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날씨라 계곡에 있는 전망 좋은 식당 2층 방에서 토론과 저녁식사까지 마쳤다.
밤에 좀 떨어진 곳에 자리한 호텔로 안내했다. 신축한 것이지만 가운데에 복도를 둔 복층집인데, 산 쪽의 방을 정해 드렸다.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었지만, 창문을 여니 모기장 문을 통해 시원한 바람이 들어왔다.
다음날, 아침인사를 드리는데 노교수님께서 혼잣말처럼 말하셨다.
“식전에 보니까 이쪽 경치가 참 좋던데.”
나는 기분 좋게 길 건너의 하천과 언덕의 철길, 산자락들에 대해 설명을 더해 드렸다.
그런데, 노교수님께서 이렇게 말하셨다.
“이왕이면 이쪽 방을 정해주지 그랬어.”
생각지 않은 말씀에 나는 잠시 바라보다가 이렇게 말했다.
“이쪽 방은 찻길이 가깝고 철도까지 있어서 소음 때문에 잠을 설치실까 해서 일부러 그쪽 방을 정한 겁니다. 더구나 밤에는 이쪽도 아무것도 안 보여요.”
“아, 그런가? 나는 그런 줄은 몰랐지.”
노교수님은 무심히 던진 자신의 말을 미안해 하셨다.
“역시 배려가 있었어. 어제 토론 장소도 잘 골랐고.”
옆에서 걷던 다른 교수의 말에 모두들 함께 웃었다.
문득 공자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공자가 채나라로 가던 도중에 식량이 떨어졌다. 채소로 요기를 하며 여러 날을 가다가 한 마을에 들어가 쉬었다. 지친 공자가 잠깐 잠이 든 사이에, 제자 안회가 쌀을 구해 와 밥을 지었다. 공자가 잠에서 깨자 밥 냄새가 풍겨왔다. 밖을 내다보니 안회가 솥뚜껑을 열고 밥을 한 움큼 집어먹는 게 보였다.
‘안회는 내가 먼저 먹지 않은 음식에는 수저도 대지 않았는데…….’
믿기지 않아 여기며, 어떻게 가르칠까 잠시 생각한 공자는 안회가 밥상을 들고 들어오자 이렇게 말했다.
“내가 방금 꿈속에서 선친을 뵈었는데, 밥이 되거든 먼저 조상에게 제사 지내라고 하시더구나.”
제사 음식은 깨끗하게 준비하여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안회는 평온한 빛으로 이렇게 대답했다.
“이 밥으로 제사를 지낼 수는 없습니다. 제가 뚜껑을 연 순간 천장에서 흙덩이가 떨어졌습니다. 그 부분을 걷어서 스승님께 드릴 수도 없고, 버리자니 아까워서 제가 먹어버렸습니다.”
공자는 안회를 의심한 것을 부끄러워하며,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내가 본 것을 믿었다. 그러나 완전히 믿을 것이 못 되는구나. 나는 내 머리도 믿었는데 그 역시 완전히 믿을 것은 아니구나. 명심하거라.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이해와 오해는 한낱 종이 한 장의 안팎과 같은 것이다. 아무리 얇아도 그 한 쪽만 이해하면 오해될 수 있다. 그러므로 한 쪽만 보고 잘못 이해하기도 하고, 혼자 생각하여 오해하기도 한다. 그런데 오해는 이해되어 풀어지기도 하지만, 섭섭함과 갈등으로 번지기도 한다.
사물을 이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도 있다. 크든 작든 제대로 이해하고, 진실 되게 알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우리 눈과 머리가 완전히 믿을 만한 것이 못되는 것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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