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다가가니 먹던 고구마를 버리고 얼른 쳇바퀴 속으로 들어가서 쳇바퀴를 돌린다. 뱅글뱅글 돌리는 모습이 또한 보기가 좋다.
한참을 돌리던 다람쥐가 멈추고는 나를 빤히 쳐다본다. 곧추세운 귀며 작은 눈동자도 귀엽다. 더 바짝 다가서니 녀석은 또 쳇바퀴를 돌린다.
멈추기를 기다려 내가 다람쥐에게 물었다.
“너는 무엇 하러 그렇게 열심히 쳇바퀴를 돌리니?”
그러자, 다람쥐가 대답한다.
“네가 가까이 오니까 도망치는 것이지.”
나는 조용히 부드러운 소리로 말했다.
“네가 예쁘고 귀여워서 다가간 거야. 해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러자, 다람쥐가 대답한다.
“그건 네 생각이지 내가 어떻게 아니? 사람들은 나만 보면 잡으려고 하니까.”
나는 아무 말을 못했다. 다람쥐의 모습이나 행동이 귀여워서 사람들은 잡아서 기르고 싶어 한다. 한 때는 다람쥐를 잡아 수출까지 하였었다. 그래서 이 녀석도 잡혀서 이렇게 갇혀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 이 어찌 다람쥐에게만 해당하는 일이겠는가? 사람들이 예쁜 꽃을 가꾸고, 귀여운 곤충과 동물들을 기르는 것도 같은 것이다. 나무뿌리나 돌 같은 것도 예쁘고 멋진 것은 그냥 두지 않고 가져다가 두고 보며 즐기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다람쥐가 갑자기 다시 쳇바퀴를 돌린다. 옆에 다른 사람이 또 다가온 것이다.
나는 다람쥐에게 말했다.
“쳇바퀴를 아무리 돌려도 너는 상자 안의 다람쥐다. 헛수고 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그러자, 다람쥐가 이렇게 대답한다.
“쳇바퀴 속이라도 마음껏 달려야 시원하지. 이마저 하지 못하면 홧병으로 죽고 말어.”
나는 미안해서 더 이상 그곳에 머물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다람쥐를 귀엽다고 잡아 가두고 구경한다. 그리고 재미있다고 쳇바퀴를 돌리게 한다. 하지만, 그것이 그들에게는 얼마나 괴롭고 짜증나는 것인가! 제 맛에 남을 괴롭히는 사람의 이기심은 끝이 없는 것 같다.
돌아서는 발길이 무거워지며 다음 말이 실감 있게 떠올랐다.
‘귀여운 아기, 편할 날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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