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論과 爭]연길에 조선족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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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論과 爭]연길에 조선족이 있는가?
  • 김정룡
  • 승인 2010.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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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룡의 역사문화이야기

[서울=동북아신문]연길에 조선족이 있는가? 황당하기 그지없는 질문으로 보인다. 조선족자치주수부인 연길에 조선족이 없으면 어디에 조선족이 있느냐? 고.

하지만 한 사회를 냉철하게 실상과 허상으로 나누어 살펴보면 이런 황당한 질문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연길에 분명히 20여 만에 달하는 조선족이 살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이를 허상적인 존재라 생각한다. 왜냐?
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시민집단은 그들의 기본생존바탕인 민생기반이란 실상이 보장되어야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연길시 조선족의 민생기반이 구경 어떤 형편일까?
개혁개방 직후 연길은 중국 다른 도시에 비해 빠르게 눈을 떠 택시시장이 매우 활성화 되었는데 택시 기사 절대다수가 조선족이었다. 1990년대 중후반에 이르러 연길시 택시 수가 인구비례로 따지면 전국에서 으뜸이고 역시 조선족 택시기사가 다수였다. 헌데 지금은 연길에서 조선족 택시기사를 만나기가 가물에 콩 나듯 말라들어 한족일색으로 되어가고 있는 형편이다.

198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연길시 노천 매대와 서시장, 후에 들어선 지하국제무역청사 매대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거의 조선족 일색이었다. 하지만 점차 한족들한테 밀려 지금은 조선족이 줄어들고 한족이 우세를 점하고 있다.
1990년대 초중반까지 연길시 거리마다 골목마다 조선족여성들이 꾸린 파마점과 이발점이 다닥다닥하게 줄지어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다 사라지고 당지 혹은 관내에서 연길에 진출한 한족 젊은이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본래 연길시 골목마다에 조선족이 운영하는 식품가게가 줄지어 있었고, 시민들이 퇴근시간에 직장동료 혹은 친구와 함께 마른 명태를 쪽쪽 찢어 호프를 마시면서 희로애락을 나누는 장소였다. 현재는 그 가게들이 다 사라지고 한족들이 운영하는 슈퍼가게가 들어 서 있다.
연길에 안마방을 처음 오픈 한 것은 한국에 몇 년 체류했던 조선족여성이다. 장사가 잘 되니 너도나도 뛰어들어 인구비례를 따지면 안마방이 중국에서 으뜸으로 늘어났고 대다수가 조선족이 꾸린 것이었다. 헌데 지금은 안마방도 점차 한족들에게 넘어가고 있다. 공원시장 북쪽 길옆에 안마방이 줄 지어 있는데 본래 조선족이 운영하던 것을 한족이 단번에 주변의 안마방가게 셋이나 사들였다.

아직도 그나마 조선족음식점이 많이 남아 있지만 홀에서 손님 접대하는 아가씨들 절대다수가 한족여성들이다.

조선족이 한족들한테 밀리다 못해 지금은 한족처녀가 조선족된장을 팔기에 이르렀다.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연길시빈관은 1990년대 중반까지 직원 80%가 조선족이었다. 그 후 연길시정부가 개인한테 매각하면서 주인이 한족으로 바뀌자 조선족직원이 거의 다 밀려났다. 지금 연길시 많은 공기업 혹은 집체기업이 연길시빈관과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 조선족들이 일자를 많이 잃어가고 있다.

연길시 조선족이 한족한테 밀린 측면도 있지만 스스로 밀리게끔 처사해온 것도 사실이다. 관내진출과 해외진출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혹자는 조선족이 외국에 많이 진출해 돈을 많이 벌어 한족보다 잘 살지 않느냐고 말할 것이다. 필자는 이에 매우 회의적이다.
조선족이 외국에 나가 번 돈으로 연길에 아파트를 구입한 사례는 굉장히 많다. 허나 그들은 연길에서 살아갈 수 있는 민생기반이 없어 공중누각처럼 내용이 텅 비어 있는 불안요소를 안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민생기반이 허물어져 가고 있는 조선족은 생존수단이보장되지 않아 앞으로 스스로 사라져갈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연변주도 좋고 연변시도 좋다. 문제는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다. 실상을 잃어가는 판국에 허상에만 매달려 있으니 무슨 의미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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