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다바시에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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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다바시에 다녀와서
  • [편집]본지 기자
  • 승인 2011.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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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김희정 글

[서울]저는 지난 1월 12일, 한국형 국제 원조인 ‘품앗이 운동’에 자원봉사자로 참가하여 필리핀 칸다바 시에 다녀왔습니다.

H2O품앗이운동본부는 한국의 미풍양속인 ‘품앗이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 세계화하자는 목적으로 1998년 설립됐고,  H2O란 ‘Human Hospitaller Organization’의 줄임말로  ‘사람을 사랑하고 돕는 단체’라는 뜻 입니다.

그동안 6·25전쟁 참전국가(21개국)에 대한 감사편지 전달 등의 문화교류 행사도 해 왔는데 저는 일본 품앗이 지회장 자격으로 참가를 하였지요.

  11일 저녁 9시 40분 비행기로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12일 새벽 5시 넘어 필리핀 클락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마닐라 내 전쟁기념관 참전용사기념비를 방문해 참배를 하고 그곳에서 거행되는 추모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눈만 잠깐 붙이고 아침 8시에 다시 출발하는 등의 하드스케쥴로 몸은 많이 피곤했지만 경건하게 진행되는 행사에 참가하며 참전 용사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서 헌화하고 묵념하는 시간은 정말 보람되고 가슴 뭉클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점심을 한국식 부페로 잘 먹고, 오후 3시부터 6시까지는 국제나눔클럽이 주관하는 한국과 필리핀의 새로운 경제협력 방안 모색 및 양국 기업들의 활발한 교류와 협력을 위한 주제발표 등의 글로벌품앗이 리더스 포럼에 참가하였습니다.

 주제발표에 이어 많은 분들의 열띤 토론이 전개되었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큰 성과가 있었다고 봅니다.

 포럼을 마친 후 바로 옆 방에서 거행되고 있던 한인회 신년모임에도 참가하여 필리핀에 살고 있는 우리 한국 교민들과 서로 교류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제가 오사카 한인회 여성부장이기도 했기에 필리핀  여성회 회장님과 같이 사진도 찍으면서 해외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한인들 간의 교류가 앞으로 더욱 활발해 졌으면 좋겠다는 인사도 나누었습니다.

  13일 아침, 우리는 8시에 시작되는 우정의 비 건립, 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서둘러서 칸타바시로 향했습니다.

우정의 비는 상단은 한국에서 제작을 하고 하단은 필리핀에서 제작을 하였는데 뜨겁게 내리쬐는 폭염 속에서도 우리는 그 보다 더 뜨거운 마음으로 제막식에 참가하여 그 의의를 되새겼고, 양쪽 나라의 국가가 은근히 울려퍼질 때는  두 나라의 깊은 우정을 생각하며 감개무량한 마음이 되었습니다.

 제막식이 끝난 후 옆 건물로 자리를 이동하여 필리핀의 전통 춤과 한국의 사물 놀이 공연으로 축하 공연을 관람한 후, 한국참전용사 및 가족, 현지인을 대상으로 품앗이 상 시상, 메시지 전달등의 기념행사를 가졌습니다.

먼저 주최측의 감사 인사가 있었고, 이어서 팻 빌로리아 재향군인회장(87)을 비롯하여 칸다바시 제리 펠라이요 시장의 인사말이 이어졌는데 “옛날에 도움 받았던 것을 잊지 않고 갚으려 노력하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며 도움받는 입장이라 해도 전혀 거리낌이 없고 그런 한국과 품앗이 본부에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몇 번이나 강조하여 말을 하였습니다. 그런 말을 들을 때에는 한국인으로 참 마음이 뿌듯해 왔습니다.

 피델 라모스 전 필리핀 대통령은 참전용사로는 유일하게 국가원수까지 지낸 분으로  필리핀은 6·25전쟁 때 군인 7400명이 참전해 112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하는 사실을 저도 이번에 참가하고 처음 알았습니다.

 13일 오후 2시경에 우리는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80km 떨어진 인구 10만 명의 농촌도시 칸다바(팜팡가 주)를 찾아 갔습니다.

 그리고 6·25전쟁에 참전했던 퇴역 군인, 프란시스코 씨(81)의 허름한 가정집 뒷마당에서 작은 음악회를 열었습니다.

악기를 가지고  간 한국인 봉사자들이 필리핀 국가를 연주하자  같이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친구 빅토리아노 씨(84)와 그 집에 모여있던 25명 정도의 주민들, 그리고 자원 봉사자들로 참가했던 우리  모두는 숙연한 자세로 그 음악을 들었습니다.

   음악회가 끝난 후 자원봉사자들이 두 노인의 거친 발을 대야에 담고 닦아주기 시작했습니다. 봉사자가 감사의 말을 전하는 도중 목이 메어 울먹이기 시작했고 두 노인의 주름진 눈가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본 순간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저는 발 씻는 자리 바로 옆에 서 있었는데 아주 작고 까아만 발을 보며 이렇게 작은 발로 어떻게 남의 나라까지 오셔서 그 무서운 전쟁을 겪으시고 평화를 지켜주셨는지하고 생각을 하니 눈물이 쏟아져나와서  참느라 많이 애를 먹었습니다.

