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펜장수 출신 60대 노인, 60억 원 기부”
신문은 2005년 1월과 2006년 2월 불우이웃 돕기 프로그램인 KBS <사랑의 리퀘스트>에 기부한 사실을 보도하였다.
주인공 이남림 씨는 어린 시절 부모님을 따라 서울로 이사왔다. 판잣집에 살면서 야학을 다닌 그는 18살 때 볼펜과 만년필 장사를 시작했다.
돈이 좀 모아지자 남대문시장에 안경도매점을 차렸다. 번 돈으로 1984년에 경기도 용인 상현동과 이의동 지역의 땅 2500여 평을 샀다.
2005년 용인에 아파트 건설 붐이 일면서 그의 땅 1800여 평이 건설업체에 거액에 팔렸다.
그는 횡재로 여겼다. 그래서 “이 돈은 내 돈이 아니다”고 생각했다. 그는 세금을 내고 남은 돈 30여억 원을 아들을 시켜 방송국에 보냈다. 나머지 땅도 광교 신도시 부지로 편입되면서 보상금이 나왔다. 역시 그 돈도 방송국에 냈다. 당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30억 원을 내놓을 때는 솔직히 사흘 밤낮 잠을 설쳤어요. 하지만, 30년 전 서울 판자촌에서 새우잠을 자던 날을 떠올려 보니 어려운 사람들을 돕자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후련하고 행복해집디다.”
30억 원은 이 프로그램이 연간 모으는 기부금의 약 80%에 해당된다. 150여 명의 수술비를 해결하는 금액이다. 이 씨는 이에 앞서 2002년과 2003년에도 태풍 피해를 입은 이웃을 위해 1억 원씩 모두 2억 원의 성금을 냈다.
그런데도 그는 30억 원 추가 기부 때에 “알려지는 것이 싫다”고 했는데, 사진 취재에도 "내 얼굴이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행복한 세상을 만들려면 가진 사람들이 어려운 이웃을 돕 는 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기부는 판단이 흐려지는 70세 이전에 결정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2남 1녀의 자식들도 내 기부 결심에 적극 호응해 줘 기쁩니다.”
거저 얻은 돈은 쉽게 나간다는 말이 있다. 그래선지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 중에는 흥청망청 지내다가 빈털터리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남림 씨도 거액의 땅값을 횡재로 생각했다. 노력 없이 번 돈이란 것이다. 그러므로 웬 떡이냐 여기며 보통 사람들처럼 탕진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어렵던 시절을 떠올리며 얼마나 힘들었던가를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위해 기부했다.
기부는 부자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굶어보지 않은 사람은 가난의 어려움을 모른다.
고생은 고생한 사람들이 안다.
그러므로 이남림 씨는 횡재를 흔쾌히 투척할 수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