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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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사리
  • [편집]본지 기자
  • 승인 2010.04.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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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길우의 수필 179>
시골에 갔다가 송사리 떼를 만났다. 맑고 널찍한 작은 연못에서였다. 잔잔한 물결 속으로 들여다보이는 그 작은 몸집들이 볼수록 앙증스럽고 귀엽다.

   송사리들은 여럿이 모여서 떼를 이루어 움직인다. 마치 앞뒤가 없는 한 마리의 물고기 같다. 왼쪽으로 몰려가는가 하면 어느새 오른쪽으로 달리고, 저쪽으로 가는가 하면 벌써 이쪽으로 향한다. 앞선 놈이 우두머리인가 하면 어느 새 방향이 바뀌어 다른 녀석이 앞장을 서고, 이 녀석이 앞잡이인가 보면 또 다른 방향으로 떼지어 간다. 송사리 떼의 집단행동은 방향 전환이 임의적이어서 그 앞뒤를 분간할 수가 없다.

   그런데, 큰 고기 한 마리가 다가오자 송사리들은 더욱 떼를 이루며 방향 전환을 빈번하게 한다. 그럴수록 떼의 모양도 변화무쌍해진다. 큰 물고기는 그들의 움직임을 바라보면서 서서히 지나간다. 
   내가 송사리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왜 사방으로 흩어져 숨지 않니? 잡혀 먹히게.”

   송사리 한 마리가 대답한다.

   “흩어지면 더 잘 잡혀 먹히지. 혼자서 어떻게 큰 고기를 당해내?”

   나는 생각이 달라서 또 물었다.

   “떼를 져 있으면 한꺼번에 여럿이 잡히지. 흩어져야 잡혀도 한 마리만 당할 것 아니니?"

   그러자 송사리가 조용히 이렇게 설명을 하였다.

   “우리가 떼를 지어 있으면 큰 고기로 보이고, 또 떼로 한 방향으로 움직이면 힘이 있음을 알고 함부로 우리에게 대들지 못하게 되지요. 만약 혼자서 다니면 작고 힘도 없는 줄을 알기 때문에 쉽게 공격을 받아요. 물론 힘이 부쳐 뒤떨어지는 경우에는 잡혀 먹힐 수밖에 없지만 그것은 약자의 운명이지요."

   그 말을 듣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약자는 낱개로는 더욱 약자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흩어지면 죽는다. 그러나 뭉치면 커 보이고 큰 힘을 나타낼 수 있다. 이것이 어찌 이 보잘것없이 작고 힘없는 송사리의 경우에만 그렇겠는가? 개미나 벌들이 그렇고, 바다 속의 작은 물고기들이나 맹수들 사이에서 사는 약한 짐승들이 모두 떼지어서 사는 것도 그들이 다 약자이기 때문이다. 인간 사회에도 또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이것은 약자가 살아가기 위한 아주 현명한 지혜이다. ☺

pys04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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