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동북아신문]국의 국부(國富)가 날로 증대하면서 세계 시장의 판도에 근본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12·5계획 기간에 전면적인 샤오캉(小康)사회 건설을 목표로 '민부(民富) 키우기'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면서, 14억 인구의 규모의 경제가 더욱 위력을 떨칠 것으로 보인다. 불과 얼마 전까지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은 어느덧 '세상을 삼키는 블랙홀’로 다가오고 있다. 바야흐로 중국에게 길을 묻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자동차 시장 2년 연속 세계 1위 … 금년엔 2000만대 넘을 듯
중국은 지난해 자동차 판매량에서 모두 목표치를 넘어서며 1800만 대를 돌파했다.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에 미국을 젖히고 세계 1위에 등극한 이후 차이를 더 크게 벌렸다. 중국의 세계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01년 4.3%에 불과했으나 2007년들어 12.2%로 늘어났으며 금융 위기 이후 정부의 경기 부양책과 내수 확대 정책에 힘입어 더욱 큰 폭으로 증가했다.
12·5규획 기간 중에 중국은 재정 지원을 통해 신에너지 차량의 보급을 크게 확대할 계획이다.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낡은 차량도 대폭 교체할 예정이어서 이 같은 고성장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5% 수준인 완성차 수입도 늘린다는 계획이다.
◆'중국을 잃으면 세계를 잃는다.'
중국 경제가 평창하고 중국인들의 개인소득이 늘어나면서 세계의 기업들이 중국 내수시장에 새롭게 눈뜨기 시작했다. 중국 전략에 있어 제조의 중국 대신 중국의 소비와 금융 서비스부문에 역점을 두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중국의 소비 판매액의 증가세가 가장 빠른 지역은 하이난성과 저장성 안후이성 등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은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등 선진 도시를 밀어내고 소비 대폭발의 주역이 됐다.
중국에는 수억위안(수백억원)대의 자산가가 2만 명을 넘는다.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 은행들은 이때문에 중국의 프라이빗 뱅킹 서비스 마케팅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외자기업들은 최초 연해안 도시에서 제조기지로 중국사업을 시작했으나 이제는 중국 시장을 겨냥해 2,3선 내륙도시에 제조기지를 추가건설하거나 소비시장 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맥도날드는 올해 대중 투자를 40% 늘리기로 했다. 이 회사는 중국에 175~200개 점포를 신규 개장할 계획이며 2013년까지 현지 매장의 80%를 새롭게 꾸밀 예정이다.
경쟁업체인 KFC, 피자헛 등을 보유한 얌 브랜드(YUM! BRANDS)도 올해 중국에 475개의 신규 점포를 개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전문가인 박한진 코트라 베이징무역관 부장은 "중국 소비시장 공략에 중국 경영의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관언이 아니다"며 "우리 기업들도 새해에는 중국 내수시장 개척에 심혈을 쏟아야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명품 시장의 단골 손님 된 중국 부자들
장쑤(江蘇)성은 지난해 1인당 GDP가 미화 7000 달러를 돌파해 광둥(廣東)성을 젖히고 1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더욱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일부 지역은 1만5000 달러에 달했으며 심지어 홍콩과 비슷한 3만 달러에 육박한 도시도 있었다. 잠정집계한 중국의 1인당 GDP도 지난해 이미 4000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지니 계수가 0.5를 넘어섰다는 주장이 제기될 정도로 소득격차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왕샤오루(王小魯: 중국개혁기금회 국민경제연구소 부소장) 박사는 회색 (灰色)수입이 5조4000억 위안에 이른다고 주장해 파장을 일으켰다. 국부가 증가하는데도 소득격차가 커졌다는 말은 부가 일부에 편중된다는 뜻이다. 중국에 2억 명이 넘는 부자들이 있다는 주장은 결코 빈말이 아니다.
세계 주요 공항마다 중국인 관광객이 넘쳐난다. 전 세계 명품 시장에서 중국인 고객은 '귀빈'으로 대접받는다. 이들의 '싹쓸이'식 쇼핑은 과거 한국인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규모 면에서 보면 한국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제 이들은 세계의 그림 시장과 골동품 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중국의 부자들은 과거 일본이 그랬던 것 처럼 이제 해외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자원 빈국 중국의 식탐에 세계가 긴장
중국은 알려진 것과는 달리 자원 빈국에 속한다. 특히 석유 자원은 자급률이 45%에 불과하다. 철광석 등 광물 자원도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매년 10%에 육박하는 경제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자원 수입이 불가피하다.
세계 도처에서 한국과도 '자원 쟁탈전'을 벌이기 일쑤다. 외교력이 부족하고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빈약한 한국은 고전을 면치 못한다. 중국은 특히 2조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자원이 풍부하고 경제가 낙후한 아프리카 자원 개발에 열중한다. 식량 자급률이 높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해외 투자와 M&A 시장에도 본격 나서
내수 시장 확대와 더불어 중국은 본격적으로 해외 투자에 나섰다. '저우추취(走出去)'라는 이름으로 매년 엄청난 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시도한다. 특히 규모와 자금력을 자랑하는 국유기업들이 정부의 든든한 지원을 업고 투자에 앞장선다. 중국투자공사(CIC)가 작년에 해외에 신규 투자한 자금만 해도 580억 달러에 달한다.
