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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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
  • [편집]본지 기자
  • 승인 2010.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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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HOW THE MIGHTY FALL (김영사)
 

 
짐콜린스가 근 10년 만에 책을 냈다. 짐콜린스는 경영학 교양 분야의 고전 반열에 오른 두 명저;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Built to Last),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의 저자다. 이번에 낸 책은 두 명저 출간 이후 독자들과 청중들에게서 무수히 많이 받았던 질문이자, 저자 스스로도 궁금해 하던 질문; 즉 한때 잘나가던 몇몇 기업을 포함해, 역사상 가장 위대하던 기업들 중 일부가 왜 몰락했는지? 몰락 전조를 어떻게 알 수 있고, 어떻게 피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변이다.

짐콜린스는 이 문제를 천착하다가 기업들이 위대해지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보다 몰락하는 징후, 과정, 이유를 연구하는 것이 훨씬 어려운 작업이라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래서 아내 조앤이 소개한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구절 -“행복한 가정은 다 똑같다. 반면 그렇지 못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원인으로 불행하다”-을 읽고 크게 공감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짐콜린스는 수많은 기업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여 강한 기업이 몰락하는 단계별 특징을 추출해 내었다.

그가 정식화한 몰락 기업의 5단계의 핵심 특징은 다음과 같다.
1단계: 성공으로부터 자만심이 생겨나는 단계, 2단계: 원칙 없이 더 많은 욕심을 내는 단계, 3단계: 위험과 위기 가능성을 부정하는 단계, 4단계: 구원을 찾아 헤매는 단계, 5단계: 유명무실해지거나 생명이 끝나는 단계(p 38)

주목할 것은 기업의 매출, 이익, 주가 등으로 표현되는 기업 지표는 1~2단계에서도 계속 상승하다가 3단계에서 정점을 기록한 후 급격히 내리막을 걷는다는 것이다. 4단계는 오랫동안 축적된 기업의 위기 요인이 어떤 임계점을 지나 폭발하였기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비상(非常)한 시도가 행해지는 단계이다. 따라서 보편성이 있는 대처 방법이 있을리 없다.
결국 이 책에서 깊이 음미해 봐야 할 통찰은 기업들이 별 문제없이 잘나가고 있는 듯이 보이는 1~3단계의 징후이다. 그런 점에서 자신이 속한 기업이나 조직의 미래를 고민하는 사람이 이 책을 읽는다면, 4~5단계를 한번 읽는 다면, 1~3단계는 두세 번은 읽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1단계의 대표적인 징후는 자만이다. ‘운과 우연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고, 따라서 성공은 일시적이고 운이 따라야 하며 때로는 희박한 확률 아래 죽을힘을 다해 쟁취하는 것인데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여긴다’는 것이다. 또한 경영자들은 ‘새로운 모험과 기회 등에 정신이 빼앗겨 기업의 오늘을 있게 한 플라이 휠(핵심 성장 동력 내지 핵심 비즈니스 모델)을 방치하고, 위대한 사람들의 특징인 호기심과 학습 욕구를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p 66)

2단계의 대표적인 징후는 원칙 없는 과다한 욕심이다. 불타는 열정을 느끼지 못하는 분야에 뛰어들기도 하고, 핵심 가치에 역행하는 행동을 하기도 하고, 경쟁자보다 확실히 잘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새로운 분야에 지나치게 투자하기도 하고, 규모에 집착하고, 자신의 핵심 사업을 무시하고 구미가 당기는 새로운 기회를 좇아 성급히 행동하기도 한다는 것이다.(p 80~81)

3단계는 성장의 극점이자 몰락의 시작점이기에 위기적(부정적) 측면과 기회적(긍정적) 측면이 병존한다. 따라서 몰락하는 기업들은 하나같이 긍정적인 측면은 크게 보고, 부정적인 측면은 축소하거나 무시한다. 또한 실증적인 증거 없이 과감한 목표를 세우고 크게 투자하기도 하며, 모호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힘을 단행한다는 것이다.(p 111)
짐콜린스는 앞서 펴낸 두 명저를 통해서 기업의 핵심 가치, 정신, 방법을 견지하는 것이 위대한 기업의 관건임을 역설했다. 그 후속편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이 기존의 핵심 주장을 거스를 리 만무하다. 실제 이 책의 핵심 중의 핵심 주장은 어떤 경우에도 자신을 위대한 기업으로 만들었던 핵심 가치, 정신, 방법을 견지하라는 것이다.

“절대 포기하지 말라. 기꺼이 전술을 변경할지언정 여러분의 핵심 목표는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중략) 절대로 당신의 핵심 가치는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어둠에서 벗어나는 길은 포기할 줄 모르는 끈질김과 함께 시작된다”(p 165~166)

사실 기업의 핵심 가치와 정신을 중시하는 짐콜린스의 주장은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런 주장은 마음가짐을 모든 것의 근본으로 보는 성경, 불경, 중국 고전, 탈무드 등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이다. 짐콜린스의 주장의 진정한 힘과 참신함은 특유의 풍부하고 정확한 기업 관련 조사 연구를 바탕으로, 은연중에 기민함, 유연함, 얍삽함, 임기응변 등 각종 사술(邪術)이 성패의 관건인 것처럼 여겨지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가치, 정신 등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설득력 있게 제기한다는데 있다.

사족)
필자는 대우자동차에 9년(1995~2004년)을 근무하면서 대우그룹과 대우자동차의 몰락 원인을 천착하여 <대우자동차 하나 못 살리는 나라>(사회평론, 2001)를 쓴 적이 있다. 물론 나는 짐콜린스와 다른 시각에서 대우의 몰락을 조명했다. 그래서인지 기업에 흐르는 정신, 태도, 조직문화의 관점에서 그것도 5단계 틀로 기업의 몰락을 조명한 이 책은 내게 더욱 참신하게 다가온다.

사회디자인연구소 김대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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