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세가 넘으신 어머님이 힘드실가봐 나는 몇달전부터 각자 자기집에서 김장을 하게 하라고 어머님에게 바람을 넣었다. 하지만 어머님은 요지부동....
그렇게 시간이 흘러 김장철이 다가오고 지난 주말에 시누이 셋과 유일한 며느리인 나까지 같이 김장을 마쳤다.
다른 세 손위시누님들은 각자 자기집에서 하였으니 말이지 그것까지 다 했더라면 며칠은 앓을지도 모를 만큼.. 김장은 역시나 힘들고 고된 일이었다.
어머님이 혼자 시골에 살기에 재료준비부터 배추다듬기, 배추절이기까지 모두 혼자 힘으로 하셨다. 동네분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제일 먼저 도착한 나와, 이튿날 도착한 형님과 둘이서 배추를 씻고 나니 밤중에 부산에 사는 시누가 들어섰다. 밤새 양념을 만들었고 이튿날 아침에는 가까운 데 사는 막내시누가 도착해서 본격적인 양념바르기를 시작했다.
거실에서 앉아서 한 관계로 몇시간을 못 버티고 의자로 바꾸고 양념바르는 오븐도 그에 맞게 높였다. 의자에 앉아서 하니 그나마 좀 편했지만 5시간 정도 하고 마치고 나니 허리도 팔도 시큰시큰 아파났다. 뒷정리를 다 하고 모처럼 휴식을 갖고....
이제부터는 각자 자기집 몫을 챙기는 시간.
먼저 대구사는 형님이 가져가지고 부산에 사는 시누도 챙겨서 가져갔다. 김치냉장고에 들어갈 박스 10개는 되는 것 같았다. 그만큼 김치요리를 즐기는 가정이다.
김장을 마치면서 시누님들이 하는 말 ...내년도 해야 되는 데...어머님은 못하신다 합니다. 시누님은 금년에도 친정에서 해서 편했다고 합니다. 솔직히 도시에서 아파트생활을 하면서 김장을 한다는 건 여러 가지 불편이 따릅니다. 공간도 시간도 부족한 도시사람들이다 보니...그래도 시골집에는 넓은 마당이 있고 밖에 편하게 쓸 수 있는 지하수가 있어서 한결 편하지요....
어머님은 김치를 챙겨 넣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십니다. 그 모습을 보니, 엄마가 자식에 대한 사랑이란...저렇게 당신의 몸의 고달픔보다 자식의 넉넉함이 주는 행복감이 더 커서이지 않을까요.
김장때문에 다시 뭉친 가족들, 그래서 얼굴 한번 더 보고 수다 한번 더 떨고 웃음 한번 더 웃어보는 것이겠지요...
내년은 힘들어 못하신 다고 하지만.. 그때 가봐야 알 일입니다.