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강금실 선배, 왜 변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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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강금실 선배, 왜 변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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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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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1_24

[시론] 강금실 선배, 왜 변하셨나요

중국동포의 아픔 아시는지 … "관료주의의 포로"되지 마시길


▲ 정대화/중국동포 국적회복 헌법소원 변호사

강금실 법무장관께.

저는 후배 법조인으로서 민변 수련회에서 보여주신 그 열정으로 법과 원칙의 기조 위에서 인권과 개혁의 드라이브를 밀고 나가시는 강 장관의 모습에 찬사를 보내던 ‘강사모’의 열성 회원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이 자리에서 강 장관께 쓴소리를 하고자 합니다.

지금 법무부가 주도하고 있는 중국동포 강제추방정책은 동포 박해라는 점에 장관은 눈을 감고 계십니다. 1930년대 일제의 강제이민 정책에 의하여 고향에서 부모들이 쫓겨난 데 이어 그 후손인 중국 동포들은 참여정부에 의하여 고국에서 다시 한 번 쫓겨날 운명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나는 중국에서 죽더라도 너는 고향에 가서 뼈를 묻어라”는 부모의 유언을 듣고 고국에 발을 디딘 수많은 중국 동포들에게 돌아온 것은 외무부, 법무부 관리들의 차가운 시선과 냉대, 불법체류라는 딱지와 강제추방이라는 위협 뿐이었습니다. 이들은 만주 벌판에서 풍찬노숙하던 독립군의 후예들이며 일제 강점기의 피해자들이며 냉전체제의 희생양들입니다.

그러나 강 장관께서는 국회에서 “인종문제와 국적문제는 다르다”라는 안이한 답변으로 이들의 요구를 일축하셨습니다. 이 말이 200만 중국 동포가 자진하여 중국 국적을 취득하였고 이로 인하여 대한민국의 국적을 상실하였다는 취지라면 이는 역사적 진실을 외면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헌법 전문상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 국민”에 불과 60여년 전의 중국 동포들이 왜 포함될 수 없는지 묻고 싶습니다.

강 장관께서는 또한 “외국인 노동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답변하셨는데 이 말은 외국인 노동자들까지 인권 차원에서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 아닌, 오히려 형평성을 빌미로 중국동포에 대한 추방정책을 합리화하는 말로 비치고 있습니다. 이는 잘못된 발상으로 우리 헌법은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와는 달리 ‘재외국민의 보호’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인권변호사였던 강 장관께서 2400여명에 달하는 평화로운 단식농성 동포들을 외면하고 있음을 믿기 어렵습니다. 어느 누구라도 단 10분만 그들의 차별, 설움과 고단한 삶의 이야기를 들으면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진정으로 인권을 위하고 국민을 위한다면 그들의 거친 손을 잡고 얼마나 고생했느냐고, 고국이 얼마나 그리웠느냐고 단 한마디만 해주어도 그들의 얼어붙은 마음은 눈 녹듯 풀릴 것입니다. 저는 그런 ‘강금실의 눈물’을 보고 싶습니다. 이는 ‘민족사의 한을 씻는 눈물’이 될 것입니다.

강 장관께서는 그들이 왜 불법체류자가 되었는지 원인을 살피지 않고 결과만을 놓고 비난하는 ‘무사안일식 관료주의’의 포로가 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대다수 중국 동포는 한국의 실정법을 무시하자는 마음이 아니라 정말로 병들고 지친 육신에 빚만 남은 딱한 사정의 사람들이 주류입니다. 이들에게 지금 가라는 것은 죽음으로 내모는 길입니다.

중국 동포들은 한국경제의 밑바닥을 지탱하여 왔으며 우리 민족의 귀중한 자원입니다. 이들은 한국경제가 다시 배워야 할 부지런함, 근성을 가지고 있으며 두 가지 언어, 문화에 능숙한 사람들입니다.

우리 경제는 재도약을 위하여 오만함을 버리고 중국 동포만이 아니라 세계 각지의 600만 재외동포들을 활용하고 그들로부터 배우는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중국동포들은 조국을 버린 적이 없으나 조국은 이들을 버려 왔습니다. 이제 어쩌면 그들은 한국정부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는지 모릅니다.

중국 동포들의 단식이 10일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강 장관께서 나서서 대화하시고 토론하셔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민관합동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구를 만들고 현실적인 대안을 만들도록 호소합니다.

(정대화·중국동포 국적회복 헌법소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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