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문-훈춘 구간의 고속도로다.
올해말 완공인 이 도로가 개통되면, 도문 훈춘은 한시간 거리로 단축된다.
훈춘은 중국이 우리나라 동해와 연결되는 관문이다.
두만강 하류에 있는 훈춘은 바다와 맞닿는 지점이 러시아령에 속해 있어 항구도시로 개발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훈춘을 통하는 내륙지역의 물류는 북한의 나진항이나 러시아 연해주의 자루비노항을 거쳐 바다로 빠져나간다.
나진항이나 자루비노항 모두 훈춘에서는 30분이면 닿는 거리다.
중국으로서는 발이 묶인 것과 같다.
이 때문에 연변자치주를 비롯한 길림성과 흑룡강성의 개발이 뒤떨어졌다.
물류비 부담이 커 해외의 투자가들이 외면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길림성 대문은 북한으로 열립니다”
허룡 부국장의 얘기다.
늘 인파로 붐비는 연길 서시장 입구에는 한국인이 투자한 성보빌딩이 있다.
이 빌딩 8층에 있는 연길한국인(상)회 사무실에서 허룡 부국장을 만난 것은 땅거미가 질 무렵이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비준해 시행에 들어간 장길도계획을 들어보기 위해 연변한국인회에 부탁해 만났던 것이다.

허국장은 조선족으로 드물게 키가 크고 미남형이었다.
“작년 8월 중앙정부에서 장길도 발전계획 요강을 비준했어요. 동북지역은 과거 중공업기지였으나 시설이 노후화돼 있다. 이를 재개발하라. 심천 특구처럼 길림성도 특구를 만들어 밀어주라는 결정을 한 거지요”
허국장은 이렇게 얘기하면서 장길도 계획의 특징은 ‘선행선시(先行先試)’라고 했다.
“굳이 해석하자면 ‘먼저 해봐라. 그리고 고칠 게 있으면 고쳐라’라는 뜻이지요. 당장은 통일된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지만 우선 지역특색에 맞게 계획들을 세워 추진하라는 얘기입니다”
이 같은 방침에 따라 연변자치주에서는 주의 발전을 위한 교통 에너지 기간시설 등 30개 분야에 대해 세부계획을 세우기로 하고 현재 작업 중에 있다.
주 상무국은 물류를 위한 대외통로 개발이라는 과제를 맡았다.
해운항선 개발이 허국장이 수립해야 할 계획이다.
“길림성이 발전되지 못하고 주춤거려 온 것은 한마디로 물류 때문입니다. 바다로 이어주는 문이 열려야 하는데, 안 열리면 내륙이잖아요. 이 문을 열자는 게 장길도 계획의 관건입니다”
그는 훈춘은 창구(문)이고, 연길은 전초기지, 장춘과 길림은 후방이라고 말했다.
문을 열면서 전초기지를 발전시키고, 후방에서 이를 지원하면서 동시에 발전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춘은 ‘일기(一汽)’로 불리는 중국제일자동차가 있는 자동차 생산기지. 길림시는 대형 석유화학공업단지가 있다.
훈춘의 문을 열어서 장춘과 길림의 산업을 해외로 연결시킨다는 게 장길도계획의 요체다.
“훈춘은 항구가 없어요. 북한이나 러시아의 항구를 이용할 수밖에 없어요”
이렇게 말하는 그는 “이들 부두를 어떻게 같이 쓰고 개발할 것이냐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이 열리는 것은 북한쪽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향후 2-5년 사이에 길림성의 대문은 북한으로 열릴 거라는 얘기다.
인근 러시아 연해주에 자루비노 항도 있고 위로 블라디보스토크항도 있지만, 길림성의 물류항이 러시아보다는 북한의 나진선봉항과 청진항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예견이다.
“지금은 부득이 러시아의 항구를 이용하고 있으나 러시아는 행정체제가 복잡하고, 일 처리가 어려워요. 대국주의 기질도 있는데다 자원이 많아서인지 근면하지 않지요”
이렇게 말하는 그는 중국이 나진선봉항을 이용하는데 북한이 적극 협력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북한은 나진선봉지역을 특할시로 지정하고 중앙과 직접 연결되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함경북도에 속해 있으나 나진선봉을 책임진 자치책임비서는 함경북도 도당책임비서보다 직급이 높다는 것이다.
“얼마전 나진선봉 책임비서가 다녀갔어요. 이때 나진항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했어요.그런데 과거에 비해 나진항 개방의 의지가 더 뚜렷해보였어요”
중국측에서 나진항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훈춘과 나진을 잇는 도로를 보수확장하고, 두만강을 건너는 다리를 재보수하며, 나진항의 1,2,3부두를 재건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북중 양측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나아가 북측은 부두 건설에 남측자본이 참여하는 것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도 전해왔다는 것이다.
“수년전 한국의 현대물류 컨소시엄과 나진 부두 건설 논의가 있었어요. 당시 투자금 상환보장 문제 등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서 유야무야 됐는데, 북측이 이를 다시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했어요”
허국장은 길림성을 위시한 중국 동북지방의 물류가 나진항을 떠나 부산항으로 와서 전세계로 나가게 될 때 중국 동북지역은 물론, 나진선봉의 발전도 빨라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장춘-훈춘의 고속도로도 연내 개통되고, 고속화철도 건설도 중앙의 허락이 떨어졌어요. 철도 복선화도 벌써 이뤄졌지요. 얼마전부터 일본 해운회사 관계자들도 많이 들락거려요. 훈춘집값도 1제곱미터당 600-700위안 올랐어요”
이렇게 말하는 그는 “이제 여기는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됐다”고 강조했다.
(월드코리아뉴스 www.worldkore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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