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만강변에 국경 초월한 경협지대 형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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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변에 국경 초월한 경협지대 형성된다
  • [편집]본지 기자
  • 승인 2010.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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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 하류 중국 변경도시 훈춘(琿春) 시내에서 남동쪽으로 자동차로 20여분 달리면 중국과 러시아 국경을 가르는 '훈춘 출입국사무소(口岸)'가 나타난다. 일명 '장영자(長嶺子)사무소'이다. 지난 10일 오후 1시쯤 'yB628'이란 러시아 번호판을 단 대형버스가 검문소 저편에 서더니 40여명의 관광객들을 쏟아냈다. 신분증과 소지품을 든 사람들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 입국수속을 받은 뒤 3분도 되지 않아 중국 쪽 출구로 차례로 나왔다. 중국인 가이드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묻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왔다"고 대답했다.

"러시아인들은 관광보다 쇼핑을 좋아해요. 중국 물건 값이 싸기 때문이지요. 러시아 관광객이 늘면서 훈춘 호텔 투숙객의 3분의 2가 러시아인들이에요. 그 때문에 인구 25만의 소도시에 호텔이 계속 생겨나고 있어요."
출입국사무소 앞 건물에 기념품점이 늘어서 있다. 정사각형 모양의 큰 간판에 '로씨아 관광기념품' '소아여유기념품(蘇俄旅游記念品)' 등 한글·중국어·러시아어 3개 국어가 함께 씌어 있다. 러시아 관광객들이 다시 버스에 올라 떠나자, 그다음에는 중국 내지에서 온 중국인 여행객들이 기념품점 안으로 들어가 러시아산 망원경과 석궁, 주석제품, 나무인형 등을 고르느라 한창이다. '개 짖는 소리가 세 나라에 닿는다(犬吠達三疆)'는 변경도시 훈춘의 모습이다.

북한 관광객 지난해에 비해 급증

옌지 백산(白山)호텔 직영 여행사의 가오위(高宇)씨는 요즘 북한 쪽 일로 바빠졌다. 매일 새벽 북한의 나진 선봉으로 떠나는 1박2일 관광객 한 팀(15명)을 챙겨서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조선(북한) 여행객이 지난해보다 많이 늘어났어요. 나진 선봉 여행은 가격(800위안)에 비해 솔직히 볼 건 별로 없어요. 해상혁명사적지와 농산물시장, 소년궁학생무용 등이 고작이지요. 하지만 올 들어 일반 관광객뿐 아니라 홍콩 광둥성 등지에서 온 기업가들도 북한에 관심을 보여요." 가오씨는 "지난해 8월 말 중국 정부가 '창지투(長吉圖·창춘, 지린, 투먼) 개발계획'을 발표한 이후 생긴 현상"이라고 말했다. 두만강 하류 중국·북한·러시아 접경지역이 꿈틀대고 있다. 이 지역은 동북아 끝자락에 자리잡은 지리적 요인과 3국의 전략적 이해가 상충하는 정치적 요인 때문에 오랫동안 방치돼 왔던 곳. 하지만 지난해 중국이 '창지투 계획'을 발표하면서 '초국경 경제협력지대'를 조성하려는 열기가 뜨겁다.

▲ 中·러 관문… 중국과 러시아의 관문인 지린성의 두만강 하류 지역 도시 훈춘 출입국 사무소 앞에 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서 있다. 중국 정부가 중국·북한·러시아 세 나라가 국경을 맞댄 두만강 하류 지역을 새로운 경제 성장 지역으로 만들려는 ‘창지투(長吉圖) 계획’을 추진하면서 관광과 경제개발 붐을 맞고 있다. /훈춘=지해범 기자
'초국경 경제협력구' 지향하는 중국의 '창지투 계획'

