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의 주류민족 동화, ‘득’과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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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의 주류민족 동화, ‘득’과 ‘실’
  • [편집]본지 기자
  • 승인 2011.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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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송 박사 칼럼

[서울=동북아신문]1970년대까지 조선족들은 연변자치주를 비롯한 동북삼성에서 농촌공동체를 형성해 민족정체성을 지키면서 주로 농업에 종사해왔다. 그러나 1980년대 개혁개방과 함께 많은 조선족들이 자식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인근 도시로 이동하면서 농촌공동체는 점차 해체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부터 중국의 도시화가 급진전되면서 동북지구의 조선족들은 ‘경제적 이유’로 북경·청도 등 대도시와 연해지역에 진출했다. 한편 1992년 한중 수교 후 국제결혼과 이주노동자가 증가되면서 ‘코리안 드림’을 위한 한국 출국이 본격화되었다.

중국의 개혁개방으로 조선족사회는 거족적 발전을 가져왔지만, 새로운 현실문제에 직면했다. 급속한 인구이동에 따른 농촌집거지 인구격감, 국제결혼 등 부녀자 유출에 따른 성비 불균형, 전통집거지 축소와 민족교육 약화, 편부모가정 증가와 가정해체 위기 등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한편 대규모적 국내이동과 함께 1990년대 초 한중 수교가 이뤄지면서 현재 수십만 중국동포들이 한국에 체류·정착하고 있다. 급속한 인구이동과 해외출국으로 조선족의 정체성 변화와 민족교육 위기에 따른 주류민족 동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조선족의 주류민족 동화에 따른 ‘득’

1990년대 이후 조선족들의 대규모적 도시이주와 이농현상은 중국의 개혁개방에 따른 도시화 진척과 호구제도 완화, 경제가 발전한 대도시·연해도시에서의 새로운 삶에 대한 갈망 및 자식들의 고등학교 진학의 이점 등의 주·객관적 요인에서 기인된다. 현재 대도시에 진출한 많은 조선족들은 새로운 거주지에서의 적응과정을 거쳐 이미 삶의 터전을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즉 그들은 자신들의 피타는 노력과 개혁개방 정책 및 호구제도 개혁에 힘입어 변경의 ‘소수민족’에서 주류사회의 ‘도시인’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도시진출 후 조선족들은 민족정체성을 지키고 주류민족 동화를 완화시키기 위해 ‘코리안 타운’을 형성해 생활하고 있다. 대도시에 정착한 조선족지성인들은 민족학교 설립 등을 통해 후대들에게 민족교육을 강화시키는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현재 조선족들은 강한 생활력으로 경제력을 키우면서 자식들에게 고등학교 진학에 유리한 생활·교육환경을 마련하고 있다. 한편 조선족들이 ‘도시인’으로의 탈바꿈을 갈망하는 이면에는 다민족국가의 ‘사회적 약자’인 소수민족에서 주류민족 동화를 통한 ‘신분상승’이 숨겨져 있다.

한중 수교이후 많은 조선족여성들이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에 귀화했다. 현재 재한중국동포는 40만을 상회하며, 5천명에 달하는 조선족젊은이들이 한국에서 유학하고 있다. 또한 일본 등 국가에서 유학한 조선족엘리트들은 자신들의 문화적·언어적 우세를 이용해 현지 정착에 성공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영주권을 취득한 조선족엘리트층과 노인세대 및 귀화대기자들은 경제가 발전하고 생활·교육환경이 우월한 주류사회에 동화될 것이다. 이러한 ‘주류사회 동화’는 민족동질성을 공유한 한국에서 더욱 보편화·가속화되고 있다.

현재 조선족사회는 농경민족에서 도시민족으로 탈바꿈하는 전환기에 놓여있다. 조선족들의 대도시 인구이동과 해외진출 및 도시화 추세는 그들이 보다 우월한 생활·교육환경에서 자식을 출세시키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조선족들의 도시이주와 해외출국은 그들 개개인의 피타는 노력을 거쳐 생활수준 제고와 질적인 삶의 변화, 경제가 발전한 선진국에서 수준 높은 문화생활을 영위할 것이다. 한편 조선족 개개인의 ‘신분상승’은 이뤄지는 반면, 민족정체성 상실과 주류민족 동화를 통한 ‘민족의 멸망’을 동반하게 될 것이다.

