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년을 못 사는 사람들이
천 년을 살겠다는 자라를 잡아 먹는다
양자강 류역의 어느 한 호텔식당
료리사가 산 자라를 들고 와
료리 솜씨를 보여주겠다고 한다
자라는 천년을 기어 가야 할 네발을
천 년의 허공에 발버둥치며
무엇을 소리 없이 부르짖다가
주방, 비참히 도살장으로 끌려간다
얼마 후 하아얀 백자옹에
자라의 눈물과 한, 그리고
그의 부르짖음 소리가
젖빛 뽀얀 곰탕이 되여
식탁 정중에 오른다
- 자, 듭시다, 몸 보신에 좋습니다
금이빨 사장의 말, 드디어
금 숟갈들이 오고 가고
은 젓가락들이 집어가고
입들은 냠냠, 훌훌,
자라가 장송곡 부르며 목 고개를 넘어간다
곰탕에 우러난
천 년의 정한은 달고
김 안개에 서리는
세월의 슬픔은 향긋하다
우리는 지금 파렴치하게
우리 것이 아닌 미래를 먹는다
술상에 뒹구는
탐욕의 찌꺼기들…….
쌓인 쓰레기 너머로 백 년이 흘러
야윈 우리의 후손들이
손 가락을 빨며
우리를 원망하고 있다
- 고기는 다 뜯어 먹고
가시와 뼈다귀만 남겨 놓았다고
(연변조선족발전추진회편찬. <중국조선족명시>에 수록
조선족고급중학교과서 조선어문 필수교과서에 수록)
수몰된 기억
오래 만에 찾아 온 고향은
수몰되여 애궂은 파도만 설레입니다
오늘은 어릴 적 오르지 못했던 벼랑에 앉아
물속의 기억들을 낚아 올립니다
저녁 노을속 황소의 영각소리가 낚이고
낟가리 실은 달구지 삐걱 소리가 낚입니다
돌각담 아래 숨박꼭질이 낚이고
버들숲에 곱게 핀 순이의 웃음이 낚입니다
산지사방에 흩어져 살고 있을
개구쟁이 친구들의 물장구 소리가 낚입니다
모닥불가에 밤새는 줄 모르고 듣던
할아버지들의 전설의 이야기가 낚입니다
한여름 밤 새근새근
마루에 잠들던 동년의 꿈이 낚이고
그 꿈속의 달과 별이
송어의 하얀 배때기처럼 반짝이며 낚입니다
정들고 아름답던 고향이
아직 넉넉한 인품으로 물속에 숨쉬고
한가득 잠가둔 꿈이
땜 아래로 흘러 푸름을 설레고 있습니다
(연변조선족문화 발전추진회 편찬
<중국조선족명시>에 수록,)
벽계수
청산벽곡에
미역 감던 소녀가 풀어놓은
파란 댕기가
길게 늘어져
요리조리 휘젓히네
그우로
해와 달이
조약돌처럼 굴러가고
별들이 모래알처럼 흘러가네
두손으로
한자락 떠 마시면
가슴 골골에도
시원스레 팔락이네
어디선가
들려오는
바위들의 속삭임소리
청산의 맑은 웃음소리
가슴 속속
아름다운 노래로 화음하네.
(<중국코리언 명시정선>에 수록)

리문호 플로필
70년대 <연변문학>으로 시단데뷔
2007년 8월 26일 11회 연변 지용제
정지용 문학상 수상
KBS성립 45주년과 50주년 기념행사에서
망향시 우수상 2차 수상
연변작가협회 회원
료녕성 작가협회 회원
심양조선족문학회 부회장
심양 시조문학회 부회장
시집 <달밤의 기타소리> <징검다리> <자야의 골목길>
<팔공산 단풍잎(한국 학술정보(주)에서 출판)><다구지길의 란>
<료녕성조선족 시선집(리문호편찬)>가 있음
이메일; lwh03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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