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미필적 고의>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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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미필적 고의> 서평
  • [편집]본지 기자
  • 승인 2011.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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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북아신문]2011년 올해는 우리 사회에 박사(Ph.D)가 배출이 된지 100년이 됐고, 자국 내에서 박사가 배출 된지도 60년이 지났다. 그 만큼 지적 축적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내놓은 성과는 빈약하다. 그래서 읽을 만한 책을 찾기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오랜만에 좋은 책(한국 경제의 미필적 고의, 정대영, 2011)을 발견하게 돼서 기분이 좋다. 이 책은 적시적소의 현장감과 비교가 장점이다. 서평에서는 현장음은 줄이고 비교의 진위만 살펴보겠다. 비교를 하지 않으면 아무리 크고 좋은 문제의식을 가진다고 해도 문제를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비교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예를 들면, 아직 어떻게 성장할지 모르는 아이가 비교를 하는 것은 좋지 않다. 관찰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만물을 관찰하고 상상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것만으로 그쳐서는 안 되며 정확하게 비교하는 일이 필요하다. 정확하게 비교할 때는 대상을 좁히는 것이 요구된다. 그 다음은 두 가지를 동시에 하는, 즉 구체적 대상을 넓혀서 눈빠지도록 관찰하고 비교하는 일이다. 관찰과 비교 이 두 가지는 명확히 분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일반론으로 도약한다. “한국 경제의 미필적 고의”에서 도약할 수 있는 비교의 단서를 군데군데 발견할 수 있다. 서평에서 그런 몇 가지 단서를 살펴보며 한국경제를 새롭게 볼 수 있는 틀을 조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먼저 한국, 독일, 일본의 성장률과 환율을 꽤 긴 시간대인 40년 동안(1960년-2009년) 비교하여 진정한 성장이 무엇인지 찾는 부분은 설득력 있고 흥미롭다. 독일은 미 달러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이 16배 증가했고, 일본은 24배, 우리는 약 100배 증가했다. 하지만 독일과 일본의 통화가치가 3~4배 상승한 반면, 한국의 통화가치는 4분의 1로 하락했다.(실제로는 더 하락했다) 경제적으로 진정 강한 나라는 자국 통화가치가 상승해도 수출 경쟁력(국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고, 장기간에 걸친 자국 통화의 절상을 통해 국부의 대외 가치를 증대시키는 나라일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고환율 정책을 비판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통화가치의 차이가 나는 원인을 물가상승률의 차이라고 지적하며 끝맺는다. 각국의 물가상승률의 차이가 나는 원인까지 논의를 진행시키지 않아 아쉽다. 물가안정은 지은이가 근무하는 한국은행의 목표이지 않은가. 결국 다른 나라보다 과다한 화폐발행 증가율이 높은 물가상승률을 가져오지 않았던가. 노무현 정부시절 약 5%대의 화폐발행 증가율이 이명박 정부 들어서 20%대로 다시 급증하기 시작했다. 물가폭등의 원인이 재발한 것이다. 손쉽게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통해 경제를 부양하는 오랜 악습은 사라져야 한다.

서평의 범위를 넘지만 덧붙이면, 87쪽 주에서 국가 간 비교 결과는 환율(변동)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환율변동을 충분히 포괄할 수 있도록, 즉 비교 시간대를 줄여도 보고 크게 늘려도 보면서 그리고 비교대상도 한중일 삼국으로 잡으면 더 시의적절하고 설득력 있는 설명이 나오지 않을까. 독일보다 중국이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나라이지 않은가. 가깝고도 먼 나라는 일본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국의 위안화 절상은 지난 10년간 세계적인 관심거리이지만, 중국의 환율 정책을 이해하기 위해서 오래전부터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둘째 한국의 실업률이 3% 초반이라고 하면 유럽 사람들 입장에서는 완전 고용상태이기 때문에 인력부족과 구인난 등 노동 공급 부족을 어떻게 해결하는지에 대해 묻고 걱정한다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실업통계가 문제가 있지 않을까 살펴봤는데 통계의 작성방식과 기준은 문제가 없다고 지적한다. 실업통계와 현실(체감실업률)의 괴리는 통계가 문제가 아닌 것이다. 통계가 문제라고 지적하는 자동설을 믿는 사람, 즉 자기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간다는 사람과는 차이가 있다. 통계의 괴리는 취업구조나 고용 관행의 특수성, 실업급여 등 사회보장제도나 보육시설의 미비 등이 복합된 경제구조상의 문제로 돌린다.

