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북아신문]하늘에서 내려다본 흑룡강성은 마치 데니스 퀘이드가 주연한 영화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를 연상시켰다. 사방이 모두 하얗게 얼어붙은 설원(雪原)이었다.

현지 기온은 영하 14도라는 기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중국 흑룡강성 목단강시.인구 280만의 이 시는 실제로는 우리나라 도(道) 몇 개를 합쳐놓은 것 같다.

러시아와의 국경에 있는 수분하도 목단강 산하의 한 도시다.
목단강 시 중심에서 3시간을 달려야 닿는 곳이다.
수분하에서 버스로 다시 한 시간을 달리면 러시아의 우수리스크에 닿고, 다시 두시간을 더 가면 블라디보스톡에 닿는다.

수분하의 변경에는 우수리스크로 가는 버스가 막 출발하려 하고 있었다.
수분하에서 우수리스크까지는 145위안(우리돈 2만원 상당)이라고 한 승객이 소개한다.
수분하와 반대편에 있는 도시가 하얼빈. 흑룡강의 성도다.
목단강에서는 빠른 열차로 4시간이 걸린다.
한때 목단강에는 우리 조선족 동포 16만7천명이 살았다.

연변지역을 제외하고는 조선족 동포들이 가장 많은 지역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한국으로 떠난 지금도 12만명이 살고 있다.
“조선족 촌은 들어서면 표가 납니다. 깨끗해요”
이렇게 말하는 엄재봉 목단강한인회장은 목단강에 온 지 10년이 됐다.

삼성전자 협력사로 전기공사업체를 경영하던 그는 목단강의 대초원에 반해 이곳에 정착했다.
“실내수영장과 찜질방, 사우나를 겸한 고려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의 수영장은 올해 목단강 대학에 새로운 수영장이 서기까지 목단강 지역에서 유일한 실내수영장이었다고 옆에서 귀띰한다.

목단강은 과거 우리 민족 독립운동의 터전이었다고 그는 소개한다.
“김좌진 장군의 기념관도 있어요. 청산리전투로 유명한 김좌진 장군이 여기서 활동하시고, 여기서 돌아가신 거지요”

이 지역에 들어와 있는 한국인들은 170명. 목단강 해림 영안 동영 등에 흩어져서 제조업이나 무역, 서비스업에 종사하며, 인삼 재배 농장을 경영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 지역에 지난해부터 찬바람이 불었다. 한국인 여모씨가 한국에 취업시켜주겠다면서 2006년부터 2008년 4월까지 현지인 790명으로부터 1000여만위안(17억원 상당)을 가로챈 것.
당시 하얼빈의 한인회장 등도 여모씨와 친분을 과시하며 이 지역을 다녀서, 사건 발생 직후 한국인에 대한 감정이 극도로 악화됐던 것.

이 사건이 사기로 밝혀지면서 현지의 피해자들 가운데는 빚 때문에 파산하거나 이혼하는 등 가정파탄이 속출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말 중국언론에도 알려져 중국내에서의 혐한감정을 자극했다.
이 사건으로 인한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재중국한국인회(회장 정효권)는 성금모금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장흥석 재중국한국인회 부회장을 위원장으로 한 대책위원회.
대책위는 성립 이래 북경과, 심양, 칭다오 등지에서 대책회의를 갖고 심양영사관 관계자와 북경 대사관 관계자들과도 만나 대책을 강구했다.

대책위는 한국으로 가기를 원하는 피해자들을위해 청와대에 탄원서를 올리는 한편, 돕기 활동의 대단원으로 사건 발생지인 현지를 방문해 성금을 전달했다.
“피해자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직접 피해자들을 만나는 것을 피하고, 해림시 정부에 성금을 전달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장흥석 대책위원장은 “성금은 피해자중에서도 특히 취약한 사람들, 다시 말해 학교에 못하는 학생들이나 사건의 충격으로 쓰러진 사람들을 위해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부탁했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대책위 활동을 한 것은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 노력하자는 뜻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정창호 대련한국인회장은 “앞으로 혹 무고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는 한국인회 차원에서라 미리 경고를 보내, 사전 예방을 하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성금 전달식은 해림시 피해자들을 자극할 수 있다는 해림시측의 의견을 존중해 비공개로 이뤄졌다.
전달식에는 장흥석 대책위원장과 현지의 엄재봉 한인회장 등이 참석했다.
“해림시측에서 감사패를 전달한다고 했으나 안받기로 했습니다. 감사패를 받기 위해 한 일은 아니잖아요”

대책위원으로 참여한 박제영 재중국한국인회 부회장은 이렇게 말하며, “이번 돕기 행사는 모금 액수의 다과를 떠나 우리의 마음을 전하자는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월드코리안신문 이종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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