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조선족교회 창립11주년 기념예배 설교문
하나님을 잊지 말아라
신 8:11-20
우리 서울조선족교회가 1999년 6월6일에 창립되었으니 오늘은 우리교회가 창립한지 11주년 되는 날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작년에 창립 십주년 기념예배를 보지 못했습니다. 여러 가지를 준비해서 창립예배를 보려고 연기했다가 그만 해를 넘겼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창립 십주년 예배까지 겸해서 드리는 셈이 됩니다.
그런데 제가 처음에 서울조선족교회를 세울 때에 무슨 대단한 뜻을 가지고 시작한 것이 아닙니다. 사실은 꼼수로 시작했습니다.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저는 시민운동을 하는 목사입니다. 그런데 제가 목회를 하지 않으면 무임목사가 되고 무임목사 5년이면 목사직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러면 텔레비전에 나가서 서경석목사라고 불리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제가 서경석선생으로 바뀌면 사람들이 제가 무슨 큰 잘못이라도 한 줄 알 것이 아닙니까? 그래서 시민운동은 계속해야겠는데 평일날은 교회 일을 하지 않고 일요일에만 교회에 가서 설교만 해도 되는 그런 교회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가만히 생각하니까 조선족교회를 하면 되겠더군요. 조선족동포들은 주로 식당일, 가정부일을 하기 때문에 심방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목사직을 유지하기 위한 꼼수로 교회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교회를 세우고 동포들을 만나기 시작하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조선족동포들처럼 눈물이 많은 민족을 처음 봤습니다. 찾아오는 사람마다 눈물을 철철 흘렸습니다. 교인 어느 한 사람 절망에 빠져 있지 않은 사람이 없었습니다. 가정이 깨지고, 자식이 감옥에 있고 자녀중에 불치병 환자가 있고 빚이 엄청난 데 추방당하고..... 게다가 교인이 다 불법체류자였습니다. 언제 어떻게 추방당할지 알 수 없는데 새벽 3시에도 제게 전화가 옵니다. 조선족 동포가 파출소에 잡힌 것입니다. 경찰서로 넘어가면 추방당해야 합니다. 그러면 새벽에도 그 파출소를 찾아가서 파출소장에게 호소를 해서 그 동포를 빼냅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동포는 지옥과 같은 삶을 살아야 합니다. 서울조선족교회를 세우고 나서 나는 곧 깊은 수렁에 빠졌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순전히 목사직을 유지하기 위해 꼼수로 교회를 세웠는데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 셈입니다. 된통 걸렸습니다. 그리고 나서 나는 크게 깨달았습니다. 아! 하나님께서 조선족동포들을 너무도 사랑하셔서 나로 하여금 꼼수까지 부리도록 하여 나를 조선족동포들에게 보내셨구나! 내가 이제부터 이 동포들을 위해 앞장을 서야 하는구나!
그 다음부터 저는 동포들의 권익을 위한 투쟁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10년의 기간동안 저는 무기한 단식을 여섯 번이나 했습니다. 10일, 18일, 23일, 17일, 10일, 25일을 했습니다. 왜 이렇게 오래했나? 이길 때까지 계속했으니까요. 그런데 단식 뿐만이 아닙니다. 일부러 거꾸로 매달려 데모도 했습니다. 수없이 촛불시위를 하고 길거리를 행진하다 잡아가라고 길거리에 드러눕기도 하였습니다. 제일 잊어지지 않는 때가 “고향에 돌아와 살 천부적인 권리”를 위해 투쟁할 때입니다. 합법에서 불법으로 전환된 날 2천4백명의 교인들이 여의도 고수부지에 모여 눈물의 결단기도회를 했습니다. 그리고 열 개 교회로 찾아갔습니다. 그 교회가 우리를 받아줄지 알 수 없습니다. 무조건 하나님만 믿고 갔습니다. 실제로 몇몇 교회는 우리를 끝내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님은 마침 공황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길에 내게 전화를 걸어서 “서목사. 걱정하지마. 우리 교회로 찾아온 조선족교인들을 잘 돌볼께” 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듣고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지구촌교회 이동원목사님은 마침 외국에 가셨습니다. 부목사들이 회의를 하면서 이동원목사님이 계셨다면 아마 틀림없이 이 동포들을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목사님이 안 계시지만 동포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습니다. 강변교회 김명혁목사님, 강남교회 전병금목사님, 순복음인천교회 최성규목사님은 우리의 어려운 사정을 아시고 동포들을 자기 교회로 보내달라고 말하셨습니다. 그래서 2천4백명이 17일간 단식투쟁을 했습니다. 물론 몰래 밥을 먹은 사람도 많았다고 하네요. 그러나 이 투쟁덕분에 동포들이 다시 재입국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수많은 분의 도움을 받아 조선족동포들이 합법적으로 살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는 노무현대통령도 있었습니다. 실로 지난 11년은 너무도 많은 고통이 있었던 기간이었지만 동시에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분명하게 체험한 기간이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을 파라오의 압제에서 해방시킨 하나님께서 조선족동포에게도 역사하신 기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광야에서 헤멜 필요가 없습니다. 이제는 우리도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단지 요단강만 건너면 됩니다. 좀 더 한국국민을 납득시키면 됩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인구감소 때문에 큰 걱정입니다. 