중국 정부는 최근 제2의 투자공사를 설립하고 초대 회장에 직전 국자위(國有資産監督管理委員會) 주임이었던 리룽룽(李榮融)을 선임했다. 한국은 해외 투자와 M&A시장에서도 이제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中세계 최대의 명품 소비시장
중국이 단지 짝퉁의 나라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중국은 일반 소비시장뿐만 아니라 호화 사치품 정품 시장에서도 가공할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호화 사치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65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은 이 시장에서 3년 연속 성장률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세계명품협회(WLA)의 통계자료는 향후 3년안에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글로벌 1위 소비시장으로 등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인사는 "호화 명품 시장에 대한 중국 소비자의 영향력은 가히 '혁명적'이다"고 귀띔했다.
중국의 많은 소비자들은 당장은 경제조건이 여의치 않아 호화 명품을 구입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앞으로 수입이 증가하면 명품 구두와 화장품을 구입할 것이라고 밝혀 잠재적 수요가 막강한 것으로 분석됐다.
● 중국의 명품족은 20,30대
최근 매킨지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 부자의 80%가 45세 이하인 것으로 나타나 중국의 부유층이 갈수록 젊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런 때문인지 중국 사치품 시장의 주 소비연령대는 미국 유럽(40~70대)과는 달리 20~40대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5개 주요 도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9%의 응답자들이 "장래 형편이 되면 사치품을 구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젊은 소비층은 독특한 명품 소비관을 지니고 있다. 고상함과 중후함을 특색으로 하는 전통 명품에 대한 선호와는 뚜렷한 차이를 지니고 있다.
베이징대학 옌준(嚴俊) 사치품 관리프로젝트 연구원은 "베이징의 경우 명품족은 젊은이들을 중심으로한 연예계및 스포츠 스타, 푸얼다이(富二代·재벌2세) 등이다"고 지적했다.
조사결과 중국의 젊은이들은 외국의 젊은층보다 훨씬 브랜드 감각이 뛰어나 "기업들이 새롭고 신선한 마케팅으로 접근해야할 것"으로 나타났다.
● 명품에 사족 못쓰는 사람들
연봉이 8만 위안(약 1천 600만원)인 한 언론사 여직원은 셀린(CÉLINE) 구두를 신는다. 그녀는 "샤넬 2.55 핸드백을 사기 위해선 매일 버스를 타고 한 두끼 식사를 굶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그녀는 또 "매년 한 두가지의 명품 신발이나 핸드백을 구매할 것"이며 "명품을 착용하면 자신감이 생겨 좋다"고 말했다. 밥은 굶어도 명품을 쓰겠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세계 호화 명품회사들은 특히 금융위기후 대중시장 침투 전략을 강화하고 나섰다. 2009년 금융위기로 불황을 맞은 명품업체들은 중국이라는 신흥 명품 소비시장을 집중 겨냥하고 나섰다.
세계 명품 브랜드회사들은 중국 젊은 층의 눈높이에 맞춰 브랜드의 대중화를 시도했다. 대표적인 예로 아르마니(Armani)는 젊은 계층을 위해 A/X를 출시했다.
명품 브랜드 업체중 에르메스(愛馬仕, Hermes)는 상하이에 '上下'라는 중국 소비자를 겨냥한 독자 점포를 설립했다.
중국 소비시장에서 이러한 명품업체의 '뜻 굽히기' 행보는 브랜드의 '고귀한 신분'을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업계 인사는 "어떻게든 돈을 버는게 중요하다"며 "LV 한개 매장의 월 판매액은 300만 위안(약 6억 500만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올해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사치품 기업들은 거의 대부분 두자리수 성장세를 기록했다.
●명품업체들 목 좋은 점포 쟁탈전
중국에 진출한 세계 유수의 명품 업체들은 목좋은 자리를 얻기 위해 치열한 '점포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베이징시 따왕루(大望路) 지하철 1호선 부근은 최근 대표적인 명품 거리가 됐다. 최고의 명품 백화점인 신광텐디(新光天地)는 총면적이 17.3만m²로 푸라다 샤넬 구치 코치등 1호 명품 매장들이 모두 입점해 있으며 대부분 제품이 파리나 뉴욕의 본점과 동시 판매된다.
베이징 와푸징(王府井)거리엔 까르티에 매장이 3개나 있다. 둥팡신텐디(東方新天地), 롯데인타이과 등으로 구성된 상권이 명품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또 상하이의 노른자위 상권인 난징루(南京路)와 화이하이루(淮海路)일대 와이탄(外灘) 지역에서도 점포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만큼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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