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산 시
산 너머에서 훈풍은 봄을 업고
누나처럼 사뿐사뿐 걸어온다.
어쩔 수 없이 수면 아닌 동면해야 했던 개구리는,
깨어나려고 언 땅을 발로 차며
몸을 꿈틀거린다.
겨우내 떨어야만 했던 씨앗은
오래간만에 흘러내리는 눈 녹은 물에 간신히 목을 축이고
희망을 반듯하게 그려본다.
흐르다가 안타깝게도 동태가 된 시냇물은
훈훈한 바람에 쌓이고 쌓인 쓰레기를 밀어낸다.
얼어붙은 시냇가를 안아주고 핥아 주고 키스 한다
훈풍에 떠밀려
봄은 기어이 올 것이다.
그러면 저 적막했던 늪가에서는
개구리는 더 성숙한 모습으로 한껏 기지개 켤 것이며
활기찬 울음소리는 귀 맛 좋게 온 들판 간간이 핥을 것이다.
그러면 저 스산했던 들판에서도
힘을 실은 씨앗은 마음 놓고 조용히 새싹을 틔우다가
제각기 제 색깔로 경쟁이라도 하듯 예쁜 꽃실로 들판을 곱게 수놓을 것이다.
그러면 저 조용했던 시냇가도
강에서 늪에서 올라온 물고기들로 장마당처럼 마구 북적거릴 것이며
날마다 새 생명을 잉태하여
이 땅에 더 없는 활기 가져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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