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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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귀신
  • [편집]본지 기자
  • 승인 2011.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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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길우의 수필 211]
  [서울=동북아신문]밭길을 가다가 개미귀신의 집을 만났다. 모래땅에 절구통처럼 파여 거꾸로 된 원추형 모양을 하고 있다. 마치 운석이 떨어져 패인 것처럼 사방이 둥글며 내려갈수록 좁아진다. 개미들이 한 번 빠지면 꼼짝없이 잡혀먹기에 개미지옥이라고도 한다.

   모래를 조금 집어서 뿌려 보았다. 아무 반응이 없다. 속을 리가 없다. 주변을 기어다니는 개미를 잡아서 넣어보려다가 너무 하는 것 같아 그만두고, 나뭇가지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끝을 모래 구멍 가운데에다 넣고 헤쳐 보았다. 커다란 턱에 머리는 큰데 가슴과 배는 작고 약하다. 명주잠자리의 유충인 개미귀신이다.

   개미귀신은 놀라서 어쩔 줄을 몰라 한다. 뒷걸음으로 얼른 몸을 숨긴다. 나는 개미귀신에게 사과하고 물어보았다.

“어느 세월에 개미가 빠지기를 기다리니? 차라리 개미집 근처에 숨어 있다가 지나가는 놈을 잡아먹는 게 낫지.”

   그러자, 개미귀신은 어이없어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그러면 도리어 개미한테 잡혀 먹히지. 아까 내 몸 보았지? 이렇게 연약한 몸뚱이로 어떻게 개미들을 당해내겠어?”

   나는 다시 개미귀신에게 물었다.

“그러면 눈이라도 내놓고 살펴야지, 다 파묻고 있으면 어떡하니?”

   그러자, 개미귀신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모르는 소리. 나는 눈보다 촉각으로 살지. 그래서 무엇이 빠지면 금방 알아차릴 수 있어.”

   나는 개미귀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또 말을 걸었다.

“하지만, 모래뿐인 곳을 아무 잘못 없이 지나가기만 하는데도 잡아먹으니 너무 한 게 아니니? 그러니까 너를 개미귀신이라고 하고, 네 집을 개미지옥이라고 부르며 저주를 하지.”

   그러자, 개미귀신은 아주 엄숙한 표정과 점잖은 자세로 이렇게 말했다.

“만물이 생존을 위해 먹이를 취하는 데에는 그것의 선악을 따지지 않지요. 그래서 모두들 배가 부르면 더 이상 잡아먹지를 않는 겁니다. 다만 사람만이 그 이치를 모르고 맥없이 죽이고 재미로 살생도 하니 죄가 많기로는 사람을 따를 자가 없지요.”

   개미귀신은 더 이상 상대할 가치가 없다는 듯이 모래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는 그 말에 아무 말도 대꾸할 수가 없어서 고개만 푹 숙이고 뒤돌아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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