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연해주에도 어김없이 콩을 수확하는 철이 돌아왔다. 다행히도 불안정한 기후 속에서도 올해는 평년작은 될 것 같다.
올해는 우리 프림코 농장 전체 1700헥타르(약500만평) 중 870헥타르에서 영농을 했는데 1헥타르 당 0.9~1톤씩 총 800톤 정도의
수확량을 기대하고 있다.
화학비료나 제초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직 윤작과 휴경 그리고 써레질(트렉터로 풀잡는 기술)로만 한 무화학 영농의 성과다.
일반 영농을 하는 다른 농장은 1.5톤~2톤 정도의 수확을 기대하고 있다.
추수가 시작되면 연해주 미하일로브카 군 3곳의 고려인 정착마을 공동작업장도 분주해진다. 올해는 농장에서 생산한 콩 중
약 50톤이 공동작업장으로 갈 예정이다.
지난주엔 3개 마을 작업장 대표 아주머니들이 모여 회의를 했다. 아시노브카 마을의 나스차 마마(어머니의 러시아어), 끄레모바
마을의 라야 마마, 고향마을의 루바 마마와 생협을 맡고 있는 비카, 주인영 씨가 모였다. 열띤 토론이 이어지고 몇 가지 계획이 세워졌다.
올해는 10월 말부터 12월까지 메주 15톤을, 내년 1월부터 4월까지 청국장 16톤을, 그후 5톤의 메주로 된장 8톤을 만들어 놓기로 했다.
이는 약 6개월 정도의 일거리가 된다. 몇가지 원칙도 정해졌다. 마을 공동작업장마다 최소 6인이 참여해 가능한 일자리를 나누자는
취지를 살렸다. 마을 자체적으로 공동작업장 생산과 운영을 책임지기로 하고 생산된 것을 생협이 매입하는 방식을 취하기로 했다.
마을작업장이 주민 스스로 운영되는 자치작업장으로 발돋움하게 된 것이다.
메주에 대한 계획이 구체화되었다. 공동 작업장의 메주 작업장 원가를 계산해보니 1키로에 70루불 정도가 된다. 한 가구가 일 8시간씩
주6일간 일을 하기로 했다. 이때 월급은 13000~15000 루불, 한화로 약 54만원~63만원 정도가 기준이다. 품질관리, 포장, 창고, 연해주 내
물류비를 포함하면 연해주 메주의 생산원가는 120루불(5000원) 정도다.
판매 가격도 생협의 정신에 맞게 생산자와 소비자를 최대한 보호하는 선에서 중간 유통마진을 최소화 하는 방식으로 고민했다. 그래서
직거래 개념의 거래를 구상하고 메주가 필요한 마을, 단체를 대상으로 100kg 이상의 공동구매를 조직해 보기로 했다. 생산원가 5000원에
수출세, 수입세, 국제 물류비를 포함하니 동해항에서 판매할 수 있는 가격이 1kg당 7500원 정도가 된다.
바리의꿈 (www.baridream.co.kr)의 연해주 고려인 콩은 100% 유기농, 유기농 콩으로 인증도 받았다. NON-GMO(비유전자조작) 콩으로
고려인이 만든 메주를 동해항에서 kg당 7500원에 구매 할 수 있는 것이다.
단, 이 방식으로 판매 하려면 우리가 직접 소비자를 100kg 단위로 조직해야 하고, 소비자는 생산비 일부를 충당하기 위해서 30%의 계약금을
예약과 함께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생협을 조직하기 위한 과정이고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이니 즐겁게 할 일이다.
우리는 특히 이 메주를 자활단체나 학교 급식, 불우청소년시설 같은 곳에서 구매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어려운 사람들이 좋은
먹을거리로 서로 돕는 그린에코시스템의 사례가 되기를 바란다.
뿌듯하다, 가장 좋은 콩으로 만든 메주를 한국의 소비자들에게 낮은 가격으로 제공하고, 연해주 고려인들은 가장 힘든 겨울철에 일자리를
얻게 된다. 한편 1000여 가구가 참여하는 동북아 생협의 또 하나의 기초가 만들어지게 된다.
단지, 한국에서 소규모로 메주를 만들어 연명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누를 끼치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 고구려, 발해, 고려인의 땅 연해주에서
고려인 동포들이 농사 짓고 만든 메주가 고국의 품안에서 우리 농산물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랄 뿐이다. (제공= 동북아평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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