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앵무새다!”
중학생 1학년 또래의 아이들 서넛이 지나가다가 우르르 다가선다. 잠시 요리조리 구경하던 한 아이가 주인에게 물어본다.
“앵무새가 정말 말을 해요?”
주인은 ‘그럼’ 하고 대답한다. 그러자, 아이들은 서로 다투어 앵무새에게 말을 시키려 주어댄다.
“안녕하세요?”
“누구십니까?”
“어서 오십시오.”
그러나 앵무새는 고개만 갸웃거릴 뿐 아무 말도 않는다. 아이들은 다시 한 차례 말을 시키려 걸었다.
“야, 안녕하세요 해 봐.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해 봐. 안녕하십니까?”
“너 굿 모닝 알지? 굿 모닝, 굿 모닝.”
아이들이 제각기 떠들어대도 앵무새는 저 할 짓만 한다.
“아저씨. 이 앵무새 말할 줄 모르는 거 아녜요?”
한 아이가 주인에게 의심하며 묻는다. 주인은 말을 못하면 앵무새가 아니라면서 웃는다. 아이들은 말을 시켜 보라고 안달을 한다. 그러자 주인은 못 이기는 척하며 앵무새에게 먹이를 준다. 앵무새는 구부러진 부리로 날름 받아서 삼킨다.
주인이 앵무새의 두 눈을 바라보며 ‘안녕하세요?’ 하고 말했다.
그러자 조금 있더니 앵무새가 말을 따라 한다.
“안녕하세요?”
아이들은 환성을 올리며 좋다고 박수를 친다. 구경꾼 몇이 더 몰려든다.
“누구십니까?”
“어서 오십시오.”
“안녕하세요.”
주인이 말을 하면 앵무새는 조금 있다가 뒤따라서 말한다. 아이들이나 구경꾼이 다 신기하다며 좋아한다. 주인은 여봐란 듯이 아이들을 둘러보고는 앵무새에게 먹이를 두어 개 더 주고는 자기 자리에 가 앉는다.
사람들이 간 뒤에 내가 앵무새에게 물었다.
“주인 말은 그렇게 잘 따라하면서, 아이들이 하랄 때는 왜 하지 않았니?”
그러자, 앵무새가 대답한다.
“주인 목소리야 소리만 들어도 알지. 하지만 아이들 목소리는 낯선데다 한꺼번에 지껄여대니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
아이들에게 말을 하나 시키는 데에도 성의가 있어야 한다. 먹을 것을 주어 호감과 관심을 갖게 하고, 말도 또박또박 발음해 준다. 그리고는 앵무새가 판단하고 준비하도록 잠시 기다린다. 가르쳐 준 몇 마디를 따라하면 수고했다는 뜻으로 또 먹이를 준다. 충분히 익은 목소리라도 이런 성의가 있어야 앵무새는 따라 말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일이 어찌 앵무새에게만 해당될 일인가? 사람을 가르치고 일하게 하는 데에도 이런 관심과 성의를 보여줘서 스스로 판단하여 실천하게 해야 할 것이다.
申 吉 雨 문학박사, 수필가, 시인
문학의강 문인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