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申吉雨문학박사, 수필가, 국어학자. 남한강문학회 회장. 문학의강 문인회 회장, skc663@hanmail.net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는 미국의 소설가 헤밍웨이가 맨 처음에 살던 집이 있다. 암보스 문도스(Ambos Mundos) 호텔이다. 호텔 맨 위층인 5층 511호를 썼다. ㄱ자형 붉은 건물의 중간에 자리한 〕형 방이다. 3방향 전망이 매우 좋다. 창작에 늘 쓰던 타자기와 침대까지 그대로 놓여 있다.
헤밍웨이는 1930년에 바다낚시를 하러 가서 보고는, 쿠바를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후에 쿠바로 가서, 1960년 추방당할 때까지 30여년을 살았다.
그런데 헤밍웨이는 이 호텔에 살며 신화(神話) 하나를 남겼다.
술을 좋아했던 헤밍웨이는 카페《플로리디따》(Floridita)에 가서 술을 자주 마셨다. 주로 구석자리에 앉아 사냥과 낚시 이야기를 자랑하며 술을 마셨다. 흑인 바텐더는 헤밍웨이가 즐기는 칵테일인 ‘다이끼리, Daiquiris‘를 만들어 주었다. 그는 한 자리에서 이 술을 17잔이나 마신 적도 있었다.
‘다이끼리’는 ‘럼’주 1온스에 사탕수수즙과 레몬즙을 붓고 얼음을 갈아넣은 것이다. 그런데 헤밍웨이는 사탕수수즙을 빼고 럼을 2온스 넣은 것을 좋아했다. 소위 ’파파 헤밍웨이'이다.
1950년대 초부터 미국 관광객들이 아바나에 몰려들었다. 그들은 카페《플로리디따》에 와서 헤밍웨이의 술을 찾았다. 다이끼리 일명 ‘파파 헤밍웨이‘는 마셔 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만큼 크게 유행되었다.
헤밍웨이의 칵테일 ‘다이끼리’는 한 잔에 50센트였다. 사람들은 팁으로 5달러, 10달러를 주었다. 덕분에 바텐더는 큰돈을 벌게 되었다. 그는 자신이 근무하던 바 《플로리디따》를 매입하고, 나중에는 그 옆에 딸린 식당까지 샀다.
벼락부자가 된 이 흑인 바텐더가 꼰스딴떼 리발라이과이다. 그는 지금 조각공원묘지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꼴론’ 공동묘지의 초대 대통령 세스빼데스의 묘 옆에 있다. 대통령 것보다도 훨씬 더 화려하게 만든 묘 안에 잠자고 있다.
이 ‘다이끼리‘는 지금도 유명하다. 카페의 집기들도 헤밍웨이가 살던 당시의 것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한쪽에는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 있는 헤밍웨이의 실물크기 동상도 있다. 안쪽 벽면에는 헤밍웨이와 관련된 사진 여러 장을 액자로 걸어 놓았다. 그리고 아바나를 찾는 사람은 누구나 이곳을 찾고, 헤밍웨이가 즐겼던 칵테일 다이끼리 ’파파 헤밍웨이‘를 마시곤 한다.
헤밍웨이는 자신이 즐겨 마신 칵테일 술 하나로, 무명의 바텐더를 일약 부자가 되게 한 신화를 만든 셈이다.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을 훌륭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 헤밍웨이는 자신이 즐겨 마신 술로, 큰 부자를 만들고, 많은 사람들을 감동하게 하였다. 훌륭한 작가는 훌륭한 작품으로만 남는 것이 아니다. 훌륭한 삶도 많은 사람들을 감동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