조선족의 주류민족 동화에 따른 ‘실’

대도시 진출이후 민족교육의 환경변화로 조선족후대들은 민족어를 배울 기회가 줄어들면서 민족정체성을 상실하고 있다. 현재 대도시에는 민족학교 부재와 학교규모, 교사 부족 등으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대도시에 이주한 조선족자녀들은 민족교육시설 미비로 한족학교에 진학하면서 민족어를 상실할 위기에 놓여있다. 민족어를 기반으로 하는 민족교육 위축이 초래하는 가장 큰 문제는 조선족의 언어와 문자를 대대손손 후세에 물려주던 전통을 잃게 되는 것으로, 민족교육 상실은 곧 주류민족에로의 동화를 의미한다.

한편 대도시 조선족후대들의 전통적 가치관과 민족관이 변화되고 있다. 주류문화에 동화된 그들은 민족문화에 대해 별로 관심하지 않으며, 기존 민족전통이 새로운 거주지 생활환경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긴다. 따라서 민족전통을 고수하는 부모세대와의 갈등·괴리가 더욱 격화되고 있다. 현재 대도시에 정착한 대다수 조선족들은 전통적 생활습관과 민족정체성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대도시에 거주하는 조선족의 4~5세들은 경제대국 중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중국국민’으로 자부심과 긍지감을 느끼고 있다.

한중 수교 후 조선족들의 한국 진출은 수많은 편부모가정을 양산했고, 부모의 가정교육을 받지 못한 자녀의 사회일탈 등 많은 문제점이 발생했다. 또한 교육비용의 부담 확대는 자녀교육비 해결을 위한 해외출국을 촉진했고, 부모와 자녀간의 별거생활은 조선족사회에서 보편화되었다. 한편 한국에서 불법체류를 할지언정 ‘중국 회귀’를 포기하고 있는 일부 재한중국동포들은 한국사회 영세민층으로 전락될 것이다. 또한 한국문화에 익숙한 재한동포유학생들은 한국에서 취직·정주할 수 있지만, 언제든지 중국에 돌아갈 수 있다.

현재 대도시로 이주한 조선족인구가 50~60만에 달하면서 새로운 도시공동체가 형성되었고, 도시의 민족교육 위기가 심화되면서 민족동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대도시의 교육환경 변화와 민족교육 여건의 열악한 상황은 조선족후대들의 주류민족 동화를 촉진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열악한 교육환경이 지속되고 교육여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민족문화 상실과 민족동화는 곧 기정사실화될 것이다. 대도시에서의 많은 조선족들의 삶은 윤택해졌지만, 조선족후대들의 민족정체성 약화에 따른 ‘국민정체성’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결론 및 향후 전망

조선족의 대도시 진출은 ‘도시인’으로서의 탈바꿈과 함께 그들의 생활수준을 상향시키는 반면, 기존 조선족집거지는 총체적 해체위기를 맞고 있다. 비록 새로운 거주지의 형성으로 집중·산개된 도시공동체가 촉성되었지만, 민족교육의 환경변화로 민족어를 배울 공간이 줄어들었다. 또한 민족교육의 열악한 환경으로 조선족후대들은 민족어 상실과 주류민족 동화의 ‘정체성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민족교육의 인프라 미비는 대도시의 조선족들이 가장 고민하는 딜레마이며, 조선족의 민족동화를 가속화시키는 주요인이다.

현재 대도시 조선족들은 민족정체성을 지키려고 노력하지만, 그들의 후대들은 자의반타의반으로 주류민족에 동화되고 있다. ‘주류민족 동화’로 조선족 개개인은 질적 삶의 변화를 이룰 수 있지만, 민족정체성 상실에 따른 민족동화가 심화될 것이다. 한편 국제결혼 등으로 10만 중국동포가 한국 국적을 취득했거나 귀화신청 대기 중이다. 일부 재한조선족들은 재외동포정책 완화를 기대하면서 불법체류를 할지언정 ‘중국 회귀’를 거부하고 있다. 그들 중 대다수는 ‘한국인’ 동화과정에서 저소득층·영세민으로 전락될 것이다.

요컨대 조선족의 주류사회와 주류민족 동화는 ‘이폐(利弊)’가 공존한다. 결국 소수민족이 주류민족에 동화되는 민족동화는 ‘민족의 멸망’을 초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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