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북아신문]최근 일부 한국학자들은 조선족 정체성에 대해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즉 조선족은 한민족의 일원이지만, 중국 국적과 강한 국민정체성을 소유한 “100% 중국인”이라는 것이다. 한국인들의 ‘조선족 정체성’에 대한 인식은 1990년대 이후 조선족인구의 대규모적 국내이동과 해외출국, 중국 경제발전에 따른 젊은 세대의 민족관 변화와 민족교육의 위기, 재한중국동포들의 ‘중국인’ 행실과 한국 언론의 관련 보도 등에 기인한다.
대다수 한국인의 인상 속에 있는 재한조선족은 불법체류자로, 3D업종에 종사하는 “돈 벌러 고국에 온 사람들”로 인지되고 있다. 이러한 중국동포의 부정적 이미지는 중국동포에 대한 한국 언론의 부적절한 ‘극단적 사례’ 보도와 크게 관련된다. 또한 한국의 다문화정책은 결혼이주민과 자녀 및 귀한동포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정책의 배제대상인 대다수 중국동포들의 소외감을 더욱 커지고 있다. 결국 동포도 외국인도 아닌 재한중국동포들은 고국의 온정을 느끼지 못하고, ‘중국인’이란 자아정체성을 새삼 실감하고 있다.
한편 한국의 차별적 재외동포정책이 중국동포들의 ‘중국인’ 자아정체성 인식에 일조하고 있다. 2007년 이후 한국정부는 중국과 구소련지역의 무연고동포에게 방문취업제를 실시해왔지만, 취업종류와 체류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최근 출입국관리소가 발급한 외국인등록증에는 ‘한국계·중국인’으로, 중국동포 정체성이 규정되어 있다. 다문화정책의 배제와 재외동포정책의 차별화 및 동포차별은 상대적으로 평등한 중국의 소수민족정책과 비교되면서, 재한중국동포들은 ‘중국인’으로서의 우월성을 더욱 체감하고 있다.
최근 일부 조선족학자들은 ‘100% 조선족’을 주장하고 있다. 즉 한반도의 이주민족으로서 조선족은 한민족이지만 중국 소수민족의 일원이며, 국적을 취득한 중국국민이라는 국민정체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중국조선족은 장기간의 이주정착과 항일투쟁 및 조국광복의 역사적 과정을 거쳐 ‘중국국민’이 된 것으로, 민족정체성보다는 ‘중국인’ 정체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또한 한중 수교 후 한국에 진출한 조선족들이 불공정 처우와 사회적 기시 및 동포정책의 차별로 인해 ‘중국인’ 국민정체성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도시 민족교육의 열악한 환경은 향후 조선족사회의 변화·발전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최근 청도 등 도시에서 민족학교가 설립·운영되고 있지만, 정원이 넘치고 학비가 비싸 대부분 조선족들은 자녀를 한족학교에 보내고 있다. 이러한 도시 민족교육의 환경에서는 민족정체성 상실은 시간문제이며, 도시의 민족교육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민족문화 상실과 민족동화는 기정사실화될 것이다. 도시 진출 후 민족교육의 환경변화로 조선족후대들은 민족어 상실과 함께 ‘중국인’으로 진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개혁개방 후 중국경제의 고도성장과 함께 도시에 대거 진출한 조선족 3~4세의 민족관이 급변되고 있다. 그들은 중국국민으로서의 긍지감과 ‘중국인’ 자부심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일부 조선족지성인들은 ‘한어교육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자녀를 한족학교에 보내 ‘중국인 교육’을 시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도시 민족교육의 환경과 맞물리면서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또한 많은 민족간부들과 조선족학자들은 평소 조선어 사용을 거부하며, 실제로 도시의 조선족젊은이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주류민족에 동화되어 가고 있다.
평소 재한동포들의 ‘중국인’ 행실이 한국인들에게 ‘중국인’으로서의 조선족 이미지를 더욱 각인시키고 있다. 흔히 한국인들은 “고성방가, 지저분한 길거리, 교통신호 무시, 쓰레기 무단투기”를 일관하는 ‘코리안 타운’의 중국동포 생활습관에 대해 못마땅해 한다. 가끔 신호등 무시와 무단횡보를 일삼는 동포들의 사고 직전 아찔한 장면, 주말이면 술 마신 후 식당과 길거리에서 부리는 주정꾼의 추태를 보게 된다. 이러한 동포들의 미개한 행실이 한국인의 눈에는 한민족인 중국동포들이 이질화된 ‘중국인’으로 비쳐지고 있다.
‘강산이 십 몇 번 변화’되는 동안 중국에 이주한 조선족은 한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갈수록 중국화되고 있다. 급속한 인구이동과 중국경제 발전에 따른 민족관 변화, 민족교육의 위기에 따른 민족어 상실, 차별적 재외동포정책에 따른 조국관 변화 등의 주·객관적 원인으로, 조선족의 민족정체성 약화와 주류민족에 동화되는 엄연한 현실에 우리 모두가 심사숙고해야 한다. 이는 조선족의 존폐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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