顺其自然하지 않는 헛똑똑이 싱글과 백수가 많은 세상이다. 상처 받기 싫어서 아예 사랑과 담 쌓고, 천한 직장에 발목 잡힐가봐 허공만 쳐다보면서 체면만 지킨다.
글쎄 행운아로 태어난 이들이야 여유롭게 일류의 교육을 받고나서 평생 한 직장에서 한우물을 파면서 일취월장(日就月將) 하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니캉 내캉 수 십년 불확실성 속에서 다양한 직종을 경험하고 방황하면서 살게 돼 있는데도 말이다.
손오공이 36계를 다해도 여래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당승을 모시고 서천에 가서 불경을 가져오는 데는 별 지장이 없듯 허황한 꿈은 잡지 못했지만 젊어서 가져본 잡다한 직업과 고생, 고난이 나이 먹어서 되레 축복의 통로가 되어 제2의 삶에 도움이 됨을 살아보니 알 것 같다.
공자는 "쉰(50)이 되어 천명을 깨달았다."고 했다. 천명이란 하늘이 부여한 사명도 되고, 피할 수 없는 운명도 되겠다. 쉬쉬한 나이 들어 분수를 알고 河海와 같은 마음으로 내 숙명을 받아들이니 속세를 벗어난 느낌이다.
직종과 富는 반비례가 되는 만큼 직업이 바뀔수록 손이 발이 되게 일해도 千金은 저 멀리에서 사람을 희롱할 뿐이라는 걸 知天命이 되어 알고 나니 머니에 대한 집착은 없다.
주제를 모르고 꿨던 야무진 꿈들이 모조리 절망으로 "산화" 될 때마다 죽음을 그리워했지만 知天命이 되니 되레 그것들이 불행이 아니라 피와 살이 됨을 깨달았다. 지금껏 몸부림이 오늘을 여유 있는 마음으로 살게하는 예비동작임을, 현실 생활에서 직간접적으로 많은 도움을 줌도 깨달았다.
웃기는 세상은 맨날 사람들더러 스티븐 잡스(CEO)가 되라고, 워린 버핏(부자)이 되라고 닥달한다. 그러나 나까지 부자가 되면 이 세상이 거지가 될가봐 단념한건 아니다.
덜 생긴데다가 덜 떨어진 터여서 하루하루 먹고 살기가 급하니 시간과 돈을 들여 나를 다듬을 사이도 없이 닥치는대로 몸으로 때워 배를 채웠다. 비애나 부끄러움, 자랑은 아니지만 지금껏 가진 잡다한 직업을 세어 보니 열 손가락이 모자란다.
겨울엔 얼어서 퉁퉁 붓고, 여름엔 옷마다에 허연 소금지도를 그리는 농민, 밤을 하얗게 지새운 노동자가 되었었기에 生産의 희열을 알고 노동을 신성시한다.
무형의 정신노동보다 일축이 팍팍 나는 육체적인 노동에서만이 자신감과 즐거움을 만끽하고 팍팍 도는 엔돌핀을 느낀다. 나이 들어도 움직여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즐길 수 있다는 것보다 더 큰 행복이 있으면 "나와 봐라, 나와 봐!" 하고 큰 소리 치고 싶다.
2년간 두메산골에서 땅에 엎드려 산 덕분에 해마다 겨울산은 드러낸 속살로 나를 유혹한다. 해마다 봄의 꽃대궐과 여름의 녹음은 어김없이 나에게 말을 걸어와 내 마음을 무지개색과 파란 젊음으로 꽉 채운다.
열흘 동안 해빛만 강하거나 혹은 연 며칠 비만 쏟아지거나 저온이면 곡식과 함께 고통을 겪는다. 일 년 걸려야 만들어지는 한 톨 쌀알, 몇 달 동안 자라야 식탁에 오르는 채소 한 잎마저 늘 나에게 어리광을 부린다. 이런 풍부한 자연감성 앞에서 치매도 범접 못하리라.
