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오리 두르고 밤길 걷기"면 또 어떠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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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오리 두르고 밤길 걷기"면 또 어떠랴?!
  • [편집]본지 기자
  • 승인 2010.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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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숙의 삶의이야기

錦衣夜行(금의야행: 비단 옷을 입고 밤길을 걸음, 보람없는 행동을 비유하여 이름)이란 한자성어를 읽는 순간 그만 "풉"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10년 전부터 컴퓨터, 영어등등을 배우고 이런저런 허술한 비단오리나마 걸치느라 애썼지만 여전히 가정부아줌마란 개털모자를 눌러쓰고 야행하는 우리 자매들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그녀들은 6년 동안 달마다 경제난으로 학업을 이어가기 힘든 학생들을 돕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敎學相長(교학상장-가르쳐 주거나 배우는 것 모두 나를 발전시키는 것임)을 굳게 믿는 옥련언니는 오늘도 어김없이 돌보는 애와 영어공부도 하고 漢子를 가르치면서 함께 시험공부를 하고 있다.

동숙씨는 돌보는 애와 "氣 싸움"을 한다. 영어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토요일 외출 땐 영어책을 들고 나온다. 한편 다른 시험공부를 하면서 예쁜 선생님으로 거듭나려 하고 있다. 나도 잡다한 "지식"으로 애한테 무엇이든 "척척대답"을 해준다. "나 3급 한자급수인증시험에서 94점을 맞았거든"하면서 실제행동으로 애를 가르친다.

수십년간 고이 모셨던 것들도 머리속에서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마당에 석회화된 뇌속에 이상한 것들을 집어 넣는 흉내가 남보기에도 민망했다. 피곤에 찌든 얼굴로, 추위에 떨면서 배우는 우리 "할머니"들에게 "왜 영어를 배우냐?!"고 째리면 "코 큰 영감한테 시집 갈려구요..."하고 어물쩍 넘겨 버렸다. 컴퓨터 학원에서 "200년 사실렵니까?!" 하고 물으면 계면쩍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나이 먹은 사람일수록 더 배워야 하고, 못 배운 사람일수록 허벅지를 꼬집으면서도 더 배워야 된다는게 우리의 고집이다. 발명창조하고 만들어내는 부자는 못 되더라도 무지랭이를 벗어나 고 싶었다. 새록새록 나오는 상품들이라도 읽어서 편리하게 사용하고 즐기고 싶었다.

찬란한 아침 햇살을 닮은 20 ~ 30대의 눈에 비친 우리 50 ~ 60대들은 세상을 다 살아버린 파파 늙은이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까막 눈에, 까만 옷을 거부한 우리는 10여년 입주가정부로 살면서도 시간을 짜내서 민간자격증, 국가공인 자격증들을 따냈다. 인생역전은 없었지만 일과 생활에서는 도움이 되었다. "비단옷"을 입은채로 동이 트는 걸 못 본들 뭔 대수랴?! 호롱불 역할로도 대만족이다.

이 세상은 공평해 본 적이 없다. 공평하지 않은 이유가 가지가지이겠지만 나에게도 한 몫 있다고 생각한다. 자존심 상한다고 불평불만 부리는 시간만큼만, 마작을 주물럭거리는 시간만큼만이라도 세상 돌아가는 걸 읽는 습관을 키우자!

배워서 남 주는 거 아니다. 거창한 공부를 하라는 것이 아니다. 세상엔 우리가 아니라도 박사가 너무 많다! 일상에서 쓰이는 꼬부랑 글씨쯤은 나이와 상관없이 반드시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웨치고 싶다. 눈에 띄이는 걸(외래어를 비하하기 앞서) 읽는 습관을 하자! 읽지 못하면 묻게 될 거고, 묻느라면 배우게 될거 아닌가?!

추첨된 무연고동포들 중 60%를 차지하는 젊은이들이 해마다 고국에 들어오고 있다. 인생의 선배로서 간곡히 권유하고 싶다! 눈 앞의 돈에 급급해 마시고, 자신의 적성과 취미에 맞게 배우고 배우고 또 배우라! 한 땀 한 땀 알뜰히 지으시라! 우리의 젊은이들이 글로벌 세상에서 錦衣晝(낮 주)行 하기를 충심으로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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