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길우의 수필 181>
어떤 사람이 ‘적벽부(赤壁賦)’보다 ‘동파육(東坡肉)’이 더 유명하다고 했다.
그러자 소동파(蘇東坡)가 이렇게 말했다.
요동의 한 농부가 흰 돼지가 태어나자 신기해서 왕에게 바치려고 서울로 갔지요.
그런데 북경(北京)에 도착해 보니, 집집마다 흰 돼지를 키우더라오.
그래서 식견(識見)이 얕은 사람을 ‘白猪[흰돼지]’라 부르게 되었소.
소동파는 또 이런 이야기도 하였다.
내가 기산(岐山)에서 살 때 하양(河陽)의 돼지고기가 맛이 좋다는 소문을 들었소.
그래서 두어 마리를 가져오게 했지요.
그런데, 하인이 몰고 오다가 그만 잃고 말았소.
하인은 다른 돼지를 구해 와 요리로 내놓았지요.
이 사실을 모르는 이들은 ‘역시 하양의 돼지’라며 칭찬을 했어요.
하지만 곧 아닌 게 밝혀져 다들 부끄러워했다오.
달아난 하양 돼지를 동네 사람들이 끌고 온 것이지요.
그래서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것을 ‘맹목(盲目)’이라 하게 됐다오.
제 눈에 특이하면 다 신기하게 여기는 ‘백저’도 문제이지만
이름만 나면 뭣도 모르고 떠벌이는 ‘맹목’이 어찌 그때뿐이랴.
다중(多衆)이 즐기는 동파육보다 적벽부를 변호한 소동파의 뜻을 살필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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