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마음이 매우 아프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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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마음이 매우 아프겠다
  • 박수산
  • 승인 2011.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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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산 글

“작은처남 오라 하지”
“ 그 새끼 놔두어.”
“왜?”
“일하러 간 사이 그 새끼 애인이 쓸만한 물건만 다 챙기고 도망가서 요새 속상해 일도 안 나가고 방구석에 처박혀 있어.”

내가 삼계탕 먹고 싶다 졸라 오늘 해놓고 작은처남 오라고 하니 마누라가 입에 거품을 문다.

작은처남 애인이 도망가다니 나는 믿기지 않았다.

한 보름 전의 일이다. 자기 애인이 생일 쉰다고 작은처남한테서 청첩 전화가 왔다. 그래서 우리 내외는 처남을 생각해서 안 갈 수도 없고 해서 아깝지만 축하금 10만 원을 들고 갔다.

생일은 가리봉 어느 중국식당에서 차렸는데 처제요, 처형이요, 또 다른 처남이요, 좌우간 처가의 풋내기는 다 모이고, 처남댁의 친척은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생일은 젊은 사람치고 풍성하게 잘 차렸다.

내가 처남댁한테 생일 축하 한다고 말하니 “나이도 어린 게 무슨 생일 쉰다고, 알리지 않겠다고 자꾸만 말렸는데 우리 저…”하고 말을 흐린다. 물론 입이 함 박만해서 웃고 있다.
내가 농조로 넌지시 떠보았다.
“우리 작은처남이 그렇게 좋아요?”
“맏아바이도 참 웃기네요? 안 좋으면 이렇게 같이 살겠어요?”
나는 진짜 처남댁은 중국에 있고 이 처남댁은 한국에 와서 오다가다 만난 애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 넌지시 떠보았다.

그날은 술도 거나하게 마시고 노래방도 가고 재미나게 놀고 왔다.

그리고 며칠 후였다. 막내아들이 3년 전에 사준 노트북이 이제는 구닥다리가 됐다고 기어코 새것을 사내라고 떼를 쓴다. 사주자고 해도 지금 건설현장에서 돈이 석 달째 안 나와 좀 힘들었다. 궁리하던 끝에 작은처남이 생각나서 전화했다.
“아, 자형 왜?”
“다른 게 아니고 학철이가 노트북을 사 달라하는데 돈이 좀 모자라서 한 50만 원만 먼저 빌려줘, 월급 나오면 줄 테니,”
“자형, 걱정하지 마/ 내 오늘 저녁에 누나한테 입금해줄게”
나는 작은처남을 믿고 기다렸다. 며칠이 지나 막내아들이 중국에서 또 독촉 전화가 왔다.
그래서 마누라한테 작은처남이 돈 안 주던가 물어보았다.
“그놈이 내 돈 안 가져가면 다행이지, 날 돈 줘? 해가 서산에서 뜨겠다.”
후에 알고 보니 처남은 건설현장 다니면서 돈은 많이 벌어도 돈이 없어 마누라한테 십 만원 ,이십 만원씩 자꾸만 떼질 써서 가져다 쓴다고 한다.

그 후 며칠 지나서였다. 나는 일찍 퇴근해서 집에서 신문을 보고 있는데 저 멀리서부터 음성이 높은 마누라가 누군가와 전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야, 너 애인 옷만 사주지 말고 이 누나한테 삼겹살 한 조각이라도 사주라.”
마누라가 집으로 들어왔다.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니야.“
마누라는 자존심이 강해 처가의 나쁜 일은 나한테 절대 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다시 묻지 않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떨어져서는 살지 못하는 고기와 물처럼 야단법석이던 처남댁이 작은처남이 일하러 간 사이 쓸만한 물건만 다 챙기고 전화까지 정지해놓고 도망을 가다니, 우리 작은처남도 마음이  아프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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