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신분에 누가 될 가 참모들이 말렸지만 그래도 기어이 일에 찌들고, 쫓기여 “만신창이”가 된 중국동포들을 위안하려고 찾아오신 노무현 대통령님이 하도나 고마워 퇴임 후, 행복한 촌부가 되신 대통령님을 뵈러 가려고 별렀는데 대통령님의 빈소로 가는 길이 될 줄이야?! 억장이 무너졌다!
1년 전, 5월 23일 일에 매인 몸이라 할 수 일은 “운명이다”라는 노 대통령님의 자서전을 사서 읽는 것이었다.
오늘 6월 5일, 옥이 언니, 숙이씨, 나까지 세 동포 아줌마는 손에 저마다 파아란 잎에 빠알간 열매가 듬뿍 열린 조화를 들고 다시 진영읍을 찾았다.
11시, 국산차, 외제차, 스포츠카 온갖 차들이 꼬리를 물고 서 있기에 택시에서 내려 저 멀리 보이는 봉화마을을 바라고 묵묵히 걷는데 언니 왈 “부모가 세상 떠나도 이런 마음이 없었는데….”
“그래요…” 우리는 서로 눈물 훔치기에 바빴다.

2년이 지났으니 망각이 심한 인간이라 발길이 뜸할 줄 알았는데 오늘도 사람들이 물밀듯이 밀려들고 있었다!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었다.
노무현 대통령님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같은 가치관과 철학을 갖고 있고, 소신이 있고, 의리가 있고, 사람냄새가 나는 사람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는 나에게 봉화마을을 찾은 사람들 모두가 그렇게 고맙고 정겨울 수 없었다. 얼굴마다에 모두 뜻이 가득가득 담겨 있어 보였다. 가는 곳마다 길게 줄지어 서서 걸어도 그저 고요하기만 하다.
대통령님의 생가, 기념품 가게 사람 사는 세상, 추모의 집(유품과 사진, 기록물 등을 볼 수 있는 전시관), 추모 영상관…가는 곳마다에서 노 대통령님은 환하고도 환한 웃음으로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존경과 추모의 마음으로 묘역에 들어서니 마음을 비추는 수반이 아이들의 손길에 잔잔한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헌화대에서 앞 사람들의 참배가 끝나기를 기다려 우리 셋은 머리 숙이고 인사 드렸다.
“노 대통령님, 잘 계시죠?! 당신의 순수한 마음 영원히 잊지 않을 겁니다! 사람 사는 세상 - 우리의 별 볼일 없는 삶으로라도 만들어 보여 드리겠습니다!”
노 대통령님이 잠들고 계시는 너럭바위 앞에서 “편히 잠드세요!” 인사를 하는데 눈물이 방울져 흘러 내렸다. 애틋한 애도의 마음이 담겨있는 1만 8천여 국민 참여 박석에는 우리의 마음을 대신한 추모 글들이 새겨져 있었다.
그렇게 대통령님을 여전히 우리들의 마음에서 떠나보내지 못하고 2시가 훨씬 넘어서 한 걸음에 한 번 되돌아보며 봉화마을을 떠나는데 진영읍까지 차들이 길마다에 늘어서 있었다. 길이 막혀 버스도 다니지 못하고 가물에 콩 나듯 보이는 택시에도 탑승객들만 보인다.
터덜터덜 진영읍에서 아무리 헤매어도 머나먼 터미널까지 가는 길도 알 수 없고, 이용할 차량도 없었다. 땡볕에 무작정 걷다가 저쪽으로 기계동음이 요란한 공장이 보였다. 뛰어 들어가 아무 사람이나 붙잡고 터미널 길을 물어 보고 되돌아 한참 걷고 있는데 1t 트럭이 우리 옆에 칙~ 하니 멈춰 섰다. 기골이 장대한 30대 청년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아까 나에게 길을 알려주던 분이셨다. “걱정돼서 차로 모셔다 드리려고 왔습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노 대통령님이 인정 많은 귀인을 보내셨나 보다!
알고 보니 우리와 같은 연길 사람이었다. 친척 수십 명 모두 서울에 있는데 혼자 이 진영읍에서 일하고 있고, 하는 일에 만족하고 있었다.
“노무현이 밥 먹여 줬다고 서울에서 이곳까지 왔습까?”하고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얼굴표정이다. 우리 셋은 이구동성으로 오늘의 “자유왕래”에 이르기까지의 지난 일들에 열변을 토했다. “물 마실 때 우물 판사람 잊지 말아야 된다.”고.

더위에 찌들어 허둥대는 우리들을 친절하게 터미널까지 실어다 준 멋진 청년에게 돈으로 사례하려니 난리도 아니어서 둘은 붙잡고, 나는 마트로 뛰어가서 닥치는 대로 주어 담아 조수석에 막무가내로 넣어 버렸다.
저 고마운 청년이 아니었더라면 터미널에 오기도 전에 우리는 탈진해 버렸을 것이다. 우리 셋이 버스에 앉아 상경하는데 뜻밖에도 그 청년에게서 전화가 왔다. “무사히 가고 있습니까? 우리 집이 넓고 조건이 좋으니 다음에 오시면 꼭 들르십시오!”, “네! 서울에 오시면 식사 대접할 테니 꼭 전화 주세요!”하고 숙이씨도 진심으로 되는 요청을 하였다.
노무현 대통령님을 사랑하는 우리는 서울에서 봉화마을로 오가는 길에 부산의 모 대표님의 명함장도 받았고, 옆자리 사람들과 “권커니 작커니” 작은 정을 주고받았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화이트칼라쯤 돼야 사람대접 받는 세상이라고 우리 스스로 우리의 권리를 포기할 수 없지 않는가!? 블루칼라들도 열심히 일하고, 배우면서 한 목소리를 내기도 하고, 작은 몸짓으로라도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야 할 줄로 안다.
“한 사회의 정치적 단면에는 그 사회의 이성, 그 사회의 도덕, 그 사회의 정의, 그 사회의 행복이 녹아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