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북아신문]수잔 보일(Susan Boyle)의 이야기가 인터넷을 휘젓고 있다. 2009년 4월 21일 ITV에 방송된 후 9일 만에 그녀의 동영상만도 20여개가 올랐고, 조회 수가 2000만 건 이상이란다. 이를 본 사람은 1억 명이 넘어 최단기 1억 돌파 동영상이 되었다.
스코틀랜드의 작은 마을에서 고양이와 살고 있는 그녀의 집에는 몰려오는 인터뷰와 방송출연 요청이 줄이어진다고 한다. 미국의 유명한 흑인 방송인인 오프라 윈프리(Oprah G. Winfrey)는 그녀를 자신의 쇼 프로그램에 초청했다. 가히 선풍적인 일이다.
그녀는 2008년 영국의 ‘브리튼즈 갓 탈렌트(Britains got talent)’ 무대에서 뛰어난 가창력을 보여 제2의 폴 포츠라고들 한다. 폴 포츠(Paul R. Potts)는 평범한 휴대전화기 판매원이었는데, 2007년에 이 무대에서 우승하여 일약 오페라 가수로 유명해진 사람이다.
그녀의 동영상을 열어 보았다. 몸집이 뚱뚱하고, 네모진 얼굴에 턱과 목에는 살이 붙고, 눈썹은 짙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에 풍성한 원피스를 입었다. 촌스러워 보이는 차림새와 털털한 모습에 굵직한 말소리까지, 무엇으로 보나 노래가 제대로 나올 것 같지 않았다.
심사위원들도 그녀의 외양에 깔보는 태도가 역력했다. 47세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심사위원에게 그녀는 가볍게 허리를 흔들어 보였다. 왜 여태 가수가 못 되었는가 묻자,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기회가 없었어요. 이 자리에서 모든 게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 할리우드의 국민여동생으로 소문난 ‘엘렌 페이지’처럼 되고 싶다고 하였다.
부를 노래는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의 “나는 꿈을 꾸었네(I dreamed a dream)”였다.
그런데 놀랍다. 조용한 저음 부분은 꿈속에서 속삭이는 듯 부드럽고, 높은 음역과 감정이 든 부분은 일류 오페라 가수처럼 잘 소화해낸다. 성량도 풍부하고 발성의 폭도 넓고 표현력도 뛰어나다.
지난 날 나는 꿈을 꾸었지요.
희망은 높고 삶은 보람찼을 때
사랑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고
하느님은 용서할 거라 꿈을 꿨지요…
아름다운 목소리는 귀를 놀라게 하고, 노래는 가슴에 파고들었다. 관중들은 박수를 치다가 감동되어 모두 일어서서 환호를 한다. 처음에 업신여기며, 기대하지도 않는 듯한 태도를 보이던 심사위원들도 놀란다. 노래가 끝나자 온 장내가 박수와 환호로 뒤덮였다.
나는 그녀의 동영상을 다시 보았다. 입구에 들어설 때 기자의 질문에, “결혼한 적도, 키스해 본 적도 없다”고 대답한다. 노래는 열두 살 때부터 많은 사람들 앞에서 불렀다.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들겠다고 한다.
수잔 보일이 조용하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상황은 급변했다. 심사위원 사이먼은 눈을 치켜뜨고, 아만다는 입까지 벌리며 감탄하고, 관중은 박수치며 환호하기 시작한다. 아만다는 두 손을 입에다 갖다 대고 탄복의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녀는 음정이 높아감에 따라 왼팔을 쳐들어 최고조에서 높이 들었다가 천천히 내렸다. 관중의 환호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심사석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내는 아만다, 피어스도 탄복된 얼굴로 귀를 기울였다. 노래가 끝나자 모두가 일어나서 박수치며 환호했다.
노래를 마친 그녀는 관중들에게 손키스를 보내며, 천천히 무대를 걸어 나갔다. 그때 심사위원들이 불렀다.
그러나 그녀는 듣지 못하고 걸어 나간다. 어서 들어가라는 안내자의 손짓을 보고서야 다시 무대로 나갔다.
“그 자리에서 ‘엘렌 페이지’ 같은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을 때, 모두들 당신을 비웃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비웃지를 못하네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믿기지 않아요.”
피어스의 말에 관중들이 동감의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아만다는 이렇게 말했다.
“모두들 예상하지 못했어요. 솔직히 우리는 냉소적이었지요. 그런데 놀라게 해주셨어요. 그런 노래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이 큰 영광이었다고 말하고 싶어요.”
사이먼이 웃으면서, “수잔 씨, 전 당신이 무대에 나온 순간부터 대단하다는 것을 예견했어요”라고 말하자, 그녀는 부정하듯 “오, 사이먼 씨” 하고 외쳤다. 장난스런 사이먼의 말에 다른 심사위원도 관중도 손뼉 치며 웃었다.
“자, 이제 진실의 순간입니다. 피어스 씨 ‘예스’입니까, ‘노우’입니까?”
“제가 줬던 예스 중에 가장 큰 '예스'입니다.”
그녀는 놀라 눈을 크게 뜨며 그를 바라보고 좋아하였다.
피어스가 아만다에게 묻자, “당연히 '예스'죠”라고 대답했다.
사이먼이 선언하듯 말했다.
“수잔 씨, 당신은 고향에 당당히 가실 수 있겠네요. 저도 '예스'입니다.”
순간 그녀는 두 손을 들어 발까지 구르며 좋아했다. 왼손 주먹을 불끈 쥐어 흔들었다. 관중들도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축하해 주었다.
그녀는 천천히 걸어 나가고, 관중들은 한참 동안 박수 환호를 보냈다.
심사위원석에서는 감격이 식지 않은 듯한 마디씩 했다.
“엄청난 목소리예요. 제가 진행했던 것 중에 최고였어요“
“믿겨지지 않아요”
수잔 보일은 첫 무대에서 대단한 성공과 환호를 받았다. 외모지상주의를 멋지게 깨뜨려 버렸다. 그녀의 노래는, 노래하기 전 촌티 나는 겉모습과 옷차림, 무명의 시골 중년 여인이란 외모와 선입견 때문에 더 돋보였는지 모른다. 그래서 의외(意外)와 반전(反轉)이 높아졌고 감동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준비된 사람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성가대원으로 활동하고, 시골 바에 들러 노래방 기기로 부르고 싶은 노래를 마음껏 부르며 40여년 노래로 살아왔다. 어머니에게 나도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노래했다는 그녀이다. 그러기에 그녀는 품은 꿈을 이룰 수가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첫 무대에서 모두에게 ‘누구나 꿈이 있고, 무엇인가를 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준비된 꿈은 이루어진다. 수잔 보일의 노래 영상은 한 편의 훌륭한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감동은 잘 했을 때나 기대 이상인 경우 일어난다. 하지만 더 큰 감동은 거기에 반전(反轉)의 효과까지 겹쳤을 때 나온다. 수잔 보일은 깔보고 업신여기는 마음까지도 휘어잡는 훌륭한 노래로 큰 감동을 준 것이다. 감동과 함께 파일을 담아 놓았다.
― 200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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