작년 8월 30일 옌볜조선족자치주 사람들은 만세를 불렀다. 중앙 정부인 국무원이 '창지투를 개발선도구로 하는 중국 두만강구역 합작개발계획요강'을 정식으로 비준했기 때문이다. 옌볜의 동포들은 주룽지(朱鏞基) 총리 시절 이 계획의 비준을 거절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드디어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며 이 조치를 반겼다. 창지투 계획은 베이징 상하이 광둥성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한 동북 노(老)공업지역 가운데서도 가장 오지인 이곳을 국제적 산업단지로 바꾸어 새로운 경제 성장점으로 만들려는 국가급 프로젝트이다. 사업이 마무리되는 2020년 이 지역 GDP를 지금의 4배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전에도 두만강개발계획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냉전이 끝난 1991년 유엔에 의해 중국·북한·러시아 3국의 공동개발계획이 출범했으나, 3국의 이해가 엇갈리고 북한과 러시아의 투자여력이 부족해 진척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중국의 개발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이샤오준(易小准) 중국 상무부 부부장(차관)은 지난 1일 창춘 무역박람회의 '다투먼(大圖們) 제안회의'에서 "두만강 유역의 경제발전 잠재력이 매우 크다"며 "현재 이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변경무역만으로는 협력의 수요를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초국경 경제협력구 설립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 中·北 잇는 투먼대교… 중국 지린성 투먼시와 두만강 건너 함경북도 남양시를 잇는 투먼대교의 모습. 중국과 북한의 국경을 나타내는 표지판 너머로 다리 위의 관광객들 모습이 보인다. 중국과 북한은 투먼과 남양 사이에 양국 주민이 무관세로 국경무역을 할 수 있는 ‘호시(互市)’를 개설하는 문제를 협의 중이다. /투먼=지해범 기자
"북한의 협력 가능성 매우 높다"

북한은 그동안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여왔으나, 김정일의 두 차례 방중을 계기로 교류 협력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8월 말 방중 기간 김정일은 후진타오 주석과의 만찬에서 "중국의 동북지구는 조선과 땅이 이어져 있고 산천의 모습도 매우 가까우며, 공업구조도 닮았다. 조선은 동북지구와의 교류합작을 강화하고 중국의 방식과 경험을 진지하게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일이 돌아본 지역(창춘·지린·옌지·투먼)도 정확히 창지투 계획과 일치한다. 중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던 길에 투먼역에서 내린 김정일은 중국측 인사들에게 "이 지역에 관심이 많다. 또 보자"고도 했다.

이에 앞서 북한은 올 1월 나선(나진·선봉)시를 특별시로 승격해 중국 창지투 계획과의 연계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이달 2일 창춘에서 열린 '제6회 동북아투자무역박람회'에 참석한 북한의 구본태 무역상은 "나진선봉특구를 가공무역과 중계무역을 전담하는 국제무역지구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옌볜대학 동북아연구원 김강일(金强一) 원장은 "중국 정부는 북한과의 쌍변협력을 먼저 추진하여 성과를 거두면 그것을 기초로 다국적 협력으로 나간다는 방침"이라며 "최근 북한이 협력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것으로 중국도 판단한다"고 말했다. 창지투 계획과 나선특구가 연결되어 상승효과를 낸다면, 한반도 북부에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중국, 교통망·공단 대거 확충

중국이 가장 힘을 쏟는 분야는 교통망 확충이다. 최근 훈춘에 경사가 났다. 지난 2007년부터 진행돼온 훈춘~투먼 간 60㎞의 고속도로가 완공된 것이다. 이로써 먼지가 날리는 두만강변의 울퉁불퉁한 구도로를 달릴 필요가 없어졌다. 훈춘에서 지린성의 성도인 창춘(長春)까지 583㎞ 거리가 8시간에서 4시간 반으로 단축됐다. 고속철도 공사도 시작됐다. 옌볜조선족 자치주정부 이용남(李勇男) 대외무역발전처장은 "시속 350㎞로 창춘~훈춘을 연결해줄 고속철도 공사가 올 6월 창춘~지린 구간에서 먼저 착공되어 2014년 완공될 예정이다. 이 고속철 사업이 완성되면 이미 뚫려있는 창춘~베이징 간 고속철과 연결되어 베이징에서 훈춘까지 반나절이면 도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률 동북아공동체연구회 회장(옌볜과기대 부총장)은 "창지투 지역에 한국기업이 적극 참여하고 북한과의 협력이 깊어진다면, 북한을 초국경 경제협력벨트에 끌어들이는 것이 되어 장기적으로 통일에도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공=동북아공동체연구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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