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돌아 오니 할 일이 없다.
대부분 절대 대부분 친구들은 나이 50이 넘으면 할 일들이 없어서 매날 빈둥빈둥 거리며 놀고 있다.
어떤 친구를 사귀느냐에 따라서 그 노는 방법도 차이가 있다. 마장노는 친구를 사귀면 마장을 놀고 무도추는 친구를 사귀면 무도장에 들락 거리고 ...
대부분 친구들은 그래도 신체건강이 첫째라고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요즘은 모두들 생활이 윤택해져서 그런지 운동, 신체 단련도 고급스러운 것을 하는 분들이 많다. 말하자면 돈을 내고 헬스 클럽을 다니거나 다이어트 하느라 전문가의 강의와 지도를 받으며 운동을 하는 사람도 많다.
우리 같은 신세는 그런 고급스럽고 사치한 운동과는 거리가 멀어서 그저 강둑을 올려 달거나 내리 걷거나 아니면 노천에 배치한 헬스 기구로만도 대만족을 하고 있는 족속들이다.
그래도 모두들 단련만은 열심히 게으르지 않게 매일 한다. 전번에는 제기차기를 즐기는 팀에 가입 할까 하고 몇 번이나 그 주위에서 맴돌다가 종내 내입이 떨어 지지 않아 제기차기팀에 가입하지 못하였다.
성격이 아주 내성적이다 보니 "나도 같이 차기요" 하는 말이 좀처럼 입밖으로 나오지 못하더라.
그러다가 마침 혼자서 제기를 차는 사람이 있기에 용기를 내여" 나도 같이 차도 될까요?" 하였더니 하 글세 어찌나 반기던지 그대로 둘이 한 팀이 되여 열심히 제기를 차는데 그제기 차기가 참 운동도 되고 즐겁기도 하고 또 아주 경제적이어서 다른 그 어떤 운동보다도 더 좋더라
얼마 후 여성들이 두 명이나 합세하여 우리 팀은 점점 불어 나기 시작하였고 여성이 합세 함으로서 이 주정배의 말수도 많아 졌고 제기차기 팀은 활기가 넘쳐 나는 것이었다.
우리팀이 새로 가입한 아줌마 한분은 건너편에서 며칠 차다가 그팀을 포기하고 우리팀에 합세한 하였었는데 듣자니 그제기팀도 회비를 200원씩이나 내는데 그것 뿐이면 또 괜찮겠지만 매달 그무슨 데놀이가 있거나 회식이 있고 또 누구 아들이 결혼식이 있지 않으면 어느집 딸이 대학교 입학하였소 또 누구 생일이요. 하고 주구장창 마시자 먹자 하는데 운동이 효과가 볼가 하면 제 도레미 되고 체력이 좀 오를까 하면 또 저하 되여 운동을 하나 마나 하더라나 그런데 빠지면 이튿날에 남들의 눈총사격이 오고 ... 거기에 또 말썽이라고는 어찌나 많은지 …
나는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먹고 놀고 하는 것은 머 제멋이라고 하나 이 말썽이란 것은 정치하는 사람이나 승진이나 승급을 바라는 사람들이나 피우는 것이지 여기 우리 반백이 다 넘은 주제에 운동삼아 하는 놀인데 무슨 말썽이 그렇게 많은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직장에서는 글쎄 승진이나 승급을 위하여 서로 물고 뜯고 아웅다웅 한다손 쳐도 여기 이런 나이 환갑이 가까워 오는 주제에 무슨 아귀다툼을 그렇게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어느 단체나 다 이렇다는 것이었다. 연길, 여기 내 고향에서도 한국에 갔다 오신 분들이 억수로 많아 많은 횝회요 동호회요 꾸려서 인생을 즐기고 행복하게 살자는 것이 취지일턴데 와! 왜 이렇게 아웅다웅 하는지 내 이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도 않는다.아마도 우리민족은 너무 정치를 해서 이런 모임이나 동호회에도 정치가 존재 하는가부다
그래서 이 대가리를 좀 굴려 보았더니 이거 아무래도 한국에서 배워 온다는 것이 왕창 잘못 배워 온 것이 아닌가 싶다. 뭐 나쁜 것은 빼고 좋은 것만 배워도 다 못 배우겠는데 어찌 그저 있는 그대로 다 배워 와서 여기서도 한국사람들처럼 조그마한 것 가지고 아웅다웅 하는 것이 라고 생각된다.(한국분들께 맞아 죽을소리 했다)
저번에 어느날 아침에는 글쎄 내가 조금 늦게 나갔더니 우리팀에 있는 나의 동창이 입이 뽀로통해서 제기도 안차고 가고 있는 것이 보여 불렀더니 그동창이 나한테 하는말을 듣고 나는 어찌나 웃었던지 배꼽이 다 빠질 번했다.
글쎄 그친구, 제기를 매일 갖고 나오지 않는다고 팀에서 차지 말라고 말하더라나 노인 한분이 계시는데 그노인이 똑마치 자기가 회장이나 된 것처럼 말이다. (솔직히 회장을 뽑는다 해도 이주정배가 창시자요 제기도 잘차지 하니깐 내가 회장감이다~!~) 그노인이 주새대가리 없이 우리 친구를 ... 얼마나 황당했겠나 싶다.
아니 글쎄 제기 하나 돈이 얼마라고 2원도 하지 않는 제기를 갖고 나오지 않았다고 차지 말라니 … 나의 그동창은 모국에 국장질 하던 분이데 너무 억울해서 그 노인을 욕하며 거기에 가지 말자고 하는데… 결국은 그 팀은 바야흐로 성장단계에 있던 팀인데 그만 그 노인이 말 한마디에 두 편으로 갈라졌고 그나마 요즘 날씨가 추워서 우리제기팀은 유산 되고 말았다.
후에 알고 보니 그 노인도 한국서 몇 년 구불다가 왔다고 하던데 … 돈도 너무 막막 하지 않는 노인인데 그렇게 한국서 배운 “ 일전 한 푼도 남에게 밑지지 않으려는 자본주의사상에 잘못 물든 것이었겠다 싶다. 그리고 모임에 가면 꼭 이런 분이 한둘이 있다고 한다. 자기돈은 한푼도 밑지지 않으려고 하면서 ...말만 많은 분들이 말이다.
요즘 고향의 사람들은 모두들 옛날보다 돈도 있고 잘살고는 있지만 자본주의 물을 먹어 그런지 아니면 사회의 경제 발전에 필연적인 변화인지는 몰라도 의식형태 수준은 영 말이 아닌 것 같다.
고향에 돌아 온지 이젠 약 반년이 돼 가고 있는데 어쩐지 난 고향이 싫어 졌다. 연길시도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자옥한 연기가 고향하늘을 뒤덮고 있고 인간들의 마음 씀씀이가 매캐한 연기처럼 내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것 같다.
어쩌면 그 옛날 "쌀독에서 인심이 나온다"는 말은 옛말인 것 같다. 요즘은 쌀독에서 쌀이 너무 넘쳐 그런지 쌀독에서 좀이 나는 것 같기도 하도.
그래서 난 요즘도 공기가 맑은 시골이, 인심이 후한 시골이, 서로 아웅다웅 물고 뜯지 않는 시골이 더욱더 그리워 지는가 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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