여전히 일자리 부족의 원인은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투자가 부족해서 일자리 부족이 생기지 않았는지 살펴봤다. 투자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독일, 일본 등과 비교하면 한국의 투자 비중은 다른 나라보다 높은 수준이고 특히 건설투자는 오히려 너무 높아 과다한 수준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요컨대 일자리 부족은 투자 부족 때문이 아니다. 거꾸로 과잉된 건설투자를 줄이는 만큼 소비가 늘어날 수 있는 정책을 병행한다면, 일자리 부족 문제와 영세 자영업자의 어려움도 조금은 완화될 것으로 희망한다. 소비를 늘리는 연구는 많은 연구가 필요한 또 다른 과제라고 하면서 문제를 덮고 일자리 부족의 원인은 일자리 창출 능력의 저하(세 가지 원인중 첫째가 이른바 고용없는 성장)라고 서둘러 결론짓는다.

결국 실업은 복합된 경제구조상의 구조와 일자리 창출 능력이 결합된 것으로, 사회의 거의 모든 부분을 포괄하고 만다. 비교대상을 좁혀서 실업률 통계의 추이, GDP와의 비교부터 천착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1부에서 보여준 비교의 수준이 2부에서는 떨어진다는 느낌을 준다. 거꾸로 1부에서 도약할 수 있었다면 2부의 결론도 달라졌을 것으로 안타까움도 든다. 사회의 거의 모든 부분을 관찰하는 것은 무언가 한계가 있음을 반증하는 것은 아닐까.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20세기 최대의 역사가 페르낭 브로델은 성장을 역사의 총체성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성장에 대해 가지고 있는 좁은 틀을 깨지 않고는 실업문제를 풀 수 없다.

셋째 한국 금융산업이 낙후한 이유(금융산업에 대한 과보호, 잘못된 규제와 검사, 서민금융금융기관의 위축과 금융 소외계층의 증가)와

   
 

단계적 대안모색은 탁견이다. 한국의 금융기관의 모습을 이해하려면 금융기관을 한국의 경제규모, 비금융부분과 비교해봐야 한다. 한국의 경제규모는 상당히 크고, 비금융부분(전자, 조선, 자동차, 철강, 건설)은 전 세계적으로 정상급 수준에 올라와 있다. 과보호 받고 있는 금융부문중에서도 더 엄격하게 규제된 곳이 외환시장이다.(최근 외환시장의 변동성과 원화 역외결제 문제에 대한 소고, 김재민, 자본시장연구원, 2010.6, 2쪽) 원화의 역외결제가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는데 금융기관이 어떻게 해외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외환시장에 대해 1부 32-33쪽에 언급되어 있지만 논지가 3부와 어긋난다. 탁견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외환시장을 감안하지 않은 금융산업의 서술은 의외다.

넷째 2008년 세계금융위기에 대한 각국의 정책과 이어지는 여러 가지 사태를 볼 때 1997년 외환위기의 위기극복 정책과 과정을 다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1997년 외환위기의 긍정적 변화와 부정적 변화를 서술해 객관적이라는 느낌을 주고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부정적인 변화가 압도적이다. 원인을 살펴보는 노력은 하지 않고, 일부 결과만을 다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는 1929년 대공황과 비교해야 하지 않을까. 금융전문가도 금융위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경제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그런 것은 아닐까.

한국경제의 미필적 고의가 일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까지 알려진 정책 대부분이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닐까. 전반적으로 잘못된 것은 아닐까. 미필적 고의로 혹은 악습이 이어져 천리마가 병든 것은 아닐까. 한국경제의 패러다임이 변해야 하지 않을까. 천리마의 도약이 요청된다. 사회디자인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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