방직공이 되었었기에 세상에서 제일 작고 단단한 매듭을 짓는다. 개버딘으로 부터 모든 원단에 대해 일가견이 있기에 남에게 서슴없이 조언을 줄 수도 있다. 실크(丝绸) , 울(毛), 면(棉)은 감별해 내고 즐겨 두르기에 나의 표피, 진피는 덜 스트레스를 받는다. 직물로 인간임을 나타내는 세상에서 가는 곳마다에서 원단을 만져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훈장" 되어 보았기에 수많은 심적고통을 책이란 정신粮食으로 이겨냈다. 남녀노소 모두를 존중하고 소통할 수 있기에 친구가 窮해본 적은 없다. 한국노무생활중 교원경력은 마중물이 되어서 어린이들로부터 넘치는 기쁨과 희열을 얻게 하였다. 지금까지 찌들지 않고 아이의 심성으로 살 수 있는 즐거움을 안겨 주었다.
30세 문전에서 시작한 3년 학창시절은 공부의 재미를 맛보게 했고, 세상을 학교로 삼는 영원한 학생이 되게 했다. 오늘도 60세에 배울 것, 70세에 배울 것들을 계획하느라 뇌세포들은 분주하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낀다."고 많은 세월 분석, 실험을 하다나니 물 한 방울, 나무 한 조각, 섬유 한 오리, 멜라멘 식기 등등 눈에 띄이는 물건마다에서 원자, 분자식, 제조되기까지의 과정을 떠올리다 보면 세상만물 예사로운 것 하나 없다. 그들 모두가 나에게 말을 걸어와 세상을 살아있게, 재밋게 해준다.
모텔 청소공으로 일한 경력이 있기에 침구, 타올등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산뜻함을 느끼도록 내 손이 거쳐간 것들 모두가 표준으로 잘 정리정돈 되어 있게 한다. 빨래들도 털어서 네 귀가 딱 맞게, 반듯하게 걸려 있게 한다. 더불어 절도있는 생활을 한다.
한국식당의 주방에 처음 발을 들여 놓았을 때 나는 갓 입학한 대학생마냥 가득한 호기심에 단숨에 배워내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새로 접하는 생선류, 채소류와 조리법을 매일 외우고, 기꺼이 배운 보람으로 음식만들 때 겁을 집어 먹은 적은 없다. 매일매일을 창조의 과정으로 여긴다.
더러븐 세상은 "억울하면 출세하라"고 채찍질하고, 직업으로 사람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판단한다. 하지만 두 자리수로 접어드는 입주가정부 생활에서 수십억의 집에서 수많은 엘리트들을 접하면서 출세와 고귀한 직업만이 (행복)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채게 했다.
직업의 귀천에 상관없이 맡은 바 일들을 정성껏 하면서 겸손, 지혜, 친절, 베품과 같은 향기를 내뿜는 사람들이 남에게 주는 기쁨과 즐거움은 고스란히 자신과 가족에게 돌아가는 것도 보았다.
공부에 들어가서만은 당당했고, 이런저런 가게들에 들어가서는 꼼꼼히 둘러보고 나서 妄想 컨설턴트로 되군하였지만 지금껏 한낱 가사도우미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도 살아보고, 속구구를 해보니 나의 천명이자 꽃방석은 그래도 직업중 최하말단인 가정부이다. 空氣처럼 편하고, 숨이 붙어있는 한 현역으로 그 누구에게나 도움을 줄 수 있는 아름다운 "직업"이다. 자학이 아닌 자뻑이래도 좋다!
사람들이여, 젊음이 재산인 젊은 날에는 잠간만이라도 닥치는 대로 아무일이나 다 해 보시라! 살아 보느라면 그 경력과 고생이 천금과도 못 바꿀 무형의 재산임을 실감할 것이다.
불혹부터는 마음의 소리에 귀를 귀울이고 感覺에 따라 가시라! 분수를 지키고 건강만 챙기면 사회에서나 가정에서나 잉여인력이 될 가능성은 제로임을 살아 보지 않아도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