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사회 뜨거운 '불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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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사회 뜨거운 '불륜' 논란
  • [편집]본지 기자
  • 승인 2010.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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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 조선족 매체서 거센 논쟁 중
지금 중국과 한국의 조선족 사회에서 '불륜(혼외련)'을 주제로 한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다. 전통적인 윤리기반의 조선족 사회에 불륜논쟁이 필요한 데는 중국의 경제개방과 함께 조선족의 한국이주 현상이 큰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족 사회에서 '혼외련' 이라 함은 '혼인 외의 연애관계'를 의미한다. 우리말로는 '불륜'이 된다. 불륜이 지나치면 사회적 혼란요인이 되지만 불륜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사회는 사랑이 이상적으로 자리잡은 사회라기보다는 갑갑한 통제사회일 개연성이 더 높아진다.

이것을 법률로 구속할 수 있는가? 이것이 바로 조선족 사회의 불륜논쟁의 핵심이다. 이 논쟁은 이미 오래 전부터 한국이주 노무인력 송출 이후 조선족 가정의 붕괴현상과 함께 대두된 해묵은 화제였다.

이 논쟁이 최근 다시 뜨겁게 불거진 것은 바로 '가족해체'의 심각성과 함께 불륜의 도가 지나친 조선족 사회의 문제에서 시작된다. 먼저 연변대학 민족문화교육원 상담소장인 강순화 씨의 글 '혼외련 현상에 대한 몇 가지 사고' 라는 5월 28일자 조글로포럼의 칼럼이 최근 논쟁의 불을 지폈다.

다소 원론적 입장에서 쓰여진 강 소장의 이 칼럼은 "유행이나 되는 듯 확산되는 불륜은 점점 더 너그러워지는 인식 속에서 교묘하게 사회를 좀 먹는다"는 요지를 담고 있다. 이 칼럼은 "따라서 방치하기 어려운 지경에 도달한 퇴폐적인 불륜문제는 법률적 장치에 의해 시급하게 단속해야 한다"는 말로 끝맺고 있다.

이어 6월 16일, 연이어 2편의 칼럼이 같은 조글로포럼에 올라왔다. 재한 조선족 칼럼니스트 김정룡 씨의 '혼뢰련을 법으로 다룬다?'와 함께 정인갑 칭화대학교 중문학과 객원교수의 '애정, 혼인, 가정문제를 좀 더 과학적으로 보았으면'이라는 칼럼이다.

먼저 정인갑 교수는 앞의 강순화 소장의 칼럼을 조목조목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현대의 불륜문제가 과거 원시사회의 군혼(집단혼인)과 비교할 수 없는 문제로서 법률적인 사안이 될 수 없다"는 논지를 띠고 있다.

중국어 음운학자이기도 한 정 교수는 역사적인 배경을 들어 "자기 마누라를 두고 다른 녀자와 결혼하면 重婚罪이며 접적 제재를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단순한 혼외련은 어디까지나 도덕문제이므로 법적으로 제재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평소 균형감있는 논조로 네티즌들의 호평을 받아 온 김정룡 칼럼니스트도 강순화 소장의 '법률적 단속' 주장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정룡 씨는 "강순화 소장의 논리는 지나치게 고상한 이론에 근거하여 공상적" 이라고 지적했다.

칼럼니스트 김 씨는 "모계사회부터 부계사회 및 오늘에 이르는 5만년의 인류사에서 애정→혼인→가정이란 등식은 겨우 최근 3·40년의 역사밖에 되지 않는다. 아울러 애정→혼인→가정이란 등식이 아름다운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는 강도높은 비교로 "결코 애정은 법률로 강제할 수 없다"는 논지를 견지했다.

수많은 가정과 그 가정들마다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들을 하나의 법칙으로 다 해결할 수 없다면, 결국 가정은 법보다 윤리와 양심, 그리고 사랑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가 성립된다. 한국사회에서도 간통법 논란이 일어난 것처럼 김정룡 칼럼니스트는 "유교문화를 뼈저리게 받아들인 한국사회에만 존재하는 간통법" 이라는 구절이 아직 끝나지 않은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것같아 더욱 밀착된 현실문제로 와 닿는다.

작년 말 한 통계에 의하면 연변조선족자치주 연길시의 한 초등학교의 1,208명 학생 중 52%인 629명이 결손가정 학생이라 한다. 결손가정 학생 629명 중 490명이 부모 한 쪽 또는 모두가 한국 등지로 출국한 경우로 밝혀졌다. 해외 노무출국은 이혼 등 가정해체와 불륜의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조선족사회의 문제는 결코 한국과 무관치 않다.

정인갑, 김정룡 씨의 이 두 칼럼은 동북아신문에 그대로 전재되면서 조선족 언론매체들의 큰 이슈로 떠올랐다. 이 논쟁이 중국과 한국의 조선족사회에 윤리적 패러다임 재정립에 새로운 전기가 될지 주목된다.

뉴스타운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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