옛날에는 재외동포들보고 그 나라에서 잘 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다시 그들을 불러들여서 고향에 와서 살자고 말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 중국의 조선족사회가 급속하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동포들이 급속도로 우리말을 잃어버리면서 漢族化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은 13억 중국국민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그렇게 되려면 통역을 해주는 조선족들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들 조선족 사회가 유지되려면 최소한 30만명은 한국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그들을 매개로 해서 2백만 조선족사회가 중국에서 유지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짧으면 5년 길어야 십년이내에 조선족 누구든 한국에서 살고 싶으면 그렇게 하고, 중국에서 살고 싶으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세상이 반드시 와야 하고 또 그렇게 될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오늘 우리가 11주년 예배를 봅니다마는 9년 후 서울조선족교회가 이십주년 기념예배를 볼 때는 어떻게 될까? 그때는 나는 서울조선족교회 담임목사가 아닙니다. 수석부목사인 윤완선목사도 저와 같이 은퇴를 합니다. 70세가 넘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20주년 기념예배에 참석이야 하겠지만 서울조선족교회는 새 담임목사님이 이끌어갈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우리교회는 어떻게 될까? 한 가지 걱정은 서울조선족교회가 그저 서경석목사가 세운 교회라는 이름만 남고 평범한 교회가 되지 않을까 염려되는 점입니다.
오늘 본문말씀을 보면 모세도 이점을 걱정했습니다. 신명기서 9장 12절을 보면 “네가 먹어서 배불리고 아름다운 집을 짓고 거하게 되며 또 네 우양이 번성하며 네 은금이 증식되며 네 소유가 다 풍부하게 될 때에 두렵건대 네 마음이 교만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잊어버릴까 하노라.”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애굽땅 종되었던 집에서 이끌어낸 것을 잊지 말아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출애급의 하나님을 잊지 않고, 십일조를 내어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를 돌보고, 희년을 지키고, 정의를 실현하며 살라고 하셨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역시 이스라엘 백성을 종 되었던 집에서 이끌어내신 하나님, 조선족을 고통 속에서 해방해 주신 하나님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됩니다. 사람은 배부르고 소유가 풍부해지면 그때는 생각이 달라집니다. 우리를 해방시킨 하나님은 잊어버리고, 개인의 행복만 추구해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하나님을 기억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 11주년 예배를 드리면서, 20주년을 향해 가는 우리 동포들은 지난날 우리가 불법체류자로 고통을 겪으며 살았던 시절을, 그리고 그때 우리를 구해주신 출애급의 하나님을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출애급의 하나님을 잊지 않는다는 말은 무슨 말인가요? 그것은 우리가 계속 출애급의 정신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한국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불과 몇십년전만 해도 우리는 찢어지게 가난했습니다. 우리도 학교 다닐 때 도시락반찬은 김치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가끔가다 달걀이라도 들어가면 최고였습니다. 그래서 한국사람은 과거에 가난했던 때를 생각하면서 지금 가난한 나라 사람들을 도와야 합니다. 또 과거 군사독재 하에서 고난당하던 시절을 생각하면서 고난당하는 사람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힘써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동포들도 그렇게 살아야 합니다. 특별히 세 가지 일을 해야 합니다. 첫째는 아직도 바로왕의 압제 밑에서 신음하는 북한동포를 도와야 합니다. 조선족의 협력 없이는 한국사람은 북한동포를 도울 수 없습니다. 중국에서 유랑하는 탈북자도 구출해야 하고 굶주리는 북한동포도 도와야 합니다. 요즈음 북한동포들이 많이 굶어 죽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천안함 사건 때문에 김정일 정부를 도울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두만강변에서 북한동포에게 식량을 전해야 합니다. 그리고 조선족을 북한으로 보내어 식량이 잘 배분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교회는 북한동포돕기 특별헌금을 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단지 헌금만 할 것이 아니라 북한돕기를 하는 활동가도 나와야 합니다.
둘째로 여러분이 몸을 의탁하고 살아왔던 중국을 도와야 합니다. 우선 조선족 동족들부터 도와야 합니다. 나아가서는 중국이 인권을 존중하는 나라가 되도록 중국을 변화시키는 일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힘없는 우리가 무엇을 하겠는가 하고 말할지 모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중국말을 할 줄 알기 때문에 얼마든지 많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중국국민에게 메일을 보내어 천안함사건의 실상을 알리는 일, 북한동포의 고통을 전하는 일, 북한인권을 호소하는 일, 중국정부가 탈북난민을 북한으로 강제송환하지 않도록 호소하는 일을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이미 몇몇 동포들이 수십만의 중국국민에게 이를 알리는 메일 발송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입니다. 옳은 일이면 무조건 시작해야 합니다.
