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마을에 한 여인이 있었다.
가진 것이 없어서 돈 없는 사내한테 시집을 갔다.
부부는 닥치는 대로 일품을 나섰다.
그래도 벌이가 적어 끼니 굶기를 밥먹듯 하였다.
그런 중에 쌍둥이 아들을 낳았다.
젖이 턱없이 부족했다.
여인은 아기들을 안고 다니며 젖동냥을 했다.
아기엄마들은 스스럼없이 자기 젖을 물려주었다.
중년 여인이나 노파들도 빈젖을 물려 달래기도 했다.
때로는 암죽이나 밥을 씹어 먹여주기도 하였다.
아이들은 탈 없이 잘 자랐다.
늙은 나이에 그 한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어려서 남의 젖을 얻어먹은 것이 참 부끄러웠다.
그래서 평생 창피한 마음으로 살았다.
부모를 원망하고 가난을 미워했다.
불우와 불운을 불만불평하며 지냈다.
늙은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함이 없다.“
그러자 늙은 다른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젖을 물려준 사람들을 항상 고마워했다.
그렇게 길러준 부모님께도 평생 감사했다.
그러지 않았으면 나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젖을 얻어먹은 것은 창피한 것이 아니다.
가난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죽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온 것도 복을 받은 것이고
오늘날의 내가 된 것도 남들이 만들어준 셈이다.
그래서 언제나 갚으려는 마음으로 즐겁고
살고 있음으로 항상 행복하다고 여기며 산다.“
물끄러미 듣고 있던 앞 늙은 아이가 중얼거렸다.
“나의 잘못된 마음이 나를 평생 불행하게 했구나.”
같은 피를 타고나고 한 어미가 기른 쌍둥이도
어떤 마음을 먹고 살아가느냐로 삶이 달라진다.
하물며, 피도 부모도 다르고
환경과 처지, 시대와 여건이 다른 경우에야 어떻겠는가.
申 吉 雨문학박사, 수필가, 국어학자
남한강문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