 선생 등 유명인사들을 포함하여 회원과 하객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3회 교류전은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남도서예원로작가협회 박정주회장님은 축사에서 중국 동포들의 작품은 궁체와 판본체, 민체를 포함하여 청봉체와 간도체까지 출품되어 볼거리가 풍성하다면서 전시 타이틀과 같이 묵향으로 맺어진 한중 양국 서예 형제들의 정을 오래도록 이어가기를 바란다고 말씀을 전하였다.
오픈식이 끝난 후 우리는 식당으로 옮겨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모두가 귀가 한 후 나는 예전처럼 문재평회장의 집으로 향하였다. 오래전인 2000년 쯤에 우리는 벌써 의형제를 맺고 형님, 아우로 지내는 사이였다. 오늘도 허물없이 반겨주는 형수님과 조카들 덕분에 편하게 밤을 보내고 이튿날 무등한글서예연구회 이사이신 윤기윤선생의 초대로 직접 운영한다는 형제떡갈비 집에서 점심식사를 맛있게 하고 담양의 관광명소인 죽녹원을 구경하고 다시 그 유명한 메타세콰이아 나무숲에서 멋진 배경으로 드라마 주인공처럼 인증사진을 찍은 후 시간에 맞춰 터미널로 행하였다.
우리 두 협회는 제14회 한중한글서예교류전을 내년 8월 광복절에는 중국에서 제1차 전시를 한 후 10월에 다시 제2차 전시를 갖기로 합의를 보고, 앞으로도 계속 한글서예를 통한 한중 양국 협회 간의 끈끈한 형제의 정을 이어가기로 약속 하였으며, 더 나은 내일, 더 멋진 내년을 기약하면서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제13회 한중한글서예교류전인 “묵향으로 맺어진 형제의 정”은 2011년 10월 13일부터 19일까지 광주 메트로갤러리에서 개최되었으며 출품자 명단은 다음과 같다.
중국 측 출품자 명단: 서영근(회장), 김정송(고문), 지승원(고문), 장문선(고문), 전청송(고문) 서권(부회장), 장룡(부회장), 곽림홍, 김길자, 김미숙, 김선려, 김연금, 박은실, 박혜선, 신상국, 연영미, 오기남, 이설련, 이철, 원명희, 장옥, 전군, 전순복, 전옥화, 차금순, 천성은, 최미성, 한영희, 황정숙(29명)
한국 측 출품자명단: 문재평(회장), 이돈흥(고문), 김용석(고문), 오명섭(고문), 류종택(명예회장), 이명숙(부회장), 김천식(총무), 박석규(감사), 김명숙, 곽창봉, 권영일, 김민자, 김숙자, 나춘홍, 노경옥, 박양수, 서화진, 안수경, 안영춘, 윤기윤, 이순호, 이윤화, 임경희, 천승님, 최영숙, 홍광웅(26명)
제공=서영근: 서예학박사/서정대학 교수 010-6639-9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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