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에 냇가에 나갔더니 물은 파랗고, 돋아난 풀들은 초록빛이 더욱 싱그럽다. 화창한 햇빛에 모래와 자갈들이 한결 깨끗하게 보인다.
손이라도 담가볼까 하고 물가로 가는데 갑자기 새소리가 크게 들린다.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니 얼룩무늬 꼬마물떼새 한 마리가 날갯짓을 하며 푸드덕거린다. 어디라도 다쳤는가 하고 다가가니 새는 더욱 비실대며 옮겨간다. 거리가 좁아지자 물떼새는 살짝 날아 옮아앉으며 거리를 둔다.
‘그렇지. 나를 속이려고 그러는 게다. 이 근처 어디엔가에 둥지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이 들자 어미새는 아랑곳하지 않고 주변을 찬찬히 살펴나갔다. 아니나 다를까, 자갈 무더기 사이 약간 낮은 곳에 새알 세 개가 놓여 있었다. 알의 빛깔과 무늬가 주변의 자갈들과 너무나 닮아서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어미새는 아까보다도 더 가까이 와서 위협하듯 울어댄다. 나는 그러는 새를 슬쩍슬쩍 바라보면서 새알을 구경하였다. 그러고는 말없이 일어나 뒷걸음치며 어미새와 둥지를 번갈아 보았다. 한 십여 미터쯤 떨어져 서서 계속 관찰을 하니 어미새가 갈짓자[之]로 왔다갔다하여 둥지로 가서 알을 품는다.
나는 꼬마물떼새에게 물었다.
“나는 해치려는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도 너는 지레 겁을 먹고 그 야단이냐?”
그러자, 물떼새가 대답하였다.
“너 같으면 가만히 있겠니? 금방이라도 내 알들이 어떻게 될지 모를 판인데.”
나는 그 마음을 인정하면서 또 물었다.
“그렇다고 그렇게 허둥댈 건 뭐니?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데.”
“모르는 소리. 알은 아직 못 본 것이고, 날개 꺾인 시늉이라도 해야 내게 관심을 둘 게 아니냐? 물론 유도해 낼 속셈이지.”
그러니까 멀쩡한 어미새가 푸드덕거린 것은 속임수였던 것이다. 모성애에서 우러나오는 지혜였다.
“그런데, 그토록 애타하면서 내가 피해 주었을 때는 왜 곧장 달려가지 않았니?”
내 말에 물떼새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그것도 다 새끼들을 보호하려는 마음에서지. 곧장 달려갔다가는 지켜보는 놈들에게 둥지를 확실하게 알려주는 꼴이 되잖아?”
급할수록 돌아가고, 아무리 바빠도 바늘을 허리 매어서는 못 쓴다는 말이 떠올랐다.
“하지만, 종달새처럼 잠시 주변을 살피고서 곧장 빠른 속도로 둥지로 가고, 떠날 때도 곧장 하늘로 날아오르면 되지 않니?”
그러자, 꼬마물떼새가 어이없어하며 대답한다.
“내가 종달새면 종달새처럼 살지만, 나는 꼬마물떼새란 말야. 다 자기 능력껏 사는 것이지, 남들이 하는 게 좋다고 무조건 따라할 수 있니?”
나는 이 말에 한 방 얻어맞은 것처럼 멍해져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제 분수도 모르고 날뛰며, 제 능력은 생각지 않고 무조건 큰일만 하려드는 사람들이 오히려 이 새만도 못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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