셋째로 여러분은 한국에 정착하려는 조선족 동포들을 서로 도와야 합니다. 우선 여러분 자신이 한국에서 잘 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식당에서 접시만 닦고 있으면 안 됩니다. 더 큰 일을 계획하고 시작하십시오. 한국국적을 취득한 분들 중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분이 있으면 2천만원까지 신용대출을 얻어 주겠습니다. 또 우리동포들이 아름답게, 신나게, 품위있게 잘 살아야 합니다. 교인 중에 정순옥 집사가 대장암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15센티를 잘라냈습니다. 그런데 CT촬영을 하니 임파로 전이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난주에 심방을 갔습니다. 그리고 그분을 만나고 나서 나는 정순옥집사를 꼭 살려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정순옥집사에게 항암치료를 하면 몇 번 받지 못하고 죽으니 그렇게 하지 말고 산에 가서 병을 고치라고 했습니다. 정순옥집사도 좋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정순옥집사는 9박10일짜리 단식 프로그램에 갔습니다. 관장을 하고 숙변을 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정순옥집사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황홀할 정도로 좋다고 합니다. 그리고 곧 산에 가서 살려고 합니다. 저는 지난 주에 <나눔과 기쁨>에 속한 작은 교회 목사님 3천명에게 메일을 보내어 정순옥 집사님이 있을 곳을 찾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랬더니 스무 한 곳에서 자기한테 오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너무 기뻐서 그중의 한 곳인 강원도 인제군을 다녀왔습니다. 우와. 산속이 너무도 좋습니다. 공기가 그렇게 맑을 수가 없습니다. 개울물을 먹어도 너무 좋습니다. 지천에 산야초가 깔려 있습니다. 곰치, 쑥, 민들레, 더덕..... 그곳에 가서 살면 그냥 병이 나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인제에 일자리도 많습니다. 우리 조선족 노인들은 거기 가서 살면 좋겠습니다. 그런 곳에 조선족을 위한 양로원을 지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정순옥집사 말고도 누구든지 그런 곳에서 병을 고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전부 우리교회가 알선하겠습니다. 이제는 우리동포들도 건강을 챙겨야 합니다. 아무리 돈을 벌어도 몸이 망가지면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교회 식당을 앞으로 유기농으로 바꾸려고 합니다. 백미를 현미로 바꿀 예정입니다. 이렇게 되면 한끼에 백80원이 더 비싸집니다. 그러면 그 백80원은 내가 내더라도 우선은 식사비 2천원을 그대로 유지할 생각입니다. 그 대신 동포들 중에 제게 점심식사를 대접하고 싶은 분은 저와 같이 현미 식사를 교회에서 하고 그돈은 제게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그 돈을 모아 우리교회의 식사를 현미로 바꾸겠습니다. 가난한 사람에게도 좋은 음식을 먹을 권리, 생태적으로 살 권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유기농으로 식사해야 합니다.
어떤 때 우리교회 부목사님들이 저 때문에 죽겠다고 합니다. 제가 못 말리는 목사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제가 뭘 할려고 할 때 조금은 부목사님들이 저를 말려야 합니다. 그러나 너무 말리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저도 저 때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자꾸 저를 가만히 있지 못하게 합니다. 그래서 저를 “못 말리는” 목사가 되게 만듭니다. 저는 제가 은퇴한 후에도 서울조선족교회가 계속 “못 말리는 교회”로 남아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사실 CCC의 김준곤목사님도 “못 말리는” 목사님이었습니다. 그런데 김목사님이 돌아가시고 나서의 CCC는 더 이상 “못 말리는” 단체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그점이 안타깝습니다.
제 친구가 우스개 소리를 했습니다. 기독교인의 90%는 지옥을 믿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지옥이 있는 것을 믿는다면 어떻게 기독교인중에 그렇게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이 많은가라는 것입니다. 일리 있는 말입니다. 저도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믿는 목사님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아니 저 자신도 하나님을 안 믿을 때가 있습니다. 우리가 정말로 하나님을 믿는다면 우리는 항상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몸바쳐 헌신해야 합니다. 우리는 항상 순간순간 신앙과 불신앙의 기로에 섭니다. 하나님이 살아계신가 하고 스스로 반문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살아계신다”는 확신이 있으면 그때에는 어려운 길을 결단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정말로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믿는다면 우리는 항상 새롭게 도전하는 삶을 살고, 항상 정의의 편에 서고, 항상 어려운 이웃을 돌보아야 합니다.
그렇게 살기가 힘이 드니까 대부분의 기독교인은 적당히 삽니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 서울조선족교회 교인들은 좁은 문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우리는 지난 십년간 하나님의 특별한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이에 보답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못 말리는” 사람들이 되어야 합니다.
오늘 창립11주년 예배를 보는 이 시간 우리 동포들이 출애급의 하나님, 우리를 구해주신 하나님을 잊지 말고 가난하고, 소외되고, 억눌린 사람을 위해 사는 우리가 되겠다고, 나의 행복만을 위해 사는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서울조선족교회 교인들 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