 원래는 선물만 드리고 올 예정이었는데  너무 감동을 한 우리는 버스에 돌아와서도 그대로 자리를 뜰 수가 없었고 결국 계획에도 없었던 모금을 그 자리에서 즉시 하게되었습니다. 같이 가신  대령님이 현직 군인답게 앞장을 서셨는데  금새 상당한 금액이 모였습니다. 덩치도 크시고 씩씩해 보이시던  위원장님께서도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훔치고 계시다가  우리가 모아드린 성금을 전달해 드렸고 너무도 기뻐하시는 두 노인을 보면서 조건없이 도와주신 필리핀 주민들도 그 은혜를 잊지않고 찾아가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온 우리 코리안들도 모두 흐믓한 마음이 되어 돌아 올수 있었습니다.

아주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들은 참으로 소중한 행복을 늘 맛보며 살 수 있는 것이지요 .

 한국전쟁  참전용사 프란시스코 할아버님께.       

  그 선한 눈망울로 어떻게 무서운 적들과 싸우려 하셨습니까?

 그 작은 발로 어떻게 한국땅을 굳건히 지켜주시려 하셨습니까?

 

죽음보다 배고픔 참기가  더  힘들었다는 전쟁터.

죽임을 당하는 것 보다 죽여야 하는 두려움이 더 컸다는 전쟁터.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이국땅의 그 황망한 어둠 속에서,

 당신께서 나누어주신 희생 정신이 밑거름되어

우리 이제 나누어 줄 수 있는 코리안이 되었습니다.

 

당신께서 지켜주신 평화정신이 불씨되어

이제 우리 대한민국이 잘 사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당신께서 보여주신 무조건적 우정이

우리를 하나로 만들어 주셨고

 

당신께 돌려드리고 싶은 무조건적 고마움이

우리를 품앗이안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품앗이 사랑으로 늘 함께 하겠습니다.

 
 필리핀 칸다바 시에서 6·25전쟁에 참전했던 퇴역 군인 할아버지께 감사의 말을 전하는데 할아버지의 손과 발이 너무 작아서 이렇게 작은 손과 발로  우리나라를 지켜주셨구나 하는 안쓰러움에 눈물이 앞서 애를 먹었습니다.

 우리는 다시 품앗이스쿨이 열리고 있는 장소로 돌아왔습니다.

99m²(약 30평)가 채 안 되는 교실에는 배우려는 시민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IT 강좌의 경우 초등학생부터 40세 성인까지 컴퓨터를 전혀 배우지 못한 저소득층이 40명정도, 미용 강좌에는 해당 지역 미용사 30명정도가, 풍선아트에는 학교 교사 20여명이 참석하고 있었습니다.

 품앗이 한국인 봉사자들은 칸다바시에 컴퓨터 100대를 기증하고 정보기술(IT), 풍선아트, 미용 강좌를 무료로 3일간 진행하였습니다.

‘2011 Thank you from Korea 품앗이학교’ 행사는  칸다바 시내 ‘미스어스 파크’ 내 약 330m²(100여 평)짜리 단층건물에서 진행 되고 있었는데 하루 종일 30도가 넘는 더운 날씨가 계속되다 보니 좁은 교실 안에 있던 자원봉사자들과 칸다바 시민들은 땀으로 범벅이 되면서도 즐겁게 참가하였고, 가르쳐주고자 하는 열정과 배우고자 하는 의욕의 열기가 바깥 날씨 보다 더 뜨거웠습니다.

   칸다바시에는 중,고등학교가 3개밖에 없어 교육 인프라가 매우 부족하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의 열정도 남달랐는지 모르겠지만, 같이 간 동아일보 기자가 취재한 내용을 보니  IT교육에 참석한 한 여성은 “나중에 내가,  잘살게 되면 더 못사는 나라를 돕고 싶다. 그때까지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말했고,  또 다른 필리핀 학생은 "한국이 너무 고맙다”며 “지금은 우리가 어렵게 살아도 열심히 살면 언젠가 한국처럼 남을 도울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다”고 말을 했더군요.

  이번 필리핀에서 이루어진 품앗이 행사는 참으로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고 감동을 준 행사라 생각합니다.

이 품앗이 정신의  장점은 이처럼 도움을 받은 사람이 나중에 다시 되갚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이웃 간의 힘든 일을 서로 거들어 주며 함께 살아온 아름다운 풍습의 한국 전통의 생활정신 ' 품앗이"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서 코리아의 위상을 드높이는 운동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과, 우리 지식씽크넷 가족분들 또한 모두 이와같은 정신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러한 마음들이 모아질 때 이 세상은 더 아름답고 더 따뜻한 세상이 되리라 생각해 보면서 제가 품앗이안이고 씽크넷 멤버라는 것이 자랑스럽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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