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자 시
그때나의 가슴이
그다지도 열수없는 문인줄 몰랐다
피 터지도록 두드려도
스미지 않는 너의 아우성은
지금도 돌보다 더 딴딴한
내 돌문을 치고 있는데
도무지 열리지 않는구나
그때
너의 마음이
그다지도 견고한 성(城)인줄 몰랐다
뼈가 꺾이도록 박아도
들어가지 못한 나의 뚝심은
지금도 돌보다 더 딴딴한
네 담장을 부수고 있는데
도무지 끄떡하지 않는구나
그때 너와 나
마주 날린 성난 팔매질에
강심에 떨어진 애꿎은 돌
시각으로 바뀌는 물에
오늘도 몸을 씻고 씻으며
너를 대신해 나를 대신해
참신하고 있다는걸 알자
참된 자연으로 숙연한 돌보다
꾀 많은 영물로 교활한 너와 나
오물 투성임을 인제라도 알자
이제 더는 치지도 부수지도 말자
주야로 흐르는 물속에 뛰여들어
굳어진 영혼의 각질 벗겨내면
가슴과 가슴이
마음과 마음이
홍익으로 해달에 이르려니
우주
노하는 바다야
가없는 우주에서
한 방울 이슬임을 알라
웅위한 산아
가없는 우주에서
한알의 모래임을 알라
볼래야 볼수 없는
존재조차 확인되지 않는 나
내가 우주임을 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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